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손흥민이 아스널을 상대로 2골을 추가하며 역대 '북런던 더비' 득점수에서 전설적인 선수들까지 제쳤다.
토트넘은 2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 시즌 프리미어리그 6라운드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두 팀의 경기는 항상 뜨거웠다. '북런던 더비'로 불리는 토트넘과 아스널의 맞대결은 전 세계에서도 가장 치열한 더비 중 하나이다. 두 팀 모두 영국 수도 런던 북부에 위치해 있기에 두 팀 간의 맞대결은 '북런던 더비'로 불리게 됐다. 이번 경기 전까지 북런던 더비는 총 193번 치러졌고, 아스널이 81승 51무 61패로 상대 전적에서 앞서 있다.
이번 더비 매치에서 아스널은 토트넘 상대 3연승을, 토트넘은 연패 탈출을 노렸다. 토트넘은 원정 경기에서 1-3으로 패했고, 지난 1월 홈에서 열린 경기에서도 0-2로 완패해 설욕에 실패했다. 토트넘은 무승부를 거두며 아스널에게 패배를 설욕하지는 못했지만, 아스널의 연승 기록을 끊어내며, 내년 4월 홈에서 예정된 리그 두 번째 맞대결에서 승리를 노릴 수 있게 됐다.
토트넘은 사실상 이날 경기 선발로 출전한 손흥민의 활약 덕분에 승점 1점을 챙길 수 있었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기존과 같은 4-2-3-1 포메이션을 선택했는데, 최전방 공격진에 지난 셰필드 유나이티드전 득점을 기록한 히샤를리송 대신 다시 한번 손흥민 기용으로 밀고 나갔다.
손흥민은 경기 내내 최전방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골키퍼 라야가 시도하는 빌드업을 방해하는 움직임을 꾸준히 보여줬다. 상대 수비수가 공을 잡을 때도 바로 다가가 압박하며 패스를 방해했다.
계속된 움직임이 결국 빛을 봤다. 로메로의 자책골로 선제 실점한 토트넘은 곧바로 압박을 통해 아스널을 위협했는데 전반 42분 매디슨이 아스널 페널티박스 안으로 진입하며, 문전 앞에 위치한 손흥민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시도했고, 손흥민은 곧바로 쇄도하며 이를 슈팅으로 밀어 넣어 좋은 선방을 보여주던 라야를 뚫어냈고 경기 균형을 1-1로 맞췄다.
손흥민과 매디슨의 지속적인 압박과 적극성이 빛난 득점이었다. 손흥민은 득점 이후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는 세리머니를 하며 홈구장에서 응원 중인 아스널 팬들을 침묵시켰다.
손흥민은 후반전에도 팀이 위기에 빠진 순간 결정적인 득점을 기록해 구해냈다. 토트넘은 후반 9분 코너킥 상황에서 문전 앞에서 아스널과 토트넘 선수들의 동선이 꼬이며 혼전 상황이 벌어졌는데, 공을 잡은 화이트의 슈팅이 곧바로 로메로의 왼손에 맞으며 아스널 선수들이 곧바로 항의했다. 주심은 이후 비디오 판독(VAR)을 확인했고, 곧바로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나선 사카는 토트넘 골문 중앙으로 대담하게 슈팅하며 비카리오를 속이고 득점에 성공했다.
손흥민은 이어진 킥오프 후 상대 미드필더 조르지뉴의 공을 매디슨이 뺏어내자, 아스널 진영으로 빠르게 침투했다. 매디슨은 손흥민을 보고 곧바로 찔러줬고, 손흥민은 이를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라야를 뚫고 아스널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이번에는 특유의 '찰칵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매디슨과 득점을 축하했다.
손흥민은 두 번째 골 득점 이후 후반 34분 히샤를리송과 교체되며 벤치로 물러났다. 이후 득점이 터지지 않은 토트넘은 아스널과 2-2 무승부를 기록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경기 후 축구통계매체 풋몹(Futmob)은 손흥민은 경기 최우수 선수로 꼽으며 활약을 인정했다.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날 경기 79분가량을 소화하며 2골, 기회 창출 2회, 롱패스 성공률 100%, 공 소유권 회복 2회 등 적극적인 움직임과 원톱으로서의 최고의 활약을 펼쳤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가운데 손흥민은 멀티골 활약에 힘입어 북런던 더비 선배들의 기록도 뛰어넘었다.
축구통계매체 스쿼카는 24일 SNS를 통해 "손흥민은 이번 득점으로 북런던 더비에서 개러스 베일과 티에리 앙리, 로빈 판페르시의 득점 기록을 넘어섰다. 그는 전설이다"라며 손흥민의 득점 기록을 축하했다.
