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중국 항저우, 김지수 기자) 한국 e-스포츠 역사상 첫 하계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관우가 어머니께 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을 언급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김관우는 29일 뉴 센트리 항저우 그랜드 호텔(Grand New Century Hotel Boao Hangzhou)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 추석 차례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관우를 비롯해 e-스포츠 FC 온라인 동메달리스트 곽준혁과 전날 펜싱 사브르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한 구본길, 오상욱, 김정환, 김준호가 함께했다. 은메달을 손에 넣은 채소오, 홍서인, 홍세나, 홍효진 등 펜싱 여자 플러레 대표팀도 자리를 빛냈다.
김관우는 전날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스트리트 파이터5 결승에서 대만의 샹여우린을 세트 스코어 4-3으로 제압하고 이 종목 대회 초대 챔피언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1979년생인 김관우는 평범한 직장인의 삶을 살아가던 중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처음으로 정식 종목에 채택되면서 '태극마크'를 달 기회를 얻었다. 국가대표 선발전 2차 대회에서 우승하며 1차 대회 우승자 연제길과 항저우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관우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시작 전까지만 하더라도 '금메달 후보'로는 거론되지 않았다. 전문 게이머가 아니었던 탓에 수상 경력 등이 크게 눈에 띄지 않았던 부분이 컸다.
하지만 김관우는 격투 게임 대회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EVO 2022 우승자 일본의 카와노를 격파하면서 자신감을 끌어올린 뒤 올해 EVO 2023 스트리트 파이터5 우승자 대만의 오일 킹까지 제압했다. 금메달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린 끝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 센터(China Hangzhou Esports Centre)에 애국가가 울려퍼지게 만들었다.
김관우는 "e-스포츠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건 보통 키보드와 마우스로 플레이하는 PC 게임을 기본으로 생각한다"며 "(스트리트 파이트는) 레버와 버튼으로 하는 게임이다. 어렸을 때부터 잘하는 편이었고 격투 게임을 잘하면 동네에서 노는 형한테 끌려가기도 했다. 옆구리를 맞더라도 레버를 놓지 않는 승부욕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e-스포츠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지난 10년간 크게 달라졌다. 스트리트 파이트5와 함께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살아 있는 전설 페이커(이상혁)는 수십 억원의 연봉을 받고 다른 특급 스포츠 스타들과 동등 혹은 그 이상의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김관우처럼 '오락실 세대'들의 경우 학창 시절 게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비행 취급 받았다. 용돈을 오락실에 쓰고 온 사실을 부모님께 들키면 꾸지람을 듣거나 회초리를 맞는 경우 흔했다. 학교에서도 오락실 출입을 해서는 안 되는 행동으로 교육하기도 했다.
김관우는 "어릴 때 (오락실을 간다고) 많이 혼낸 사람은 저희 어머니밖에 안 계셨다"며 "어머니는 아직 이런(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 걸 잘 모르신다. 찾아보기 힘드신 연세이시기도 한데 다른 분이 내가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또 "어머니께서 내게 약간은 어픈, 어렵게 작성한 것 같은 '너무 좋고 기쁘다'는 문자를 보내주셨다"며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친척 형에게도 연락이 왔다"고 울먹였다.
김관우에게도 항저우 아시안게임 스트리트 파이터5 우승은 의미가 크다. 수없이 오락실에서 동전을 넣고 혈투를 벌여왔지만 아시안게임이라는 무대는 또 다르게 다가왔다.
김관우는 "대부분의 대회를 도전적으로 참가하고 있고 이번에도 같은 생각으로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다"며 "최선을 다해 (선발전에서) 우승하고 국가대표가 됐다. 아시안게임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금메달이라는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강조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구본길도 김관우를 비롯한 e-스포츠 선수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구본길은 "컴퓨터 게임은 (운동만큼) 집중력이 굉장히 중요한데 e-스포츠 선수들이 정말 대단하다"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획득한 e-스포츠 선수들에게 정말 축하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