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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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최고 윙백을 꿈꾼다

기사입력 2006.08.15 11:46 / 기사수정 2006.08.15 11:46

손병하 기자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전망-② 토트넘 홋스퍼-이영표

[엑스포츠뉴스 = 손병하 축구 전문기자] 현란한 헛다리 짚기를 무기로 한 빠르고 확률 높은 오버래핑과 특히 강한 면모를 보이는 공격수 1:1 대인마크 능력, 여기에 강한 체력과 성실한 자세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는 이영표는 잉글랜드 진출 1년 만에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왼쪽 윙백으로 성장했다.

한국인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두 번째로 안착한 이영표는, 국내 선수들 가운데 가장 경기 기복이 없는 선수로 꼽힌다. 강한 체력과 수준 높은 기술을 고루 겸비한 이영표는 공에 대한 집중력도 좋아 어디에서건 제 몫 이상을 해내는 선수이다.

자신의 세 번째 프로팀이 된 토트넘 홋스퍼에서도 이영표는, 꾸준한 경기력을 바탕으로 주전 자리를 놓치지 않으며 토트넘이 지난 시즌 5위를 차지하는데 커다란 공헌을 했다. 아직 리그 최고라고 불려도 손색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진 못했지만, 최소한 어떤 팀이라도 탐낼만한 수준급의 윙백으로 자리매김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수준급 윙백에서 최고 수준의 윙백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는 이영표, 그가 점령할 06/07시즌의 터치라인을 미리 전망해 본다.

이적 시장, 큰 전력 누수는 없었다.

▲ 토트넘 공격의 핵, 로비 킨
ⓒ 토트넘
이번 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은 비교적 출혈이 심한 편이었다. 그것도 미드필드와 공격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마이클 캐릭과 미도의 공백은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였다. 토트넘의 살림꾼 역할을 도맡았던 캐릭의 이적으로 토트넘의 중원 무게감은 현저히 떨어졌고, 최전방에서 마틴 욜 감독의 지지를 받았던 미도의 공백도 만만치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던 선수 보강이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위험했던 과다 출혈은 막을 수 있었다. 미도의 자리엔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21골을 몰아친 불가리아의 저격수 베르바토프가 들어왔고, 지난 독일 월드컵에서 코트디부아르의 중원을 지휘한 조코라 영입에도 성공했다. 또 가려운 부분이었던 윙백에도 에코토를 영입하며 어느 정도 숨통을 틔우게 됐다.

이번 여름 시장에서 더 많은 쇼핑을 할 계획이었던 토트넘으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첼시와 레알 마드리드 같은 거함들이 또 다시 상상 이상의 머니 게임을 했었다는 점과, 세리아에서 터진 승부 조작의 파장으로 이적 시장이 매우 혼탁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다지 나쁘지 않은 여름 쇼핑이었다.

주전급 선수를 둘이나 이적시켰지만 대신 준척급 선수들을 여럿 영입했다는 것은, 비교적 엷은 선수층이 문제였던 토트넘에는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이들이 이번 시즌 토트넘의 한인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거머쥐게 할만큼의 능력을 소유한 선수들인지는 아직 단언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비교적 적절하게 영입한 선수들을 어떻게 기존 선수들과 활용하느냐에 따라서는 180도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해결되지 않은 두 아킬레스건

사고팔았던 이적 시장에서 손익은 조금의 이익을 남겼지만, 정작 가려운 곳을 긁지 못했다는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바로 다비즈와 머피가 분전했던 오른쪽 미드필더와, 지난 시즌 스톨테리로서는 한계를 느꼈던 오른쪽 윙백의 보강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 같은 투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다비즈와 기대했던 만큼 날카롭고 수준 높은 패싱력을 보여주지 못했던 머피가 버티는 왼쪽 미드필더는 어떤 카드를 써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커다란 도움을 주지 못해 왼쪽 측면에 이영표가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고립되는 상황을 자주 초래했다.

여기에 최근 이영표가 두 차례 프리시즌 경기에서 뛰었던 오른쪽 윙백에 대한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봉다를 목표로 꾸준하게 미끼를 던졌지만, 결국 걸려들지 않았다. 지난 시즌 스톨테리의 허약한 수비력 때문에 고생한 토트넘으로서는, 이 오른쪽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8월 말까지 열려있는 이적 시장이 완전히 문을 닫지는 않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행선지를 정한 지금, 토트넘으로서는 사실상 프리시즌에 보여주었던 멤버들로 꾸려나가야 한다.

지난 시즌 막판 아스널에게 4위 자리를 빼앗기며 꿈에 그리던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놓쳤던 가장 큰 이유는, 왼쪽 미드필더와 오른쪽 윙백의 아쉬움과 엷은 선수층 때문이었다. 가려웠던 부분을 제대로 긁지 못한 토트넘이 이번 시즌 쉽지 않은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표는 마틴 욜 감독의 제 1옵션

▲ 토트넘의 제 1옵션, 이영표
ⓒ 토트넘
최근 토트넘이 지난 시즌 이영표가 뛰었던 왼쪽 윙백 자원으로 에코토를 영입하면서, 국내에서는 이런저런 위기설이 나돌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마땅한 경쟁자가 없어 무난한 주전을 보장받았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이제, 본격적인 경쟁이 필요하다는 관점에서였다. 하지만, 이영표는 팀 내에서 마틴 욜 감독의 신뢰를 가장 많이 받는 선수이다.

