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모든 팀들의 경계를 받고 있는 대한항공이 첫 경기부터 우승후보의 자격을 입증해 보였다.
대한항공은 1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 V-리그 남자부 개막전에서 현대캐피탈을 세트스코어 3-0(27-25 25-22 25-23)으로 제압하고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지난 시즌 상대전적에서 5승1패로 우위를 점한 대한항공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날 경기도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갈지는 미지수였다. 주전이 두 명이나 빠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아웃사이드 히터 정지석과 미들 블로커 김민재가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정지석의 경우 허리 통증이 문제였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회복 정도 및 복귀 시점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매주 상황을 체크 중이다"며 "팀 닥터와 트레이닝 파트에서 정지석의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기존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드러낸 틸리카이넨 감독은 "팀 선수층이 두껍다. 다른 선수들이 완벽하게 정지석을 대신할 수는 없더라도 그 자리를 메울 수 있다"며 "시즌은 길다. 인내심을 갖고 해야 한다"고 정지석의 회복을 기대했다.
1세트 중반까지만 해도 접전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부상 선수들의 여파가 경기력으로 나타나는 듯했다. 그러나 그 우려를 씻어낸 건 정지석 대신 데뷔 첫 개막전 선발 기회를 얻은 정한용이었다. 1세트 후반 아흐메드 이크바이리(등록명 아흐메드)의 공격을 두 차례나 블로킹으로 막아냈고, 대한항공은 듀스 접전 끝에 승리를 맛봤다.
특히 대한항공은 늘 그랬던 것처럼 외국인 선수 링컨 윌리엄스(등록명 링컨)에 의존하기보다는 늘 해 왔던 대로 다양한 공격 패턴을 구사했다. 왼쪽과 오른쪽, 가운데까지 상대의 빈틈을 조금이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2세트와 3세트 모두 점수 차가 컸던 건 아니었지만, 과정 면에서 보자면 계속 주도권을 잡고 있던 팀은 대한항공이었다. 결국 마지막까지 상대의 추격을 뿌리치면서 손쉽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최근 세 시즌 동안 통합 우승을 차지한 대한항공은 올 시즌에도 우승후보 1순위로 손꼽힌다. 지난 11일에 열린 남자부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도 여러 팀들이 대한항공의 독주를 막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개막전 상대 현대캐피탈도 그중 하나였다.
언론과 팬들의 높은 기대치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느끼기에 부담감으로 다가오진 않을까. 경기 전 4연패 도전과 관련한 질문을 받은 틸리카이넨 감독은 "기술적으로 성장해야 그만큼 기록이 오른다. '통합 4연패'라는 새 역사를 쓰는 것에 대해선 목표가 뚜렷하지만, 거기서 중요한 건 어떻게 가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방향성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즌 내내 100%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좋겠지만 그게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이 이번 시즌을 위해서 열심히 준비했을 것이다. V-리그가 강해져야 한국 배구가 강해진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3연패에 안주하지 않은 대한항공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올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전지훈련은 물론이고 실전 연습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국제대회가 차례로 열린 만큼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가 많았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는 게 사령탑의 설명이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우리 팀은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는 데 신경을 쓰기 때문에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이 많은 것에 대해선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며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게 중요하기도 하지만, 비시즌의 또 다른 주제가 있다면 '국제 경험'이었다. 전지훈련도 가고 핀란드 대표팀도 초청했다. 그래서 늘 뭔가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심'은 없다. V-리그 남자부 역사에 새로운 한 획을 그으러 가는 길이 멀고도 험하지만, 대한항공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 일단 첫 단추를 잘 끼웠다.
사진=KOVO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