스쿼카는 손흥민이 첫 골을 넣음과 동시에 해당 게시물을 올렸는데, 해당 내용에 따르면 손흥민은 6골로 앙리, 베일, 판페르시의 북런던 더비 5골 기록을 뛰어넘었다. 이후 두 번째 득점까지 터트리며 7골을 넣게 됐다.
손흥민보다 북런던 더비에서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기존 아스널 저격수였던 해리 케인(14골), 아스널과 토트넘에서 모두 뛰었던 엠마누엘 아데바요르(10골), 무패 우승 멤버 로베르 피레스(8골) 뿐이다. 손흥민은 향후 토트넘에서 뛰는 기간에 따라 아데바요르 이상의 기록까지도 노릴 수 있게 됐다.
한편 손흥민은 이외에도 이번 득점으로 프리미어리그 기록에서도 순위를 끌어 올렸다. 손흥민은 지난 번리전 해트트릭으로 프리미어리그 통산 106호골에 성공하며 첼시의 전설적인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를 제치고 역대 득점 31위에 올랐다.
이번 아스널전에서 불과 2경기 만에 다시 득점포를 가동한 손흥민은 2골을 터트리며 프리미어리그 통산 108호골 고지에 올랐는데, 이제는 토트넘에서도 활약했던 공격수 피터 크라우치와 공동 28위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맨유의 전설적인 미드필더 폴 스콜스까지 30위로 밀어냈다.
손흥민은 이번 득점으로 유럽 리그 통산 199호골도 달성했는데, 오는 10월 1일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득점을 기록한다면 통산 200호골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도 갖게 된다.
손흥민은 또한 올 시즌 리그 득점 순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득점 순위 1위는 무려 8골을 기록한 맨체스터 시티 공격수 엘링 홀란인데, 손흥민은 5골로 홀란에 이은 단독 2위에 자리했다. 4골로 3위권에 위치한 에반 퍼거슨(브라이턴), 제러드 보웬(웨스트햄), 오두손 에두아르도(크리스털 팰리스), 브라이언 음베모(브렌트퍼드) 등과 순위가 멀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결정력 있는 모습을 선보이며 득점왕 레이스 참가 가능성을 키웠다.
이미 세계적인 베팅업체 스카이 벳은 지난 번리전 해트트릭 이후 손흥민의 득점왕 레이스 참가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스카이 벳에 따르면 홀란이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를 것으로 여겨지는 가장 강력한 후보다. 그 뒤를 살라가 이을 것으로 보이며, 손흥민이 번리전 해트트릭 이후 3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스카이 벳에 따르면 홀란의 이번 시즌 리그 득점왕 배당률은 2/7로 가장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시즌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에서 맨시티로 이적해 리그 36골로 입단 첫 시즌 만에 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홀란은 이번 시즌에도 가장 유력한 득점왕 후보로 여겨지고 있다.
리그 6라운드가 진행된 현재 홀란은 8골을 터뜨려 경기당 1골이 넘는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홀란의 득점왕 등극 가능성을 가장 높게 봤다.
그 뒤를 리버풀 에이스 살라가 차지했다. 살라의 배당률은 1/14로 홀란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3회 수상자답게 홀란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순위에 위치했다. 지난 시즌 초반 부진한 경기력으로 비판 대상이 됐던 살라는 점차 경기력을 회복하더니 리그에서만 19골 12도움으로 10-10 달성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에도 6경기 3골 4도움으로 리버풀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3위가 바로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의 배당률은 1/25로 역시 살라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 번리전 해트트릭 덕에 순위가 크게 올랐다. 데일리메일은 "손흥민의 득점왕 등극 확률이 번리전 해트트릭 이후 크게 올라갔다"면서 이번 시즌 손흥민이 홀란, 살라와 함께 득점왕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이번 아스널전 멀티골 활약으로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손흥민은 지난 2021/22 시즌 리그 23골로 살라와 함께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당시 페널티킥 없이 필드골로만 23골을 수확해 살라보다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시즌 활약은 아쉬웠다. 시즌 초반 손흥민답지 않은 골 결정력으로 침묵이 길어졌고, 경기력 자체가 눈에 띄게 저하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손흥민은 올 시즌 주장이라는 새로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득점력이 오히려 살아나며 토트넘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기에, 그가 홀란의 대항마로 리그에서 득점왕 경쟁을 펼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북런던 더비 맹활약으로 다시 한번 팀 역사에 이름을 남긴 손흥민이 올 시즌 얼마나 많은 득점으로 새로운 기록들을 남길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AP, AFP, EPA, 로이터/연합뉴스, 스쿼카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