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공격수 황희찬이 페널티킥 허용에 따른 정신적 어려움까지 이겨내며 환상적인 동점포로 소속팀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에 귀중한 승점을 선물했다.
울버햄프턴은 29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프턴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맞대결에서 후반 26분에 터진 황희찬의 천금 동점골에 힘입어 2-2 무승부를 거뒀다.
전반전을 1-2로 마친 울버햄프턴은 지난 시즌 리그 4위 뉴캐슬 상대로 동점골을 넣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팀 내 최다 득점자 황희찬이 침착하고 깔끔한 마무리로 시즌 7호골, 리그 6호골을 터트리면서 비겼다.
뉴캐슬전 무승부로 울버햄프턴은 승점 12(3승3무4패)가 되면서 늘리면서 리그 순위도 12위까지 상승했다. 첼시와 승점이 같지만 득실차에서 뒤져 12위가 됐다. 8위 맨유(승점 15)와 한 경기 차, 9위 웨스트햄(승점 14), 10위 브렌트퍼드(승점 13)도 추격권에 뒀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가 중단된 뉴캐슬은 승점을 17(5승2무3패)으로 늘렸지만, 순위 변동은 없고 6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5위 애스턴 빌라(승점 19)와 2점 차다.
이날 홈팀 울버햄프턴은 3-4-3 전형을 꺼내들었다. 조세 사가 골키퍼 장갑을 꼈고, 토티 고메스, 막시밀리안 킬먼, 크레이그 도슨이 백3를 형성했다. 넬손 세메두와 라얀 아이트누리가 좌우 윙백을 맡았으며, 중원엔 마리오 레미나와 부바카르 트라오레가 배치됐다. 최전방 3톱 라인엔 황희찬, 마테우스 쿠냐, 페드루 네투가 이름을 올렸다.
원정팀 뉴캐슬은 4-3-3 전형으로 맞섰다. 닉 포프가 골문을 지켰고, 댄 번, 파비앙 셰어, 자말 러셀레스, 키어런 트리피어가 수비진을 구성했다. 중원은 조엘린통, 브루노 기마랑이스, 션 롱스태프가 호흡을 맞췄다. 공격진은 애런 고든, 칼럼 윌슨, 미겔 알미론이 자리했다.
이날 전반 킥오프 때부터 등장하면서 황희찬은 7경기(리그 6경기+리그컵 1경기) 연속 선발 출전에서 성공했다. 황희찬은 평소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이 잦아 울버햄프턴에서 출전 시간 관리를 받는 상황이었다. 최근 건강한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서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
이번 시즌 울버햄프턴에 부임한 개리 오닐 감독은 1~2라운드에서 황희찬을 선발이 아닌 교체 명단에 넣어 투입했으나 2라운드에서 팀의 시즌 첫 골을 터트리는 등 좋은 활약을 선보이자 거의 대부분의 경기를 전반부터 뛰게 하고 있다. 이날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황희찬은 최근 절정에 다다른 골 감각을 과시하면서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골잡이 중 한 명이라는 걸 다시 한번 증명하는데 성공했다.
황희찬은 전반 초반부터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최상의 컨디션임을 보여줬다. 전반 8분 뉴캐슬이 후방 빌드업을 하는 과정에서 강한 전방 압박으로 패스 미스를 유도했고, 공을 잡아 돌파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저지당하긴 했지만 코너킥을 유도했다.
전반 10분엔 아이트누리가 환상적인 개인기로 뉴캐슬 선수 2명을 제치고 왼쪽 측면 돌파에 성공한 뒤 중앙으로 쇄도하던 황희찬에게 정확한 패스를 성공시켰는데, 황희찬의 터치가 길어 공 소유권을 내주는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전반 19분 울버햄프턴 공격수 쿠냐가 페널티박스 바로 앞에서 뉴캐슬의 패스를 가로 좋은 역습 기회를 만들었다. 쿠냐는 박스 안에 있던 황희찬에게 공을 넘겨줬고, 황희찬은 다시 쿠냐 앞으로 공을 흘려줬다. 황희찬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은 쿠냐는 곧바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슈팅이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뉴캐슬 수문장 포프 골키퍼가 어렵지 않게 잡아냈다.
울버햄프턴은 홈경기 이점을 살려 뉴캐슬 골문을 계속 두드렸지만 선제골을 터트린 건 원정팀 뉴캐슬이었다. 전반 21분 뉴캐슬 공격수 윌슨이 선제골을 넣으면서 팽팽했던 0의 균형을 깨버렸다.
