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한국 수영의 역대 하계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을 일궈낸 '황금세대'들도 수영장 밖 생활은 또래 젊은이들과 다를 게 없었다. 선수가 아닌 팬의 입장에서 대한민국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표팀의 금메달 소식에 소리를 지르고 환호했다는 후문이다.
대한체육회는 30일 뉴 센트리 항저우 그랜드 호텔(Grand New Century Hotel Boao Hangzhou)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 메달리스트 기자회견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황선우를 비롯해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 백인철, 지유찬 등 수영 경영 대표팀과 펜싱 사브르 여자 대표 윤지수, e-스포츠 LoL 대표팀 서진혁, 최우제, 정지훈, 박재혁, 류민석이 함께 자리를 빛냈다.
한국 수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 등 총 22개의 메달을 따냈다. 16개의 메달을 따냈던 2006 도하 아시안게임(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1개)의 기록을 뛰어넘고 역대 최고 성적표를 받아 들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한국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경영 종목 마지막 날까지 환호했다. 최동열이 남자 50m 평영에서 26초93의 한국 신기록으로 이번 대회 자신의 3번째 동메달을 챙겼고 중장거리 간판 김우민은 3분44초36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수확, 이번 대회 3관왕(계영 800m, 자유형 800m, 자유형 400m)의 위업을 달성했다.
배영의 간판 이주호는 200m 결승에서 1분56초34의 한국 신기록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혼계영 400m에 출전한 이은지-고하루-김서영-허연경은 4분00초13으로 한국 신기록 작성과 함께 은메달로 한국 수영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마지막 레이스에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출전 종목 일정을 빠르게 마친 황선우, 이호준, 백인철 등은 수영장이 아닌 관중석에서 대회 마지막 날 일정을 소화했다. 동료들이 멋진 레이스를 펼치기를 기대하면서 팬들과 함께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김우민의 자유형 400m 결승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e-스포츠 LoL 결승 진행 상황도 틈틈이 챙겼다. 한국 LoL 국가대표팀은 대만을 꺾고 하계 아시안게임 초대 LoL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주장 페이커가 감기 몸살 증세로 인한 컨디션 악화로 준결승, 결승에 나서지 못했지만 현역 최고의 LoL 게이머들이 모두 모인 한국의 '드림팀'은 정말 강했다. 미드 라이너로 나선 '쵸비' 정지훈을 '제우스' 최우제, '카나비' 서진혁, '룰러' 박재혁, '케리아' 류민석이 대만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관중석에 있던 수영대표팀 선수들 중 대부분은 LoL 열혈 유저였다. 김우민을 비롯한 수영 대표팀 동료들의 결승전을 직관하다보니 LoL 결승전 중계 방송을 보지는 못했지만 실시간으로 기사를 체크하면서 경기 진행 상황을 살폈다. 한국 LoL 대표팀이 2세트까지 대만을 압도하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을 확인한 뒤에는 크게 환호성을 지르고 서로를 껴안았다.
20대 초반의 남성들이 모인 남자 경영 대표팀은 휴식 시간 LoL을 하면서 머리를 식히는 게 즐거움 중 하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접영 50m 금메달을 따낸 백인철은 자신이 이번 수영 대표팀 LoL 최고의 고수라고 수줍게 말하기도 했다.
이호준은 "수영 대표팀 선수들도 동료들의 결승 경기를 보느라 LoL 결승전을 완벽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지는 못했다"면서도 "문자중계로 한국이 1세트를 이기는 걸 봤을 때 다 함께 소리를 질렀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한국이 대만을 당연히 이길 거라고 봤다. 한편으로는 안심했다"며 "2세트를 이기고 한국이 금메달을 땄을 때 LoL 대표팀 선수들이 드디어 해내셨구나 생각했다. 다시 한번 소리를 크게 지르면서 기뻐했다"고 설명했다.
지유찬은 "선수들끼리 모여서 PC방을 갈 수 있는 여건은 되지 않기 때문에 각자 개인 노트북으로 휴식 시간에 LoL을 즐긴다"며 "(백) 인철이 형이 LoL을 가장 잘하는 건 사실이다.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치켜세웠다.
백인철은 평소 팬이었던 카나비에게 LoL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카나비는 다소 당황한 듯했지만 최고 LoL 게이머의 입장에서 차분하게 조언을 해줬다.
백인철은 "나의 주 라인은 정글링이다. 카나비 선수에게 늘 궁금했던 게 정글링을 할 때 항상 상대방의 위치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는 부분이 놀라웠다"고 물었다.
카나비는 "팀전을 할 때는 팀원들이 와드를 많이 해주니까 어느 정도는 (상대 위치를) 알 수 있다. 개인전을 할 때는 저도 와드가 없으면 알기 어렵다. 팀원들에게 와드를 많이 해달라고 하는 게 상대 위치를 파악하기 좋다"고 정석적인 답변을 내놨다.
카나비는 또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최고의 선수, 감독님과 금메달이라는 성적을 내서 기쁘다"며 "좋은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도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중국 항저우,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