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꺾고도 냉정'…황선홍 감독 "가장 큰 적은 우리 안에 있다" [AG 일문일답]

(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나승우 기자) 황선홍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이 이번 대회 가장 큰 적은 대한민국이라며 선수들에게 다시 한 번 자만심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1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황룽스포츠센터경기장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8강전서 2-0 완승을 거뒀다. 전반에만 홍현석, 송민규의 골로 앞서간 대표팀은 적지에서 깔끔한 승리를 따냈다.

대표팀은 지난 2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던 이강인을 벤치로 내리고 4-3-3으로 나섰다. 이광연(강원)이 골문을 지키고 황재원(대구), 박진섭(전북), 이한범(미트윌란), 박규현(드레스덴)이 백4를 형성했다. 중원은 홍현석(헨트), 백승호(전북), 고영준(포항)이 맡았다. 최전방엔 조영욱(김천)이 가운데 섰으며 안재준(부천)과 송민규(전북)가 측면에 자리잡았다.

세르비아 출신 데얀 두르데지치 감독이 이끄는 5-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중국은 한자치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리우양, 주천지, 왕전아오, 장웨이, 황지아휘가 수비 라인에 나섰다. 왕하이젠, 할리크 아불라한, 타오치앙룽, 다이웨이쥔이 중원에 배치됐으며 와일드카드인 탄룽 홀로 공격 라인에 섰다.





다행히 득점은 빠르게 터졌다. 전반 18분 벨기에 1부리그 정상급 미드필더 홍현석이 프리킥 골을 넣어 중국 5만 관중의 함성을 잠재웠다. 황재원이 공격 가담하다가 페널티지역 외곽 오른쪽에서 반칙을 얻어냈다. 볼 앞에 백승호와 홍현석이 섰고 홍현석이 장기인 왼발 프리킥으로 중국 골문 오른쪽 상단 구석을 흔들었다. 한자치가 알고도 막을 수 없는 골이었다.

홍현석은 득점 뒤 중국 관중을 조용히하라는 듯 쉿 세리머니를 펼쳐 한국 축구팬들을 더욱 환호하게 만들었다. 중국은 이날 수비에 중심을 둔 포메이션으로 그럭저럭 버텼으나 홍현석의 칼날 같은 프리킥까지 막을 순 없었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중국은 전반 35분 추가골을 얻어맞은 뒤 완전히 분열됐다. 안재준이 오른쪽 측면 파고들던 조영욱에 전진 패스를 뿌렸고 그가 반대편으로 배달한 횡패스가 한자치와 중국 수비수 사이로 파고들었다. 한자치가 조영욱의 패스를 쳐냈으나 마침 쇄도하던 송민규 오른발에 닿으면서 볼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송민규는 풍차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중국은 한자치와 수비수들이 서로 언성을 높이는 등 일찌감치 무너지는 징조를 드러냈다. 중국은 후반전에 더욱 거칠게 나왔으나 대표팀은 교체 투입된 이강인을 필두로 경기를 지배하며 중국의 격투 축구를 완벽하게 깨부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황선홍 감독도 중국전 승리에 기뻐했다.

황 감독은 "좋은 승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준 중국 선수, 감독에게도 감사하다. 많은 팬들이 오늘 축구로 즐거우셨을 거라 생각한다. 첫 골이 경기에 안정감을 줬다. 이제 2번 남았다. 선수들과 앞만 보고 가겠다"고 경기 소감을 전했다.

깜짝 선발 명단을 내보낸 이유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계산했던 명단이다. 상대에 맞춰 명단을 짰다. 컨디션이 다들 너무 좋아 누굴 내보내든 상관 없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황선홍 감독 일문일답.

-오늘 경기 어떻게 봤나.

"좋은 승부를 했다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준 중국 선수, 감독에게도 감사하다. 많은 팬들이 오늘 축구로 즐거우셨을 거라 생각한다. 첫 골이 경기에 안정감을 줬다. 이제 2번 남았다. 선수들과 앞만 보고 가겠다."

-이강인이 벤치로 내려가는 등 깜짝 선발명단이었다. 배경은 무엇인가.

"충분히 계산을 한 부분이다. 상대에 맞춰 명단을 짰다. 공격수들 컨디션이 모두 좋았다. 공격수 누구를 내세워도 제몫을 해준 상황이다. 전방압박을 하고 공격에 힘을 쏟기 때문에 90분을 조영욱 선수 말고 소화한 선수가 없다. 대회 전부터 그런 부분을 이야기했다. 전방 공격수들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나눠서 하고 있다. 누가 경기에 나가든 상관 없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긍정적이다."

-중국 거친 축구에 맞서 정신력 강화를 예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했나.

"오늘 부담이 상당히 되는 분위기였다. 선수들의 경험이나 여러가지가 있었다. 이런 경기나 분위기를 즐길 줄 알아야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을 선수들도 잘 알고 있었고, 열정과 냉정 사이를 선수들이 잘 오갔다고 생각한다. 팀 전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4강 우즈베키스탄이다. 어떻게 평가하고 준비할 생각인가.

"우즈베키스탄은 상당히 직선적이고 파워풀하고 에너지가 있다.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 전술적으로 잘 준비해야 한다. 최고의 적은 우리 안에 있다. 절대 방심하면 안 되고 자신감은 갖되 한 걸음 물러나서 바라봐야 한다. 잘 준비해서 결승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