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태승 기자) 또 '협동심'이 부족했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에릭 턴 하흐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협동심'을 강조했다. 맨유팬들은 이에 점점 지쳐가고 있다. 하지만 턴하흐 감독은 경질 관련 질문에 동문서답으로 피해갔다.
맨유는 4일(한국시간) 2023/24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A조 조별리그 2경기에서 튀르키예 강호 갈라타사라이에게 덜미를 잡히며 2-3으로 충격패했다. 맨유의 홈인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경기임에도 홈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턴 하흐 감독은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날 맨유의 패배에 대해 답변을 내놨다.
턴 하흐 감독은 "많은 패배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당장 말할 수 있는 것은 불균형한 왼쪽 측면"이라고 답하며 왼쪽에 문제가 있었음을 드러냈다. 이날 맨유의 왼쪽 측면엔 소피앙 암라바트, 메이슨 마운트, 마커스 래시퍼드가 포진했다. 래시퍼드는 1도움을 올리며 나름 분전했지만 마운트는 후반 39분까지 이렇다 할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경기를 마무리했다. 89분까지 뛴 암라바트 또한 경기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턴 하흐 감독은 이어 "팬들이 야유하는 것을 이해한다"며 홈에서 치른 졸전에 대한 비난을 수용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팀은 아직 힘이 충분하고 분위기가 좋다"며 팬들을 달래기 위해 애썼다.
맨유는 지난 2023/24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16일)와 7라운드(30일) 경기를 홈에서 치렀지만 각각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에게 1-3, 크리스털 팰리스에게 0-1로 패하며 리그 홈 2연패를 기록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경기까지 합치면 2023/24시즌 홈 6경기 중 절반인 3패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7일 리그컵 3라운드 경기서 홈에서 크리스털 팰리스를 맞아 3-0 승리를 거두지 않았다면, 홈 경기 4연패를 기록할 뻔 했다.
팬들은 크리스털 팰리스전에서 패할 때 자신들이 응원하는 맨유에 야유를 쏟아부은 바 있다. 그러나 턴 하흐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올드 트래퍼드는 여전히 요새다. 원정팀은 여기서 아무것도 얻어갈 수 없다"며 홈 경기 승리를 호언장담했다. 이번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패하며 그의 말은 지켜지지 못했다.
또한 턴 하흐 감독은 사령탑 자리가 위협받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난 시즌은 좋았지만, 요즘은 조금 어렵다. 우리는 함께 부진에서 탈출할 것이고 함께 싸울 것"이라며 '협동심'을 강조하는 동문서답으로 피해갔다.
지난 24일 번리와의 리그 6라운드 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둬 3연패 부진에서 탈출한 뒤 턴 하흐 감독은 이 때 '협동심' 단어를 10여차례 반복하며 반등의 기회에 흡족해했다. 27일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리그컵 경기 또한 승리하며 다시 재기하는 듯 싶었으나 턴 하흐 감독은 다시 리그에서 덜미를 잡혔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2연패를 당했다.
지속된 부진에도 불구하고 '협동심'을 부르짖는 턴 하흐 감독의 모습에 많은 팬들이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한 팬은 "턴 하흐 감독 인터뷰 만큼 팀이 일관적이었으면 진작에 리그를 우승했을 것"이라며 감독의 언행과 경기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점을 꼬집었다. 또한 팬들은 선수 기용에도 많은 문제점을 짚어냈다. 한 팬은 "(안드레) 오나나는 너무 못한다. 다비드 데헤아에게 미안하다. 그를 다시 데려오고 싶다"며 맨유의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가 펼친 '호러쇼'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나나는 이번 경기 갈라타사라이가 만들어낸 4개의 유효슈팅 중 단 한개만 막아내며 3골을 헌납했다. 축구 통계 전문 플랫폼 '풋몹'에 따르면 오나나의 이번 경기 평점은 4.4점으로 양측 선수들 중 가장 낮은 점수다. 두 번째로 낮은 카세미루와 디오고 달로의 5.9점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때문에 12년간 맨유의 골대를 지킨 수문장 데헤아의 복귀를 염원하는 팬들이 많은 것 또한 과한 비판은 아니다.
턴 하흐 감독은 "오나나는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도 밟은 경험있는 선수"라며 "(후보 골키퍼를 포함한) 골키퍼 선수들에게 만족한다"고 했다.
또한 "그의 인성도 훌륭하다. 실수를 겸허하게 인정하고 딛고 일어서려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다"며 오나나를 감쌌다. 오나나는 지난 챔피언스리그 1경기에서도 독일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치명적인 펀칭 실수를 범해 한 골을 헌납했다. 해당 경기에서 맨유는 3-4로 아쉽게 졌다.
현재 맨유는 챔피언스리그 A조에서 꼴찌로 추락했다. 바이에른 뮌헨이 덴마크의 코펜하겐을 무난하게 2-1로 잡아냈고, 갈라타사라이는 지난 조별리그 1경기에서 코펜하겐과 비겼기 때문이다. 때문에 뮌헨이 1위(6점), 갈라타사라이가 2위(4점), 코펜하겐이 3위(1점), 맨유는 4위(0점)이다. 맨유의 부진이 계속된다면 챔피언스리그서 16강 무대를 밟지도 못하고 짐을 싸는 것은 물론이고, 조 3위에 오르면 향할 수 있는 유로파리그도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
이태승 기자 taseaung@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