뉴캐슬의 선제골은 울버햄프턴 수문장 사 골키퍼의 실수에서 비롯됐다. 왼쪽 측면에서 고든의 크로스가 높게 올라 왔는데, 이를 잡기 위해 사가 골문을 비우고 나와 점프를 시도했다. 그런데 사는 제대로 잡지 못하면서 공을 놓쳐버렸고, 마침 같은 팀 선수들과 부딪히면서 공을 놓쳤다. 이 때 윌슨이 한 차례 앞으로 밀어넣은 공이 공중에 떴고 윌슨은 멋진 바이시클 킥으로 골대 안으로 집어 넣어 선제 득점을 올렸다.
골키퍼를 대신해 수비수 고메스가 골문 앞에서 윌슨의 1차 슈팅을 몸을 날려 막아냈지만, 세컨드 볼이 다시 윌슨한테 향하면서 2차 슈팅을 허용해 끝내 실점을 막지 못했다.
선제골을 내준 울버햄프턴은 동점을 만들기 위해 공격 템포를 올렸다. 전반 28분 쿠냐가 직접 드리블 돌파를 통해 박스 안까지 공을 운반했고, 박스 왼편에서 과감하게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쿠냐의 날카로운 슈팅은 골대를 향해 날아갔는데, 이를 포프 골키퍼가 손끝으로 쳐내는 멋진 선방을 보여줬다.
전반 35분엔 황희찬과 함께 울버햄프턴 공격을 이끌고 있는 또 한 명의 에이스 네투가 박스 오른편에서 수비수를 한 번 제친 뒤 왼발 슈팅을 달렸는데, 이 슈팅도 잉글랜드 국가대표 주전 수문장인 포프가 위로 쳐내면서 막아냈다.
네투 슈팅이 포프 골키퍼 손을 맞고 라인 밖으로 나가면서 코너킥이 주어졌는데, 이 코너킥으로 울버햄프턴은 동점을 만들었다. 전반 36분 코너킥을 얻어낸 네투가 직접 코너킥을 처리했는데, 그가 박스 안으로 올린 공을 미드필더 르미나가 몸을 날려 머리에 맞추면서 골망을 흔들었다.
그 전까지 좋은 선방을 보여주던 포프 골키퍼도 막기 어려운 환상적인 헤더 동점골이었다.
전반전 정규시간 종료를 앞두고 울버햄프턴은 페널티킥을 내주면서 실점 위기를 맞이했다. 황희찬이 내줬다. 울버햄프턴 선수들은 뉴캐슬의 코너킥을 막아냈는데, 황희찬이 박스 안에서 공을 밖으로 걷어내려는 찰나에 뉴캐슬 수비수 셰어가 달려와 공을 건드린 뒤 황희찬 발에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울버햄프턴 선수들은 즉각 항의했고 비디오 판독(VAR)까지 가동됐으나, 판정 변화는 없었다. 그대로 뉴캐슬의 페널티킥이 인정됐다.
뉴캐슬은 페널티킥 키커로 선제골 주인공인 윌슨을 내세웠다. 윌슨은 왼쪽 구석을 향한 슈팅을 날렸는데, 슈팅이 골대를 맞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면서 뉴캐슬의 다시 앞서가는 골로 이어졌다. 사 골키퍼가 슈팅 방향을 읽었지만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전반 추가시간에 실점을 허용한 울버햄프턴은 전반전을 1-2로 마치면서 다시 뉴캐슬을 추격하는 상황에 처했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실점의 빌미를 내준 황희찬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후반 24분 후방에서 날아온 침투 패스를 받기 위해 전방으로 쇄도하던 황희찬은 뉴캐슬 수비수 러셀러스로 인해 넘어지면서 반칙과 경고를 유도해냈다.
황희찬이 얻어낸 프리킥은 결국 울버햄프턴 동점골의 시발점 역할이 됐다. 박스 안으로 들어온 프리킥을 포프 골키퍼가 밖으로 쳐냈는데, 울버햄프턴이 이를 다시 박스에 다시 밀어넣었다. 이 때 황희찬이 공을 잡았다.