그가 최근 치러진 두 경기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뛰었다는 것은 에코토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이 아니라, 왼쪽과 오른쪽 어디에서든 제 몫을 해주는 이영표에 대한 확실한 믿음에서 출발한 전술이었다.

왼쪽의 에코토나 오른쪽의 스톨테리 모두 이영표보다 뛰어난 기량을 소유하지는 않았다. 화려한 개인기를 소유한 스톨테리의 경우 수비력에서 약점을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공수 전환에서부터 문제점을 나타내고 있다. 에코토도 활동 범위가 넓긴 하지만, 아직 확실하게 검증되지 않았고 공격력이 아쉽다.

따라서 이번 시즌 이영표는 왼쪽과 오른쪽을 오가며 시즌을 치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는 기본적으로 두 윙백 후보들의 기량이 출중하지 않고, 그들의 경기력 편차 또한 심한 편이기 때문이다. 특히 스톨테리의 경우 당일 컨디션에 따라 보이는 경기력은 눈에 띌 정도다.

이영표는 마틴 욜 감독의 ‘윙백 제 1옵션’으로 가려운 곳을 긁으며 고군분투할 가능성이 크다. 한곳에 역량을 집중할 수 없는 이영표 개인에게는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토트넘 입장에서는 이영표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 외엔 딱히 묘수가 없다.

아쉬웠던 지난 시즌

지난 05-06시즌. 이영표에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그의 움직임을 지원할 짝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에 있었다. 가장 많이 호흡을 맞췄던 다비즈의 경우, 이영표의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살리지 못했고, 머피도 패스의 타이밍을 자주 놓치며 이영표의 움직임을 의미 없이 만들어 버렸다.

또, 과거 PSV시절 로벤과 짝을 이뤄 보이던 과감하고 환상적인 사이드 돌파가 많이 줄어든 점도 아쉬웠다. 이는 이영표 개인의 문제점이라기보다는 4-4-2를 사용하는 토트넘의 전술상, 그리고 중앙 공격수의 성격이 강한 미도, 로비 킨, 저메인 데포 등으로 짜졌던 토트넘의 공격진에서 탁월한 윙 플레이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는 측면을 허무는 장기를 가진 이영표가 공격진에서 혼자 플레이 하게 만들었고, 미드필더에서부터 많은 시간과 과정을 통과하게 만들었다. 결국, 한순간의 효과적인 움직임이 빛을 발휘하기 어려웠던 셈이다. 로벤과 같이 측면을 함께 공략하는 공격수가 아쉬웠던 대목이었다.

이런 이영표의 포지션 상 고립은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여러 차례 나오는데, 이영표가 시즌 종료 후 상대에게 비교적 높은 크로스 허용률을 보인 것은 이영표의 수비적 문제점이 아니다.

도움 수비를 펼쳐야 할 다비즈는 수비 가담에 적극적이지 못했고, 좌측 센터백을 맡았던 킹 역시, 약한 오른쪽 측면 수비를 신경 쓰다 보니 이영표는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많이 맞이하고 말았다. 대인 방어 성공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크로스 허용률 또한 높다는 반비례적인 기록이 이런 토트넘의 기형적인 수비 조직을 반증해 준다.

이제, 리그 넘버 원 윙백으로

이런 악조건들 속에서도 불구하고, 이영표는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 가장 안정적인 기량을 꾸준히 펼쳐보였던 몇 안 되는 선수였다.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이영표를 능가한다고 단언할 수 있는 윙백은 그리 많지 않다. 아스널의 애슐리 콜이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가브리엘 에인세, 혹은 첼시의 갈라스 등이 거론되겠지만, 애슐리 콜이나 에인세의 개인 능력이 이영표를 넘어선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이들이 공수에서 좀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은, 팀의 구성상 공격과 수비에서 뛰어난 선수들이 많이 유기적인 조합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만약 애슐리 콜이 토트넘의 상황에서 리그를 치렀다면 이영표 못지않은 크로스를 허용했을 것이고, 과감하고 화려한 공격 가담은 이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 시즌 이영표는 위치에 구애받지 않고, 왼쪽과 오른쪽 어떤 자리에서건 출격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오른발과 왼발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유럽에서 보기 드문 윙백인 이영표의 가치가 조금 더 빛나는 또 다른 이유이다.

현재 이영표와 최고 윙백을 다툴 선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에인세와 네빌, 아스널의 애슐리 콜, 그리고 첼시의 갈라스 정도이다. 모두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최고의 윙백이지만, 이영표도 기량 면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첫 시즌을 치르면서 적응도 완벽하게 마친 상태다. 이제 진점 승부를 겨룰 만하다.

06/07시즌, 토트넘의 어려운 측면을 이끌어가야 하는 이영표. 그가 토트넘의 양 날개를 짊어지고 비상하여 최고 윙백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과 네덜란드 프로리그에 이어 잉글랜드마저 점령할 수 있을지, 화려하고 강하게 펼쳐질 이영표의 날개가 기대된다.


손병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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