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잠실, 김지수 기자) 두산 베어스 우완 파이어볼러 이영하가 올 시즌 개인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팀의 준플레이오프 직행 희망을 살려냈다. 최근 몇 년간 정규리그 마지막 순간 웃었던 기억이 많은 만큼 올해도 또 하나의 해피엔딩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두산은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시즌 16차전에서 11-1 대승을 거뒀다. 2연패를 끊고 3위 SSG 랜더스를 1경기, 4위 NC를 0.5경기 차로 뒤쫓으면서 정규리그 잔여 5경기에서 3위 혹은 4위 도약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두산은 이날 벤치의 마운드 운영 전략이 적중했다. 선발투수로 나선 베테랑 좌완 장원준의 뒤로 이영하를 빠르게 붙여 게임 중반까지 최소 실점으로 막는 계산을 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팀이 2-1로 앞선 3회초 2사 1루에서 이영하를 투입했다. 이영하는 박건우를 공 하나로 중견수 뜬으로 잡아내고 쉽게 이닝을 끝마쳤다.
이영하는 4회초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제이슨 마틴-박한결-오영수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KKK' 이닝을 만들었다. 5회초 2사 후 두산 2루수 강승호의 포구 실책으로 2사 1·2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까다로운 타자 박민우를 좌익수 파울 플라이로 처리하면서 실점 없이 5회초를 마쳤다.
이영하는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박건우를 3루수 땅볼, 마틴을 1루수 땅볼로 처리하고 빠르게 아웃 카운트를 늘려갔다. 이영하가 2사 후 박한결에 좌전 안타를 허용하자 두산 벤치는 이영하의 공에 힘이 떨어졌다고 판단, 이병헌으로 투수를 교체했다. 이영하는 3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자신의 몫을 완벽히 해낸 뒤 동료들의 환대 속에 더그아웃으로 복귀했다.
이영하는 49개의 공을 던지면서 직구 최고구속 153km, 평균 150km를 찍으면서 최상의 구위를 뽐냈다. 학교 폭력 가해 의혹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고 지난 6월 팀에 복귀한 이후 1군에서 가장 긴 이닝을 던진 것도 고무적이다.
이영하는 경기 후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게임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게 마운드 위에서 도움이 됐다"며 "5회초가 끝난 뒤 힘이 드는 게 느껴졌는데 (권명철) 투수코치님께서 나중에 쉬게 해줄 테니까 조금만 더 던지자고 하셨다. 6회초에는 다리가 떨렸는데 그래도 마지막에 (박한결에게) 안타를 맞은 건 아쉽다"고 돌아봤다.
이어 "공 끝의 움직임과 스피드를 최근에 많이 신경 썼는데 이 부분은 잘 되고 있어서 만족한다"며 "일단 오늘은 양의지 형 미트만 뚫어져라 보면서 던졌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순위 싸움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두산에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 3번의 우승과 4번의 준우승을 일궈내며 쌓아올린 저력과 경험이 있다고 믿는다.
이영하는 2019 시즌 두산의 극적인 정규리그 우승의 주역이었다.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날 NC와의 경기에 구원등판해 짜릿한 역전승에 기여하고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좋은 추억이 있다.
두산은 2020 시즌에도 키움 히어로즈와 정규리그 최종전을 2-0 승리로 장식하고 극적으로 3위로 점프,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이영하는 이 경기에서 세이브를 따내고 팀의 수호신 역할을 해냈다.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이영하의 존재도 두산에게는 든든하다. 이영하는 포스트시즌 통산 16경기(1선발) 30⅔이닝 4승 1패 2세이브 1홀드의 기록을 쌓았다.
이영하는 "다른 팀들도 많은 순위 경쟁을 해봤지만 우리 팀 멤버들은 그동안 수도 없이 1, 2위를 다퉈봤고 정규리그 막판 가을야구 진출이 걸린 경기를 치른 경험이 많다"며 "이런 부분들이 올해도 시즌 막바지에 우리에게 좋게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가 가지고 있는 공이 다른 투수들보다 더 좋은 공이라고 생각한다. 자신감 있게 내 공을 무기로 잘 쓴다면 큰 경기에서 팀에 보탬이 될 거라고 믿는다"며 "포스트시즌에 나간다면 더 집중해서 좋은 투구를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진=잠실, 박지영 기자/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