황희찬은 침착하게 왼발 슈팅을 날리는 모션을 치하며 상대 수비수의 슬라이딩 태클을 유도했다. 이를 통해 수비수를 한 명을 완벽하게 제친 뒤 니어 포스트를 노린 반박자 빠른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면서 스코어 2-2를 만드는 동점골을 터트렸다.
동점골을 터트린 후 황희찬은 무릎 슬라이딩 세리머니를 펼치면서 동료들과 홈팬들과 함께 득점을 자축했다.
황희찬의 동점골이 터진 후 울버햄프턴은 기세를 몰아 역전골까지 도전했지만 후반 31분 네투가 질주하는 과정에서 허벅지를 붙잡고 쓰러지는 악재를 맞이했다. 결국 네투는 들것에 실려 경기장 밖으로 후송됐다.
울버햄프턴은 끝내 역전골까지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황희찬의 동점골로 프리미어리그 강호 뉴캐슬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점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이날 골로 황희찬은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공동 5위가 됐다. 맨시티 괴물 공격수 엘링 홀란이 9골, 손흥민이 8골을 기록한 가운데 이날 두 골을 쓸어담은 윌슨과 리버풀 간판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가 나란히 7골을 챙겼다. 이어 황희찬이 알렉산더 이사크(뉴캐슬), 브라이언 음뵈모(브렌트퍼드)와 함께 6골을 터트리며 득점 공동 5위에 자리잡았다. 황희찬인 리그컵에서도 한 골을 넣은 적이 있어 시즌 총 득점은 7골이다.
이번 시즌 10경기에 출전한 6골은 황희찬의 울버햄프턴 입단 뒤 프리미어리그 최다골 기록이기도 하다. 지난 2021년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울버햄프턴에 임대 이적한 황희찬은 입단 첫 시즌인 2021/22시즌 5골을 기록하면서 연착륙에 성공했다. 하지만 직전 2022/23시즌엔 27경기에 나서 3골에 그쳤다. 지난 시즌엔 햄스트링 부상 등 다치는 일이 많아 황희찬도 교체로 뛰는 경기들이 많았다. 리버풀전에서 골을 넣은 뒤 부상을 당해 아예 한국까지 와서 치료를 하고 돌아갔다.
그런데 올 시즌엔 10경기 만에 6골을 터트리며 시즌이 30%도 진행되지 않은 시점에서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시즌 최다골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중거리슛이나 무모한 슛보다는 위치 선정을 잘 한 뒤 간결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왼발과 오른발을 두루 잘쓰는 한국 공격수 특유의 이점도 크다.
황희찬은 뉴캐슬전을 마친 뒤 "페널티킥을 허용해 슬펐고 팀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다"며 "전반전이 뒤 동료들이 끝난 뒤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신뢰를 줬다. 후반에 골을 넣고 팀에 도움을 줘 행복하다"고 했다. 페널티킥 판정에 대해선 거론하는 것 자체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공을 걷어내려고 했다. 그런데 누군가 공을 막는 것을 봤다. 그 후로 멈췄고, 상대 선수가 나를 건드린 것 같았는데 페널티킥이 주어져 윌슨이 득점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오닐 감독은 "황희찬의 멘털과 의지, 그리고 집중력을 회복하는 능력에는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황희찬에게 찬사를 보냈다.
이어 "명백히 위협적인 공격수다. 또한 그가 골을 넣는 것은 명백하게 우리 팀에게 큰 플러스 요인이다. 오늘 또한 중요한 골을 넣어줬다"며 황희찬의 활약상에 대호평을 보냈다.
황희찬은 이반 시즌 들어 약점인 골결정력을 완전히 해결하면서 프리미어리그의 신흥 공격수 이미지를 굳히고 있다.
황희찬은 이미 올 시즌 뛰어난 골 전환율을 보여주며 맹활약을 수치상으로도 확인받은 바 있다. 프리미어리그는 지난 15일 공식 SNS를 통해 "황희찬은 올 시즌 득점 선수권 선수들 중 골문 앞에서 가장 깔끔하다"라며 황희찬의 골 전환율을 공개했다. 프리미어리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5골 이상 득점에 성공한 선수들 가운데 슈팅 대비 득점 전환율이 무려 41.7%를 기록한 황희찬이 1위를 차지했다. 당시 황희찬이 프리미어리그 5골을 기록할 때였다.
