(엑스포츠뉴스 잠실, 조은혜 기자) 통합우승, 아니면 업셋우승. 한국시리즈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팀은 누가 될까.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이날 29년 만의 통합우승을 노리는 LG에서는 염경엽 감독과 오지환, 임찬규가, KT에서는 이강철 감독과 박경수, 박영현이 참석했다.
LG는 정규시즌 144경기에서 86승2무56패를 기록하며 29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달성했다. 통산 세 번째 정규시즌 우승.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한 LG는 인수 첫해인 1990년과 1994년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했으나, 2002년 준우승을 끝으로 한국시리즈조차 오르지 못하면서 3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암흑기에 빠졌다.
하지만 올 시즌 전부터 최강 전력으로 평가되면서 우승 후보로 꼽혔던 LG는 시즌 초반부터 '디펜딩 챔피언' SSG 랜더스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다 6월 27일 단독 1위로 올라섰고, 이후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고 질주해 여유 있게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종료 이틀 후인 지난달 19일부터 이천LG챔피언스파크에서 합숙 훈련을 진행했다. 이천에서는 낮경기로 두 번의 자체 청백전을 치렀다. 이후 29일부터 잠실로 훈련 장소를 이동했다. 이날 야간경기로 청백전을 진행한 LG는 31일과 11월 1일에는 상무 야구단과 연습경기로 실전을 치렀다.
그리고 4일 마지막 청백전을 실시했는데, 이날은 특히 팬들에게 경기를 무료로 개방해 팬들의 응원 속 한국시리즈와 최대한 환경에서 마무리 점검을 했다. 이날 잠실에는 무려 1만3245명이 운집해 한국시리즈를 코앞에 둔 LG 선수단의 플레이를 지켜봤다.
LG의 마지막 청백전 이틀날 상대가 정해졌다. KT는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NC 다이노스를 3-2로 꺾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KT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준플레이오프에서 SSG 랜더스를 꺾고 올라온 NC에게 1차전과 2차전을 연속해 2연패에 빠졌지만 이후 3연승에 성공하며 '리버스스윕'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 LG의 상대가 됐다.
시즌 출발은 힘겨웠던 KT였다. KT는 올 시즌 정규리그 개막 후 주전들의 연쇄 부상 여파 속에 최하위로 추락했다. 5월까지 꼴찌에 머무르면서 올해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전반기 올스타 브레이크 전 7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린 KT는 5위로 7월을 마감하며 포스트시즌에 대한 희망을 밝혔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8월 이후에는 35승1무19패로 승률 0.648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일찌감치 정규시즌 2위를 확정하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정규시즌에서 그랬던 것처럼, 포스트시즌에서도 KT는 '뒤집기쇼'를 선보였다. 5전 3선승제로 치러진 역대 KBO 플레이오프에서 '리버스스윕'을 만든 건 1996년 현대 유니콘스, 2009년 SK 와이번스에 이어 세 번째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LG 염경엽 감독은 "KT는 2년 전 통합우승이라는 좋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탄탄한 전력과 선발 야구를 앞세워 좋은 경기를 하면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온 팀이다. 쉽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며 "LG는 경험을 부족하지만, 이번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선수들 모습에서 우승에 대한 열망과 간절함을 강력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염 감독은 "페넌트레이스에서 LG가 보여준 모습을 한국시리즈에서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상대를 대비하는 것보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한국시리즈를 할 생각이다. 준비 열심히 했다. 이 준비한 것들을 마지막에 좋은 결과물로 만들어 내서, 팬들과 함께 웃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출사표를 전했다.
플레이오프를 마치자마자 한국시리즈를 준비해야 하는 KT 이강철 감독은 " 3월에 했던 시즌 개막 미디어데이가 생각이 난다. 시즌을 잘 치르면서 여기까지 온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며 "KT위즈파크에서 처음 열리는 한국시리즈이기 때문에 선수단과 프런트, 그리고 열정적으로 응원해 주시는 팬들과 함께 최고의 자리로 올라갈 수 있도록 준비 잘하겠다"고 각오를 얘기했다.
선수들도 한국시리즈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29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캡틴' 오지환은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준비를 그만큼 철저히 했다. 선수들은 자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꼭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서 팬분들이 원하는 29년 만의 우승을 안겨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KT의 주장 박경수는 "올해 초반 팀 성적이 저조했는데, 잘 뭉쳐서 시즌을 잘 마무리했다. 창단 후 두 번째 한국시리즈인데, 우승을 맛봤을 때의 느낌은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기분이다. 이번에도 어렵게 올라온 만큼, 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얘기했다.
이번 한국시리즈가 몇 차전까지 갈 것 같냐는 질문에 LG 선수단은 모두 6차전을, KT 선수단은 7차전을 예상했다. 두 팀 모두 절대 쉽게 끝날 한국시리즈는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다.
염경엽 감독은 6차전을 예상한 이유에 대해 "KT의 선발진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좋은 타선도 가지고 있다. 정규시즌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항상 까다로운 팀이었다. 마지막에 운이 따라서 이긴 경기가 많다"면서 "7차전까지도 예상했지만, 6차전에 끝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강철 감독은 한국시리즈 7차전을 마라톤의 '49.195km'에 비유하며 7차전을 예상했고, 박경수는 "LG가 워낙 강팀이고 좋은 팀이라 쉽게 결정이 안 날 거라고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그는 "7차전까지 가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야 팬분들이 더욱 좋아하시지 않을까. 우리가 잘하는 감동의 야구를 보여드리기 위해 7차전을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단기전에서 마운드의 중요성은 두 말하면 잔소리지만, 이번 포스트시즌은 특히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MVP가 모두 불펜에서 나왔을 정도로 허리의 역할이 돋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래서' 선발의 역할에 중점을 둔다.
이강철 감독은 "플레이오프는 5차전이기 때문에 단기전 중에서도 단기전이라 생각했다. 한국시리즈는 7차전이라 퀵후크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면서 "중간투수들이 좋다 해도 LG 타자들이 워낙 막강해서 정규시즌에서도 우리 불펜이 큰 재미는 못 봤던 것 같다. 선발이 최대한 갈 수 있는 만큼 가야 한다. 끝까지 선발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염경엽 감독 역시 "네 명의 선발이 많은 이닝을 소화해줬으면 한다"고 밝히면서 "우리 중간의 키포인트는 정우영, 이정용이라고 생각한다. 선발이 초반 안 좋았을 때, 빨리 교체할 수 있는 상황도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을 한다. 경험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유영찬, 백승현, 함덕주를 비롯해 새로 발굴한 승리조들이 한국시리즈에서 자기 역할을 해준다면 조금 더 경기 운영이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KBO리그가 단일리그로 진행된 1989년 이후 정규리그 1위 팀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것은 32번 중 27번으로, 우승 확률은 84.4%에 달한다. 이날 1차전 선발로 LG 염경엽 감독은 케이시 켈리를, KT 이강철 감독은 고영표를 발표했다.
염경엽 감독은 켈리에 대해 "페넌트레이스, 그리고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구종을 개발해 좋은 모습을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이강철 감독은 "(플레이오프가 이제 끝난) 우리가 무슨 생각이 있겠나"라고 웃으면서 "깜짝 발표를 하려다가, 순리대로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진=잠실, 박지영 기자
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