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뛰어난 경기 운영 능력까지 갖춘 노박 조코비치(24, 세르비아, 세계랭킹 1위)는 한 마디로 '무결점'이었다.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던 마인드 컨트롤 문제를 극복한 조코비치는 현 시대 최고의 테니스 선수에 등극했다.
조코비치는 3일(현지시각) 영국 윔블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2011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라파엘 나달(25, 스페인, 세계랭킹 2위)을 3-1(6-4, 6-1, 1-6, 6-3)로 제압했다.
나달은 지난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며 '1인자'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올 시즌 조코비치와 5번의 결승전(BNP 파리바스 오픈, 소니에릭슨 오픈, 마드리드 오픈, 인터내셔널 이탈리아 오픈, 윔블던)을 치르면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조코비치에 5연패를 당한 나달은 1년 만에 '2인자'로 추락하고 말았다.
윔블던 우승을 차지한 조코비치는 "어릴 때부터 항상 윔블던에서 우승하는 꿈을 가졌다. 그 꿈이 막상 현실로 이루어지니 믿을 수 없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4대 메이저대회 중, 윔블던이 차지하는 위상은 남다르다. 생애 처음으로 윔블던 대회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은 조코비치는 개인 통산 메이저대회 3회 우승(2008, 2011 호주오픈, 2011 윔블던)을 이룩했다.
조코비치가 나달-페더러의 2강 구도를 넘어서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지난 시즌까지 조코비치는 메이저대회 준결승 진출 7번과 준우승 2번을 기록했다. 이 중, 지난해 윔블던 준결승전에서 토마스 베르디흐(체코)에 패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나달과 페더러에 일격을 당했다.
지난 4년 동안 조코비치는 윔블던 우승에 근접해있었다. 하지만, 나달과 페더러의 벽을 넘지 못하며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조코비치가 나달-페더러의 2강 구도를 극복하고 '1인자'에 등극한 시간은 자그마치 4년이 걸린 셈이다.
나달을 압도하는 플레이, 페더러의 전성기와 비교하면?
이번 윔블던 결승전에서 조코비치의 플레이는 나달을 압도했다. 스포츠 전문 방송국인 ESPN의 해설자 패트릭 메켄로는 "조코비치야 말로 이 시대 최고의 리터너"로 평가했다. 상대의 강서브는 물론, 송곳같은 공격까지 조코비치는 그물망 같은 리턴으로 받아내고 있다.
나달의 위력적인 포핸드 공격도 조코비치의 리턴에 걸려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번 경기에 임한 나달은 발목 부상을 안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나달은 2세트를 제외한 모든 세트에서 자신의 실력을 십분 발휘했다.
호주오픈 결승전에서 조코비치에 패한 앤디 머레이(24, 영국, 세계랭킹 4위)는 "조코비치가 오늘과 같이 경기를 펼친다면 그 누구도 그를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최고의 리턴과 백핸드를 지닌 조코비치는 서브의 위력도 한층 성장했다.
그동안 로저 페더러(30, 스위스, 세계랭킹 3위)가 대표적인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평가를 받았다. '테니스의 교과서'로 불릴만큼 모든 것을 정석대로 잘하는 선수가 페더러였다. 올 시즌 조코비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성장하면서 '전성기의 페더러'를 연상케 하고 있다.
조코비치는 올 시즌 페더러와 4번 맞붙어 3승 1패를 기록하고 있다. 비록, 프랑스 오픈 준결승전에서 페더러에 덜미를 잡혔지만 페더러에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리턴과 백핸드는 나달과 페더러를 능가하고 있으며 경기 운영 능력까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이번 윔블던 결승전에서 나달은 상대 게임을 브레이크할 상황에서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다. 반면, 조코비치는 3세트를 제외한 모든 세트에서 흔들림이 없었다.
현재 조코비치는 전성기와 페더러의 모습과 닮은 점이 많다. 모든 부분을 고루 잘해내는 점과 위기 상황에서 강하다는 점이 전성기 시절의 페더러와의 공통점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조코비치는 페더러를 만나지 않았다. 프랑스 오픈에서 패했던 페더러대신 준결승전에서 조 윌프레드 송가(26, 프랑스, 세계랭킹 19위)를 만난 것은 행운으로 작용했다.
페더러는 이번 대회 8강에서 탈락했지만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무엇보다 조코비치의 41연승 행진을 막은 이는 페더러였다. 나달이 5연패를 당한 시점에서 조코비치의 가장 위협적인 선수는 역시 페더러이다.
조코비치는 올해 호주오픈과 윔블던을 정복했다. 마지막 남은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은 자신이 가장 선호하는 하드코트에서 열린다. 지난해 나달에 패해 우승을 놓쳤던 조코비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향해 한걸음씩 정진하고 있다.
[사진 = 노박 조코비치, 로저 페더러 (C) 윔블던 공식 홈페이지 캡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