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장충, 최원영 기자) 자신 있다.
"중앙이 비교적 약해서." 지난 시즌 여자프로배구 GS칼텍스 차상현 감독이 수차례 했던 말이다. 당시 17시즌 차 베테랑 한수지가 미들블로커 한 자리를 지켰지만 남은 한 자리가 취약점이었다. 올 시즌은 다르다. 맏언니 정대영이 가세했다.
미들블로커 정대영은 프로 원년인 2005년부터 코트를 지켰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FA) 자격을 얻어 GS칼텍스로 이적했다. 차상현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우리 팀과 함께하자"고 설득했고 구단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마음이 움직였다. 1년 총액 3억원(연봉 2억5000만원·옵션 5000만원)에 계약했다.
정대영은 1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팬과 함께 킥스마루' 팬 출정식을 앞두고 "팀을 옮겨 설레고 떨린다. 기대감도 있다"며 "올 시즌에는 '중앙이 문제'라는 이야기가 안 나오도록 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시즌 GS칼텍스는 7개 구단 중 팀 블로킹 5위(세트당 2.085개), 속공 6위(공격성공률 35.76%)에 그쳤다. 이번 시즌엔 정대영, 한수지를 비롯해 오세연, 문명화, 윤결 등이 중앙에서 힘을 합친다.
정대영은 "한 자리를 채우기 위해 팀에서 나를 영입한 것이니 책임지고 해야 한다. 아프지 않고 체력이 떨어지지 않으면 실력은 유지할 수 있다. 선수들과 함께 잘해 중앙의 약점을 지우겠다"고 밝혔다.
미들블로커 후배들 중 오세연을 눈여겨봤다. 정대영은 "앞으로 정말 큰 선수가 될 것 같다. 배구를 늦게 시작했지만 조금만 다듬으면 한국을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며 "후배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속공 타이밍, 블로킹 손 모양 등을 알려주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팀 내에 계속 발전할 수 있는, 능력이 보이는 선수들이 많다. GS칼텍스의 미들블로커진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고 확신했다.
포지션과 관계없이 후배들에게 여러 조언을 전하려 했다. 정대영은 "어린 선수들이 먼저, 스스럼없이 내게 다가오더라. 장난도 치며 즐겁게 지내고 있다"며 "선수들이 힘들어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일러줬다. 다들 내게 의지를 많이 해주는 듯하다"고 귀띔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보다 부드럽게 변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신다. 선수들에게 '감독님뿐 아니라 우리도 발맞춰 변해야 한다. 감독님이 잘해주실수록 선수들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팀이 강해진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직접 솔선수범했다. 훈련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기로 유명하다. 정대영은 "운동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한 시즌을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의 훈련이 강한 편이지만 잘 소화했다"며 "무릎 상태도 90% 이상 좋아졌다. 무릎 때문에 훈련에서 빠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번 시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눈을 반짝였다.
새 외인 지젤 실바와는 유대감을 나눴다. 둘 다 '엄마 선수'다. 실바의 딸 시아나는 34개월이 됐다. 정대영의 딸 김보민 양은 중학교 1학년생이다. 정대영은 "출산하고 몇 년 동안 힘들었는데 실바도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이런저런 대화를 통해 친해졌다. 서로에게 힘이 된다"며 "연습게임을 할수록 실바가 좋은 선수라는 것을 느꼈다. 배구를 잘하고 코트를 볼 줄 알면서 테크닉도 갖췄다"고 밝혔다.
아시아쿼터 외인인 세터 아이리스 톨레나다와는 새롭게 호흡을 맞추고 있다. 정대영은 "한 번에 끝나는 플레이일 때는 괜찮은데 랠리 도중에는 소통이 안 됐다. 같이 훈련하며 서서히 적응했다"며 "세터 (김)지원이와도 함께 맞춰가는 단계다"고 전했다.
정대영은 2007~2008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GS칼텍스에 몸담았다. 2007~2008시즌과 2013~2014시즌 각각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뤘다. 그는 "V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챔프전 진출 유력 후보로 아무도 우리 팀을 뽑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자극제가 됐으면 한다"며 "우리도 강팀인데 잘 몰라주시는 것 같다. 초반부터 강하게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 정대영은 "언제까지 배구를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마지막까지 꾸준했던 선수로 남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개인 타이틀은 굳이 욕심내지 않으려 한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사진=GS칼텍스, KOVO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