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최원영 기자) 씁쓸한 결과다. 남자핸드볼마저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 그것도 11점 차로 졌다.
홀란두 프레이타스 감독이 이끄는 남자핸드볼 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남자핸드볼 아시아예선 준결승에서 일본에 23-34(9-15 14-19)로 충격패했다.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의 꿈이 좌절됐다. 이번 대회에선 우승팀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준우승팀에게 2024년 3월로 예정된 올림픽 세계예선 출전권을 부여한다. 한국은 결승에도 오르지 못하며 두 가지 선택지를 모두 놓쳤다.
한국 남자핸드볼은 1984년 LA 대회부터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까지 3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올랐다. 1988년 서울 대회에선 유럽 강팀들을 연파하며 은메달을 따기도 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때 티켓을 놓쳤다가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2012년 런던 대회까지 4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총 7회 출전을 기록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 본선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더니 지난 2020 도쿄 올림픽(2021년 개최) 예선에선 아시아 2위, 세계 3위로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파리 대회까지 3회 연속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
일본에 패해 아쉬움이 더 크다. 이번 경기 전까지 한국은 공식 대회 역대 전적에서 일본에 23승2무3패로 완벽한 우위를 점했다. 최근 4경기에서도 3승1무를 기록 중이었다. 그러나 중요한 길목에서 패배를 떠안았다. 2016년 아시아남자선수권대회 조별리그 맞대결 이후 7년 만이다.
이번 대회서 한국은 조별리그 A조에 속했다. 아랍에미리트에 29-23, 사우디아라비아에 29-27, 인도에 46-19로 승리한 뒤 카타르에 25-39로 패했다. 중국을 28-23으로 제압하며 4승1패를 기록, A조 2위로 준결승에 올랐다.
일본전서는 전반 계속된 패스 미스 등 실수를 저지르며 끌려갔다. 후반에도 연속 실점을 허용하는 등 점수를 만회하지 못했다. 이현식(SK호크스)이 팀 내 최다인 7골을 터트렸고 조태훈(두산)이 5골로 뒤를 이었다. 골키퍼 김동욱(두산)은 4세이브, 방어율 12.9%를 기록했다.
경기 후 프레이타스 감독은 "슈팅에서 정확도가 떨어졌다. 후반 초반에도 많은 실수를 했다"며 "확실한 노 마크 찬스에서 슛 실수가 있었다. 반면 일본은 쉬운 슛들을 착실하게 성공시키며 점수 차가 많이 벌어졌다"고 패인을 짚었다.
이어 "그 차이를 후반전에 극복하지 못했다. 공격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들을 시도해봤지만 실수로 인해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며 "엠프티 골(골키퍼 없이 코트 내 전원이 공격하는 전술)을 많이 허용했다. 실수가 반복되면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었고 전반적으로 모든 게 잘 안 풀렸다"고 덧붙였다.
개선점에 관한 질문에 프레이타스 감독은 "대회 전 4강이 1차 목표였다. 예선에선 상대팀들이 아시아 최고 수준의 나라들이 아니라 우리의 전력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힘들었다"며 "일본전에서 안 좋은 모습이 나왔다. 슈팅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지면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답했다.
이날 3골을 넣은 김진영(대한핸드볼협회)은 "초반에 준비했던 전술이 하나도 안 통했다. 수비에서 흔들렸고 공격에서도 실수가 너무 많았다"며 "백코트도 못 하고 노 마크에서도 점수가 벌어져 따라가기 어려워진 듯하다. 공 간수를 제대로 해야 했는데 우리끼리 급해져 실수가 계속 나왔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일전이 주는 심리적 부담감도 있었을까. 그는 "선수들에게 그런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국제경쟁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진영은 "신체적인 조건이 많이 부족한데 스피드와 체력 면에서도 밀리니 경기 흐름을 따라갈 수 없었다. 스피드와 체력을 많이 보완해야 할 것 같다"며 "팬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다. 잘 준비해 (3~4위전인) 카타르전에서는 꼭 이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연빈(두산)은 "전반적으로 우리의 실력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실책이 많아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갔고 그래서 패한 것 같다"며 "우리도 이 정도까지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 아쉬운 경기력 때문에 아쉬운 경기를 한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우리만의 핸드볼을 해야 하는데 자꾸 상대를 쫓아가려 하다 보니 어려운 경기를 한 듯하다"며 "대표팀을 믿고 끝까지 응원해 주시면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 드리겠다"고 전했다.
한국 스포츠는 구기 종목 중 국제경쟁력이 가장 강하다는 핸드볼마저 최근 일본에 패하는 상황을 맞았다. 올림픽 2회 우승, 6회 메달 획득에 빛나는 여자핸드볼은 지난 8월 파리올림픽 아시아 예선 결승에서 일본을 상대로 25-24, 한 골 차로 이겼다. 하지만 이달 초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선 19-29, 10점 차로 대패하는 수모를 겪었다.
사진=대한핸드볼협회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