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황선홍호한테 고개를 숙인 일본 축구대표팀이 일종의 '정신 승리'를 하려고 하면서 팬들로부터 조롱을 받았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지난 7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황룽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전서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전반 2분 선제 실점하며 끌려갔지만 정우영(슈투트가르트)과 조영욱(김천)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역대 최초로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3연패를 기록한 국가가 됐다.
대회 내내 선제골을 기록했던 대표팀은 이번 경기에서는 경기 시작 1분 20여 초 만에 선제골을 허용하고 끌려갔다. 왼쪽 측면을 빠르게 돌파한 일본 사토 케인이 크로스를 올렸고, 이광연(강원FC)이 쳐냈으나 멀리 가지 못했다. 재차 공을 잡은 일본의 시게미 마사토가 우치노 고타로에게 연결했다. 우치노는 빈 골문으로 정확하게 찔러 넣었다. 이번 대회 대표팀이 기록한 첫 선제 실점이었다.
일격을 맞은 대표팀을 구해낸 건 이번 대회 7골을 터뜨리며 득점 랭킹 1위에 올라있는 정우영이었다. 정우영은 전반 27분 황재원의 크로스를 받아 헤더 동점골을 넣었다. 대회 8호골이었다.
주장 백승호(전북현대)가 박스 안에서 환상적인 개인기로 수비를 녹인 게 주요했다. 대인마크를 벗겨낸 후 중앙으로 내준 패스가 수비에게 끊겨 뒤로 흘렀지만 황재원(대전하나시티즌)이 이를 잡아 크로스를 올렸다. 박스 안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우영이 상대 수비를 이겨내고 머리로 꽂아 넣었다. 분데스리거의 클래스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기세를 올린 대표팀은 후반 초반 조영욱의 역전포가 터지면서 환호했다. 황재원이 하프라인부터 드리블하다가 전방에 배달했고 이 때 정우영이 상대 수비와 몸싸움 끝에 볼을 페널티지역 가운데로 흘려줬다. 이를 조영욱이 어려운 상황에서 잡았으나 기어코 차기 좋은 위치로 만든 뒤 오른발로 차 넣어 2-1을 만들었다.
현역 군인으로 지난 1일 상병 진급을 한 조영욱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조기 전역을 하게 된다. 그야말로 '전역골'을 조영욱이 넣은 것이다.
리드를 잡은 대표팀은 일본과 치열하게 공방전을 펼쳤다. 후반 막바지에는 일본이 결정적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면서 실점 위기를 맞을 뻔 했지만 잘 버텨냈다.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선수들은 그라운드 위에 쓰러졌다. 벤치에 있던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 모두 경기장 안으로 뛰쳐나갔다. 대회 내내 미소를 짓지 못햇던 황선홍 감독도 포효하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로써 2014 인천 대회 우승,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도 일본을 꺾고 우승했던 대표팀은 역대 최초로 아시안게임 축구 3연패를 기록한 팀이 됐다.
반면에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도 결승전 때 한국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던 일본은 다시 한번 한국의 벽을 넘지 못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한일전 결승에 앞서 일본 여자 축구대표팀이 북한을 4-1로 꺾고 금메달을 챙겨 남녀 동반 우승을 노렸기에 아쉬움은 배가 됐다.
일본은 경기 내내 한국의 파상공세를 막는데 급급하면서 결국 5년 전에 이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는데, 패배를 쉽게 납득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국내 축구 팬들의 조롱을 샀다.
경기가 끝나고 일본축구협회는 협회 공식 SNS에 한일전 결과를 게시했는데, 이때 일본 앞에만 'U-22(22세 이하 팀)'를 붙이면서 눈길을 끌었다. 한국은 대한민국의 영문국호인 'Korea Republic'이라고 쓸 뿐, 앞에 U-22을 붙이지 않았다.
한국 팬들은 협회가 굳이, 그것도 일본 앞에만 U-22를 붙인 점을 지적했다. 이를 두고 팬들은 한국이 최상의 전력을 꾸린 반면에, 일본은 어린 선수들로만 명단을 구성해 결승전에서 진 거라고 변명하는 거라고 추측했다.
대회를 앞두고 황선홍호는 금메달을 위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소집했다. 유럽 축구에서 이름을 떨친 이강인(PSG)을 비롯해 정우영, 홍현석(KAA 헨트) 등 해외파들을 소집했고, 설영우(울산현대), 박진섭, 백승호(이상 전북현대)를 와일드카드로 발탁하면서 중원과 수비를 안정화시켰다.
반면에 일본은 와일드카드를 한 명도 뽑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선수들 모두 만 22세 이하인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유럽파는 독일 베르더 브레멘 2군에서 뛰는 사토 케인이 유일하며, 심지어 대표팀 22명 중 10명이 프로가 아닌 대학리그에서 뛰고 있다.
그렇기에 결승전이 시작하기도 전에 한국이 어렵지 않게 우승할 거라는 의견이 대다수였는데, 결승전에서 패하자 일본축구협회가 일본 대표팀 앞에 'U-22'를 붙인 건 일종의 '정신 승리'로 볼 수 있어 팬들의 비웃음을 받았다.
특히 경기 전 라인업을 발표할 때 단순히 일본(Japan)이라고 쓴 점과 한국엔 U-22를 붙이지 않은 점 그리고 U-23 혹은 U-24를 사용하지 않은 점이 '정신 승리' 의혹을 더욱 키웠다. 아시안게임은 본래 만 23세 이하 선수들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로,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인 1년 연기된 점을 고려해 연령 제한을 만 24세로 상향했다.
따라서 마치 한국 선수들만 1군 자원을 기용했고, 자신들은 22세 이하인 어린 선수들로만 한국을 상대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면서 일본축구협회는 한국 팬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사진=일본축구협회 SNS, 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