황희찬에 이어 이사크(33.3%), 손흥민(26.1%)이 2위와 3위에 자리했고,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홀란은 25%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황희찬은 당시까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총 12개의 슈팅을 시도해 5개를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황희찬은 지난달 9일 애스턴 빌라전 득점으로 공식전 3경기 연속 득점을 터트린 이후엔 울버햄프턴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축구 통계매체 '옵타(Opta)'는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에서 5경기 연속으로 득점에 관여한 최초의 울버햄프턴 선수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홈 경기에서도 골을 넣으면서 역사를 계속 다시 쓰고 있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리그 37라운드 마지막 홈 경기였던 에버턴전을 시작으로 올 시즌 팀의 첫 홈경기였던 리그 2라운드 브라이턴전에도 득점을 터트렸다. 이후 리버풀을 상대로도 네투의 크로스를 받아 선제골을 터트리며 홈 3경기 연속골에 성공했으며, 맨시티전에서는 홈에서 팀에 승리를 안기는 결승골까지 기록했다. 애스턴 빌라전 선제골까지 최근 5번의 리그 홈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황희찬의 득점이 없었던 경기는 한 차례도 없었다.
다만 황희찬은 이러한 기록에도 불구하고 애스턴 빌라전에서 승리하지 못하자,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쉽게 홈에서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양 팀 모두 잘 싸웠다. 매우 힘들었지만, 동시에 매우 중요한 승점을 얻었다"라며 "우리 팀은 매 순간 다음 경기만 생각하고 있다. A매치 기간을 가진 뒤 휴식을 취하고 돌아올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더니 지난 22일 본머스전에선 어시스트를 뽑아내며 공격포인트 행진을 계속했고, 이번 뉴캐슬전에선 전반 페널티킥 허용에 따른 멘털 붕괴 양상에도 동점포를 꽂아넣으며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팀인 뉴캐슬전에서 귀중한 승점 1점의 주역이 됐다.
황희찬은 이달 초엔 세계적인 명장인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극찬을 받으면서 화제가 됐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1일 맨시티전에서 황희찬이 골을 넣어 울버햄프턴 승리를 이끌자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Hwang(황)'이라고 분명히 발음하며 울버햄프턴 승리에 축하를 보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황과 마테우스 쿠냐 같은 선수들에게 공이 전달된 후 계속 돌파를 허용하면 위험하다"며 "충분히 선수들에게 경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울버햄프턴 선수들은) 강하다"고 전하며 승자를 향한 박수를 보냈다.
경기 뒤 과르디올라 감독의 "황" 발음을 주목할 만하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불과 하루 전 울버햄프턴 원정 사전 기자회견에서는 "울버햄프턴에는 퀄리티가 좋은 선수들이 많다"며 "페드루 네투, 마테우스 쿠냐, 그리고 그 한국인 선수는 정말 훌륭하다"고 전했기 때문이다. "그 한국인 선수(The Korean guy)"는 울버햄프턴에서 뛰는 유일한 한국인 황희찬을 가리킨다. 경기 전 황희찬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그 한국인 선수"라고 불렀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지만, 황희찬의 놀라운 활약 이후에는 그의 성을 정확히 발음하며 그가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이 충분히 기억에 남는다는 점을 암시했다.
과르디올라 감독만이 황희찬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6일 울버햄프턴과의 리그 5라운드 경기를 앞뒀던 리버풀 사령탑 위르겐 클롭 감독 또한 "황(희찬)이나 샤샤 칼라이지치 같은 좋은 선수들은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위협적이다"라고 전하며 '황소' 황희찬의 아성을 간접적으로 증명한 바 있다.
손흥민 등 한국 선수와 친분이 있는 클롭 리버풀 감독은 "황"이라고 정확히 발음했다.
클롭 감독은 지난달 16일 두 팀 맞대결 앞두고 열린 사전 기자회견에서 "프리미어리그 여느 원정경기와 마찬가지겠지만 울버햄프턴 원정경기도 기피하고 싶다"며 "'승점 잘 쌓아두었으니까 원정 경기에 부담이 없을 거야'라는 말은 당치도 않다"며 각오를 다졌다. 그는 이어 "(울버햄프턴이) 지난 여름 마테우스 누네스 등 중요 자원들을 잃어버린 것은 맞다. 그럼에도 그들의 선수단을 보면 '정말 좋은 팀이구나' 싶다"고 했다.
