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유준상 기자) 홈에서 2연패를 당한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적지에서 반격의 서막을 알렸다.
휴스턴은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일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2023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7판4선승제) 3차전에서 텍사스 레인저스를 8-5로 꺾고 시리즈 첫 승을 신고했다.
반면 텍사스는 3연승을 기록했다면 월드시리즈 진출 확률을 97.4%까지 높일 수 있었지만, '에이스' 맥스 슈어저의 부진으로 계획대로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올해 텍사스의 가을야구 전승 행진에도 마침표가 찍혔다.
▲양 팀 선발 라인업
-휴스턴: 호세 알투베(2루수)-마이클 브랜틀리(좌익수)-알렉스 브레그먼(3루수)-요르단 알바레즈(지명타자)-호세 아브레우(1루수)-카일 터커(우익수)-마우리시오 듀본(중견수)-제레미 페냐(유격수)-마틴 말도나도(포수), 선발투수 크리스티안 하비에르
-텍사스: 마커스 시미언(2루수)-코리 시거(유격수)-에반 카터(좌익수)-아돌리스 가르시아(우익수)-요나 하임(포수)-미치 가버(지명타자)-나다니엘 로우(1루수)-조시 영(3루수)-레오디 타베라스(중견수), 선발투수 맥스 슈어저
▲분위기는 텍사스, 변수는 슈어저
거침없는 상승세로 모두를 놀라게 만든 텍사스 레인저스는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 디비전시리즈를 전승으로 통과한 데 이어 챔피언십시리즈에서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게다가 휴스턴 원정에서 거둔 2연승이라 의미가 더 컸다.
월드시리즈 진출까지 2승만을 남겨두게 된 텍사스는 이왕이면 홈에서, 최대한 빠르게 시리즈를 끝내길 원했다. 3차전에서 '에이스' 슈어저를 선발로 꺼내들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슈어저의 등장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슈어저는 지난달 13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과 선발 맞대결을 치른 뒤 한 달 넘게 실전 등판을 소화하지 못했다. 회복 및 훈련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렸으나 떨어진 실전감각을 회복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초반부터 몰아붙인 휴스턴, 견디지 못한 슈어저
앞선 두 경기에서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휴스턴은 경기 초반부터 슈어저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2회초 몸에 맞는 볼과 볼넷, 안타로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은 뒤 2사 만루에서 슈어저의 폭투 때 3루주자 알바레즈가 홈을 밟아 팀에 선취점을 안겼다.
여기에 타석에 서 있던 말도나도가 2사 2·3루의 기회를 2타점 적시타로 연결, 3루주자 터커 터커와 2루주자 듀본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본인은 추가 진루를 노리다가 2루에서 태그 아웃됐으나 이 안타로 빅이닝을 완성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3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선 알투베가 볼카운트 1-2에서 슈어저의 5구째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4회초 듀본의 1타점 적시타까지 터져나오면서 두 팀의 격차는 5-0까지 벌어졌고, 결국 텍사스는 5회초에 앞서 코디 브래드포드를 마운드에 올렸다. 결과적으로 슈어저를 믿은 텍사스의 선택은 실패였다.
▲영의 투런포로 시동 건 텍사스, 6회는 호수비로 '장군멍군'
4회말까지 하비에르를 공략하지 못한 텍사스는 5회말 홈런과 함께 첫 득점을 기록했다. 주인공은 영이었다. 2사에서 로우가 안타로 출루한 뒤 영이 볼카운트 1-2에서 하비에르의 슬라이더를 밀어쳐 오른쪽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터트렸다. 홈런 한 방에 두 팀의 거리는 3점 차까지 좁혀졌다.
6회에는 두 팀의 호수비가 팬들을 열광케 했다. 텍사스 중견수 타베라스가 6회초 선두타자 알바레즈의 홈런성 타구를 점프 캐치로 건져내면서 홈런을 저지했다. 타베라스가 포구를 시도하지 않았거나 타구를 잡지 못했다면 그대로 홈런이 되는 타구였다.
6회말 득점권 위기를 맞이한 휴스턴도 수비에서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헥터 네리스로 투수가 바뀐 이후 2사 2루에서 좌익수 브랜틀리가 집중력을 잃지 않고 가르시아의 장타성 타구를 잡아내며 실점을 막아냈다.
