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와 DC 유니버스(DCU), '스타워즈' 등 해외 유명 프랜차이즈 작품들과 할리우드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덕후'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코너입니다. 머글들을 위해 한 걸음 더 다가가겠습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이창규 기자) ‘드래곤볼’, ‘데스노트’, ‘공각기동대’. 이 세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할리우드에서 실사화된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원작 영화라는 점이다. 그리고 세 작품 모두 비평 및 흥행에서 참패했다.
게다가 앞서 지난 2021년 11월 공개됐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우보이 비밥’도 비평에서 엄청난 혹평을 받았고, 시즌2 제작이 취소되는 등의 굴욕을 맛봤다.
때문에 ‘원피스’의 실사화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컸다. 하지만 ‘원피스’는 넷플릭스 공개 후 2주 연속 글로벌 전체 1위, 영어 부문 3주 연속 글로벌 1위를 기록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일본 만화/애니메이션의 실사화는 본국인 일본에서부터 할리우드, 심지어는 한국에서도 진행되었을 정도로 유서가 깊다. 워낙 인기가 많은 IP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팬층을 확보하고 흥행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거라는 기대가 깔려있기 때문.
하지만 일부 에외를 제외하면 일본에서의 실사화는 대부분이 평론가, 관객들 모두에게 외면받았다.
가장 큰 원인은 헤어스타일, 의상 등의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하려는 것에 집착하기 때문. 게다가 할리우드와 비교하면 굉장히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러한 의상 디테일, 혹은 작품 속 설정을 그대로 구현해내기가 굉장히 힘들다.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실사화의 경우 반대로 원작에 대한 존중이 부족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08년 개봉한 ‘드래곤볼 에볼루션’의 경우 원작자 토리야마 아키라가 인터뷰에서 직접 실망감을 표출할 정도였다.
‘마하 고고’의 실사판이었던 ‘스피드 레이서’ 또한 혹평을 면치 못했고, 넷플릭스에서 제작된 ‘데스노트’ 또한 일본에서 제작된 영화판과는 다르게 평가가 좋지 못했다.
그렇다면 ‘원피스’가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원작자인 오다 에이치로가 제작자로 참여한 것이 큰 요인이다. 20년 이상 연재된 작품의 드라마화인만큼 빠른 전개가 필요했는데,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적절하게 버린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또한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만큼 영어권 배우들 캐스팅은 피할 수 없었는데, 이런 어색함을 우려해 일본어 더빙판은 원작 애니메이션판 성우진이 그대로 참여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식 억지 로맨스가 없던 것도 영향을 줬다. 오다 에이치로가 직접 제작진에게 밀짚모자 일당의 로맨스는 일절 넣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덕에 별다른 로맨스 없이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었다.
물론 그동안 수없이 나온 실사화 작품들의 퀄리티가 좋지 못한 나머지 ‘원피스’가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어색한 CG나 액션씬 연출 등은 작품을 좋게 봤다는 이들도 비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일본 만화/애니메이션 원작 실사화의 한계를 많이 깬 덕분에 ‘원피스’는 바로 시즌2 제작이 확정되기까지 했다.
특히나 시즌2에서는 외형적인 변화가 필연적인 쵸파가 등장하는 것이 예고된 만큼, 과연 오다 에이치로를 비롯한 제작진들이 이를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지가 관심을 모은다. 만약 쵸파마저 제대로 구현해낸다면, ‘원피스’ 시리즈는 일본 만화/애니 실사화의 교과서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넷플릭스
이창규 기자 skywalkerle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