그러더니 '황'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클롭 감독은 "울버햄프턴 선수단 면면을 살펴보면, 황(희찬)이나 사샤 칼라이지치같은 (위협적인) 선수들은 선발로 출전하지도 않음에도 불구하고 페드루 네투 같은 좋은 선수들이 많다"며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경기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며 그에 따라 준비하겠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승점 노리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울버햄프턴은 지난 여름 맨시티로 보낸 마테우스 누네스 외에도 후벵 네베스, 다니엘 포덴스, 주앙 무티뉴 등 핵심 자원들과 코너 코디, 곤살로 게드스 등의 준주전급 자원들을 줄줄이 내보내 전력에 큰 공백이 생겼다. 선수단 대거 이적에 스페인 출신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항의하다 경질되고 개리 오닐 감독이 부임할 정도였다. 클롭 감독 생각은 다르다. 황희찬을 비롯해 마리오 레미나, 마테우스 쿠냐, 파블로 사라비아 등은 아직 남아 있어 쉬운 경기를 펼칠 것이란 생각은 오산임을 알렸다. 황희찬은 실제로 리버풀전 전반 7분 만에 선제골을 넣어 몰리뉴 경기장으로 온 원정팀을 위기에 빠트렸다.
지난 시즌 FA컵 리버풀전에서도 황희찬이 골을 넣은 적이 있고 이 때 리버풀이 결국 탈락했기 때문에 클롭 감독 입장에선 황희찬이 경계대상이었다.
한편, 과르디올라 감독이 황희찬에게 한 방 얻어맞자 SNS 등에서는 이를 풍자하는 글도 넘쳐나고 있다. "코리안 가이라고 부르더니 한 골 내줬다", "이제는 황을 똑바로 발음하게 될 것 같다"는 반응 등이 줄을 이었다.
경기 내에서만 그의 활약이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황희찬은 팬서비스로도 울버햄프턴 최고의 선수라고 인정받았다. 영국 매체 '몰리뉴 뉴스'는 "맨시티전 결승골을 넣은 황희찬의 현명한 제스처"라며 황희찬에 대해 보도했는데 "황희찬은 울버햄프턴이 맨시티에게 시즌 첫 패배를 안겨준 시간의 영웅이었다. 그는 경기 후 경기장 밖에서도 클래스를 선보였다. 그는 한국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다시 한번 품격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라고 전했다.
이어 "울버햄프턴은 황희찬이 경기 후 한국 팬들을 만나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팬들을 경기장으로 부르고,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사인을 하는 모습이 영상에 담겼다. 황희찬이 이런 것은 처음이 아니다. 황희찬은 프리시즌에도 비가 쏟아지는 홈구장에서 팀이 루턴 타운과 0-0 무승부를 거둔 이후 팬들에게 오래 인사를 건넸다"라며 황희찬의 태도를 칭찬했다.
울버햄프턴은 이런 황희찬 바람에 힘입어 최근 구단 공식 판매 사이트에 새 상품을 게시했다. 울버햄프턴이 야심 차게 내놓은 새 상품은 다름 아닌 황희찬 티셔츠였다.
중앙에 황희찬의 이름과 얼굴이 그려져 있는 티셔츠였는데, 눈에 띄는 점은 황희찬 얼굴 아래에 '우리들의 코리안 가이(Our Korean Guy)'라고 적힌 문구였다. 제품 이름도 '황희찬-우리들의 코리안 가이 티셔츠'였다.
황희찬은 이달 중순 A매치 기간 중 관련 질문을 받고는 "경기 전에 내 이름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 그런 것일 수 있다"며 "항상 경기 전에 부정적인 이야기가 있건, 긍정적인 이야기가 있건 나의 경기력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항상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사실 순간적으로 이름이 생각 안 났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세계 최고의 감독님이 실력적인 부분에서 언급해 준 것이기 때문에 영광으로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자신감을 얻고 경기에 임했던 것 같다. 유럽 쪽에서 반응이 더 많이 있었던 것은 확실했던 것 같다"며 자신의 이름을 잘 각인한 것에 만족하는 반응을 드러냈다.
그런 자부심에 어울리는 플레이를 한국을 다녀오고 나서도 계속 선보이고 있다. 강팀 뉴캐슬과의 경기에서 황희찬의 흔들리지 않는 득점 의지가 잘 드러났다. 프리미어리그 중반에 접어들었음에도 코리안 가이 돌풍이 멈추지 않을 조짐이다.
사진=PA Wire/연합뉴스, 울버햄프턴, 뉴캐슬 SNS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