▲승기 굳힌 휴스턴, 희망의 끈 놓지 않았던 텍사스
실점 위기를 넘긴 휴스턴은 7회초 알바레즈의 2타점 적시타, 8회초 페냐의 1타점 적시타로 승기를 굳혔다. 실점 속에서도 추격의 불씨를 살리려고 했던 텍사스는 7회말 영의 투런포와 8회말 가르시아의 1타점 적시타로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지만, 경기의 결과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멀티홈런을 친 영은 혼자서 4타점을 쓸어담았다.
하지만 반전은 없었다. 휴스턴은 추가 실점 없이 8회말을 마쳤고, 9회말 3점 차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등판한 투수는 휴스턴의 마무리 라이언 프레슬리였다. 프레슬리는 선두타자 가버의 볼넷 이후 로우의 삼진과 영의 병살타로 이닝을 매듭지으면서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지난 2경기 동안 도합 4득점에 그친 타선이 무려 8점을 뽑아내면서 텍사스의 추격을 뿌리쳤고, 선발 하비에르 이후 등판한 불펜투수들도 실점을 최소화하며 승리에 힘을 보탰다. 타선에서는 홀로 3안타를 몰아친 듀본과 안타 1개 포함 4출루 활약을 펼친 터커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반격 시작 휴스턴, 2연승으로 균형 맞출까
휴스턴은 최근 수년간 가을야구 경험을 가장 많이 했던 팀으로, 누구보다도 단기전의 특성을 잘 알고 있다. 그만큼 휴스턴은 분위기를 한 번 타게 된다면 시리즈 전체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팀이다. 어느 팀이든 단기전에서 휴스턴을 만나는 것에 대해 껄끄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친김에 휴스턴은 4차전까지 승리하면서 2연승과 함께 시리즈 전적을 2승2패로 만들려고 한다.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한 차례 선발로 나와 5⅔이닝 2실점을 기록한 호세 우르퀴디가 선발 중책을 맡았다.
이에 맞서는 텍사스는 앤드류 히니를 선발로 내세웠다. 올해 정규시즌 성적은 34경기 147⅓이닝 10승 6패 평균자책점 4.15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는 한 경기 선발로 등판해 3⅔이닝 1실점을 기록한 바 있다.
텍사스로선 20일 경기를 내주게 된다면 5차전 결과에 관계없이 무조건 휴스턴의 홈구장인 미닛메이드파크로 발걸음을 옮겨야 한다. 텍사스의 팀 내 구성원 모두가 원치 않는 시나리오다. 휴스턴이 2연승으로 시리즈를 길게 끌고갈지, 아니면 텍사스가 이번 시리즈 3승째를 올리면서 3차전의 아쉬움을 만회할지 주목된다.
한편 하루 휴식을 취한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도 계속 진행된다. 두 팀은 20일 20일 애리조나의 홈구장인 체이스필드에서 3차전을 치른다. 필라델피아 레인저 수아레즈와 애리조나 브랜든 팟이 선발투수로 출격한다.
▲양 팀 투수 성적
-휴스턴: 크리스티안 하비에르(85구, 5⅔이닝 3피안타 1볼넷 3탈삼진 2실점)-헥터 네리스(19구, 1⅓이닝 2피안타 1탈삼진 2실점)-브라이언 아브레우(17구, 1이닝 1피안타 1볼넷 1실점)-라이언 프레슬리(13구, 1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
-텍사스: 맥스 슈어저(63구, 4이닝 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5실점)-코디 브래드포드(11구, 1⅓이닝 무실점)-스트래튼(19구, 1이닝 2피안타 1볼넷 2실점)-윌 스미스(12구, ⅓이닝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존 그레이(15구, 1이닝 2피안타 1볼넷 1실점)-마틴 페레즈(18구, 1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
▲양 팀 주요 타자 성적
-휴스턴: 호세 알투베 5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 요르단 알바레즈 4타수 2안타 2타점 / 호세 아브레우 5타수 1안타 1득점 / 카일 터커 2타수 1안타 3볼넷 2득점 / 듀본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 마틴 말도나도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
-텍사스: 마커스 시미언 3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 / 에반 카터 4타수 1안타 / 아돌리스 가르시아 4타수 1안타 1타점 / 나다니엘 로우 4타수 2안타 2득점 / 조시 영 4타수 2안타(2홈런) 4타점
사진=AP, AFP, EPA/연합뉴스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