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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수-김단비 46점 합작…여자농구, 북한 30점차 대파→동메달+유종의 미 [항저우 AG]

기사입력 2023.10.05 23:22 / 기사수정 2023.10.05 23:22



(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이 북한과의 '리턴 매치'를 잡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획득했다.

정선민 감독이 이끄는 여자 농구 대표팀은 5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여자 농구 3~4위전에서 북한을 93-63으로 제압했다.

이틀 전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58-81로 대패하며 결승 진출이 불발되고 3~4위전으로 밀린 한국은 지난달 29일 조별리그 경기에서 81-62로 꺾었던 북한과 다시 만나 또 한 번 승리를 거두며 동메달로 '유종의 미'를 남겼다.

2010년 광저우 대회 은메달, 2014년 인천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하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땐 북한과 단일팀을 이뤄 은메달을 획득했던 한국 여자 농구는 단일팀을 포함해 4회 연속 아시안게임 입상을 기록했다.

북한 여자 농구는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남북 단일팀을 제외하고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에서 최고 성적 타이인 4위(1974·1982·2022)에 만족해야 했다.

1974년 시작된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에서 처음으로 북한과 메달을 놓고 격돌한 한국은 1쿼터 북한의 2003년생 205cm 센터 박진아에게 8점을 내주며 15-21로 밀렸다.

3일 중국과의 4강전 때 결장했다가 이날은 선발로 나선 박진아는 다리가 다소 불편해 보이는 가운데서도 골밑을 지키며 착실히 득점을 올렸다. 김유정과 홍련아의 외곽포도 뒷받침되며 북한이 기선을 제압했다.



한국은 박지수와 강이슬(이상 KB)의 쌍포로 맞섰으나 이들에게 득점이 쏠렸고, 함께 해결해줘야 할 박지현(우리은행)이 1쿼터에만 파울 3개를 기록하며 고전했다.

하지만 2쿼터 이어진 박지수의 분전에 전반 종료 약 4분 전엔 베테랑 이경은(신한은행)의 3점포가 터진 데 힘입어 한국은 30-27로 전세를 뒤집었고, 40-33으로 조금 더 벌리며 전반을 마쳤다. 박지수는 전반에만 19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후반전을 시작하자마자 북한이 박진아의 직접 득점이나 그에게서 파생되는 득점을 쌓으며 40-40으로 균형을 맞췄지만, 한국은 42-42에서 무려 19득점을 연속으로 뽑아내며 멀찍이 도망가 승기를 잡았다.

'캡틴' 김단비(우리은행)가 3쿼터에만 3점 슛 3개를 포함해 13점을 몰아넣어 신바람을 이끌었다. 4쿼터 첫 득점을 이소희(BNK)의 외곽포로 따내 64-44, 20점 차를 만든 한국은 이후 큰 위기 없이 경기를 매조졌다.

박지수가 25점 10리바운드 7어시스트, 김단비가 21점 6리바운드로 '쌍끌이 활약'을 펼쳤다.

북한에선 박진아가 27점 9리바운드, 자카르타 대회 단일팀 멤버였던 주장 로숙영이 20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로 분전했다.

특히 이날 경기는 한국 여자 농구의 '에이스'로 활약해 온 김단비가 국가대표 은퇴 경기로 삼은 터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국가대표 은퇴 뜻을 밝혔던 김단비는 마지막 경기까지 간판선수로서 역할을 해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처음엔 "안 울었어요"라며 발뺌하던 그는 "눈물이 안 나는데, 옆에서 애들이 자꾸 '언니 운다'고 해서 난 것"이라며 "애들이 왜 이렇게 우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너스레로 넘겼다.

하지만 "마지막에 (이)경은 언니와 제가 마지막이라며 동료들이 사진도 남겨주고 해서 울컥하고 눈물이 좀 나긴 하더라"며 머쓱하게 웃었다.

김단비는 "전반에 공격이 너무 안 풀리고, 슛을 쏘면 들어갔다고 느끼는 것도 안 들어갔다.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다 그렇더라"며 "선수들에게 '전반에 안 들어갔으니 후반엔 들어갈 거다. 다시 쏴 보자'고 했는데, 하나가 들어가기 시작하니 자신감이 올라오고 물꼬가 터지듯이 들어갔다"고 자평했다.

그는 "오늘 경기가 제 국가대표 경기 중 '톱3' 안엔 들지 않을까"라며 "마지막 경기를 북한과 치렀기에 우리나라엔 좀 더 특별한 경기가 된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단비는 3일 일본과의 준결승전에서 패한 뒤 정체된 한국 여자 농구가 일본에 추월당했다며 분발을 촉구하는 인터뷰로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는 "그 인터뷰 이후 '너무 오지랖을 부렸나' 싶기도 했는데, 주변에서 잘했다고 하더라. 누군가는 그런 말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총대'를 멨다. 지금 있는 선수들이 아니라 여자 농구 전체에 남긴 것"이라며 "후배들이 더 노력해서 다음엔 동메달이 아니라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고 격려했다.



'이제 정말 가는 거냐'는 물음에 김단비는 "저 이제 못 뛰겠어요. 너무 힘들어요∼"라며 웃으며 떠났다. 대표팀의 또 다른 베테랑 이경은도 이 경기를 끝으로 태극마크와 작별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경은은 "약 8년 만에 복귀했는데, 이 자리에 같이 할 수 있게 해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둬 행복한 시간이었다"며 울먹였다.

이경은이 이 말을 할 때 옆에 앉아 있던 정선민 대표팀 감독도 눈물을 훔쳤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계약이 끝난 정 감독은 "유종의 미를 잘 거둔 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베테랑들의 은퇴 이후는 새로 오실 감독님께서 고민하실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기둥' 박지수는 "언니들이 은퇴한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서로 울지 말라고 하면서 함께 울었다.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면서 "이제 어린 선수들과 주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데, 앞으로가 문제인 것 같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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