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1.07.03 10:03 / 기사수정 2011.07.03 10:03
두산은 과거 구단 캐치프레이즈에 '허슬두'라는 말을 즐겨 넣었을 만큼 허슬 플레이를 즐기는 팀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어엿한 팀의 주축 멤버가 된 이종욱 고영민 김현수 등 과거 3~4년 전 그들이 막 1군에 얼굴을 내밀 때 그들의 주무기는 단연 '허슬 플레이'였다. 두산 젊은 야수들의 과감한 플레이는 상대로 하여금 뜻밖의 혼돈을 불렀고, 그건 두산의 강호 군림을 이끈 동력이었다.
▲ 돌아온 허슬두
그러나 올 시즌 초반 두산은 선발진의 붕괴와 타선의 잦은 병살타로 인한 집중력 부재, 그리고 손시헌, 임재철 등의 부상이 종합적으로 얽히며 도출된 악재가 결국 6월 도중 김경문 전 감독의 사퇴로 이어졌다. 이 과정 속에서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소극적인 모습으로 바뀌었고, 김광수 감독 대행은 취임 일성으로 '유니폼이 더러워지는 야구' 를 내걸었다. 이는 곧 과거 두산만의 '강점' 을 되찾자는 뜻이었다.
김 대행의 방향 설정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두산은 지난달 말경부터 지난 5월~6월초 악몽을 잊고 서서히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2일 잠실 LG전서 연장 승부 끝에 시즌 두 번째 5연승을 내달리며 4위 LG에 어느덧 3.5경기 차로 접근했다. 특히 결승점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11회초 1사 1,3루 찬스서 정수빈이 유격수 땅볼을 치며 1루 주자가 아웃됐지만 본인은 1루에서 해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한 끝에 세이프되며 3루 주자 김현수가 결승 득점을 올렸다.
결과적으로 1루 악송구가 됐지만 정수빈의 빠른 주력과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시도하는 모습을 LG 수비수가 확인하면서 더욱 급해진 경향이 있었다. '허슬두'의 위력이었다. 정수빈의 이러한 플레이뿐 아니라 최근 두산 야수들의 역동적인 모습이 점차 살아나고 있다. 손시헌의 공백을 최근 오재원이 메우면서 촉발된 야수들간의 경쟁도 보이지 않는 허슬 플레이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 뿐아니라 최근 두산은 서서히 예전의 색채를 풍기고 있다. 타선은 작년같이 시원스러운 모습은 아니지만 이종욱 김현수 김동주가 맹타를 휘두르며 중심을 잡고 있다. 게다가 정재훈의 전력 이탈로 열린 뒷문은 노경은이 예상 외로 잘 막아주고 있다. 2일 잠실 LG전 마운드서 경기 종료 차임벨은 이현승이 들었지만 노경은이 3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의 디딤돌을 놨다. 노경은은 이현승 이혜천 등과 함께 당분간 집단 마무리로 뒷문 봉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 LG 하락세, 그리고 일정상의 이점
5연승과 동시에 연이틀 LG에 패배를 안기며 양팀간의 게임 차는 고작 3.5경기가 됐다. 만약 이날(3일) 경기마저 두산이 잡아내면 2.5경기 차. 완전히 사정권에 드는 셈이다. 이러한 점은 최근 패배의식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예전의 활기를 되찾으려는 두산의 상승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이상으로만 보이던 목표가 현실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걸 느끼면서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가 신체를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LG도 최근 눈에 띄게 하락세를 걷고 있다. 타선의 힘은 여전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운드의 힘이 떨어지고 있다. 2일 잠실 LG전서 박현준이 9이닝 3실점하며 최근 부진서 벗어났음을 알렸지만, 박현준에게 9이닝을 맡겨야 할 정도로 LG 뒷문 사정이 좋지 않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 LG는 지난달 '임찬규 사태' 이후 아직 마무리 투수 활용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장맛비와 일정상의 이점도 활용할 수 있다. 두산은 여전히 선발진이 부실하다. 원투펀치 니퍼트와 김선우가 6월 부진서 벗어났다고 하지만 3~5선발군의 떨어지는 안정성은 메울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경기 일정이 들쭉날쭉해진다는 건 그만큼 두산에 유리할 수 있다. 어쨌든 니퍼트와 김선우는 8개 구단 최강의 원투펀치 조합이라 믿을만한 필승 카드다. 3~5선발과 그만큼 안정성과 구위에서 차이가 크다. 기상청에 따르면 아직 장맛비는 당분간 불규칙적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허슬두'의 부활로 촉발된 두산의 대반격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고 있다.
[사진=두산 선수들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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