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수원, 최원영 기자) 역전극의 비결은 선수들의 마음에 있었다.
남자프로배구 KB손해보험은 17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1라운드 한국전력과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7 23-25 25-21 26-24 15-11)로 신승을 거뒀다. 먼저 두 세트를 내주고도 끈질기게 따라붙어 역전승을 완성했다.
경기 초반 리시브가 크게 흔들렸다. 결국 팀 리시브 효율 29.67%-51.69%로 열세를 기록했다. 대신 공격성공률에서 51.20%-52.89%로 대등한 수치를 선보였다. 블로킹에선 14-7로 압도했다. 서브에선 6-6으로 동률을 이뤘다.범실은 상대(30개)보다 1개 많은 31개였다.
아포짓 스파이커 안드레스 비예나(등록명 비예나)가 펄펄 날았다. 서브 5개, 블로킹 5개, 후위공격 14개 포함 양 팀 통틀어 최다인 41득점(공격성공률 55.36%)을 쌓았다. 시즌 첫 경기부터 트리플크라운(한 경기 서브·블로킹·후위공격 각 3개 이상 성공)을 선보였다.
아웃사이드 히터진에선 황경민이 20득점(공격성공률 62.50%), 리우훙민이 블로킹 1개를 얹어 9득점(공격성공률 42.11%)으로 힘을 보탰다.
한국전력에선 아웃사이드 히터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가 서브 3개, 블로킹 1개를 묶어 팀 내 최다인 25득점(공격성공률 47.73%)을 기록했다. 범실은 12개였다.
미들블로커 신영석이 블로킹 2개를 곁들여 16득점(공격성공률 73.68%), 아포짓 스파이커 서재덕이 서브 1개, 블로킹 1개 포함 16득점(공격성공률 58.33%)을 올렸다.
경기 후 후인정 KB손해보험 감독은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은 게 제일 컸다. 예전엔 1, 2세트 박빙 승부를 펼치다 지면 3세트에도 무너졌다. 이제는 아니다"며 "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좋아졌다는 것을 느낀다. 경기를 끌고 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걸 선수들 스스로 알게 된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세터 황승빈과 비예나의 호흡이 잘 맞는다. 비예나는 워낙 공을 잘 때려준다"며 "황경민의 몸 상태도 최고로 좋다. 선수들이 지고 있어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힘줘 말했다. 지난 시즌까지 우리카드 소속이었던 황승빈은 올해 5월말 트레이드를 통해 아웃사이드 히터 한성정과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KB손해보험에 새 둥지를 틀었다.
2세트까지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한국전력의 리시브 효율을 3세트부터 다소 떨어트렸다. 후 감독은 "1, 2세트 때는 선수들에게 약속한 서브를 넣으라고 했다. 서재덕이 1번 자리에 있으면 그곳을 공략하라고 했다"며 "두 세트를 내주고 난 뒤 선수들에게 강한 서브를 주문했다. 부담 갖지 말고 할 수 있는 서브를 때리라고 했는데 적중했다"고 전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후 감독은 비예나의 컨디션이 80%라고 언급했다. 비예나는 스페인 대표팀 소속으로 뛰다 종아리 근육 부상을 안고 입국했다. 국내 병원에서 큰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받았지만 훈련을 온전히 소화하진 못했다. 그럼에도 멋진 활약을 펼쳤다.
후 감독은 "이렇게 해주면 만족하지 않을 감독이 어디 있나. 본인 말로는 80%라고 하는데, 100%가 되면 어떨지 나도 두렵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비예나는 스스로 몸이 안 좋다고 해도 경기에 들어가면 팀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뛴다. 그래서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황경민의 공격력이 좋아진 것도 눈에 띈다. 후 감독은 "황승빈과의 리듬, 타이밍이 정말 잘 맞는다. 그래서 공격력이 많이 살아난 듯하다"고 언급했다.
아시아쿼터 외인 리우훙민이 첫선을 보였다. 후 감독은 "한 경기로 판단하긴 어렵다. 우리는 리우훙민에게 공격보다는 리시브, 수비, 블로킹을 원한다"며 "그쪽에 분명히 강점이 있는 선수다. 공격적인 면까지 더 다듬으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고 말했다.
선발 미들블로커로 한국민과 최요한을 기용했다. 한국민은 아포짓 스파이커에서 미들블로커로 포지션을 바꿨다. 최요한은 지난 시즌 신인으로 출전 경험이 거의 없었다. 이날 한국민은 블로킹 3개, 서브 1개 포함 5득점(공격성공률 16.67%), 최요한은 1, 2세트만 뛰며 1득점(공격성공률 33.33%)을 기록했다.
후 감독은 "한국민은 생각한 만큼 해줬다. 최요한은 아직 어리고 이렇게 큰 경기는 처음이었다. 긴장하기도 했고, 무엇인가 보여주기 위한 생각에 힘이 들어갔다"며 "연습게임 때 했던 플레이를 전혀 펼치지 못했다. 그래도 당분간 계속 선발 투입할 생각이다. 김홍정이 뒤를 받쳐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수원, 김한준 기자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