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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노메달, 변명하지 않은 허수봉..."최선 다했지만 결과 아쉽다" [항저우 인터뷰]

기사입력 2023.09.23 06:03 / 기사수정 2023.09.23 07:37



(엑스포츠뉴스 중국 저장성, 김지수 기자) 대한민국 남자 배구 국가대표 허수봉이 충격적인 패배 후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실력으로 졌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배구 대표팀은 22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시 중국 섬유 도시 스포츠센터 체육관(China Textile City Sports Centre Gymnasium)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배구 12강 토너먼트 51위 파키스탄과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3(19-25 22-25 21-25)으로 졌다.

한국은 이날 패배로 어떤 메달도 손에 넣지 못한 채 쓸쓸히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금메달을 목표로 야심 차게 출발했지만 1962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이후 61년 만에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은 우리나라가 27위로 51위 파키스탄보다 크게 앞섰지만 경기력은 크게 밀렸다. 1세트부터 파키스탄에 끌려다닌 끝에 셧아웃 완패로 무릎을 꿇었다.



지난 20일 FIVB 랭킹 73위 인도를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하며 '항저우 비극'을 겪었던 가운데 이틀 뒤 또 한 번 처참한 패배로 아시아권에서조차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

한국인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을 노렸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17년 만에 우승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출항했다. 

그러나 1966 방콕 아시안게임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14개 대회 연속 시상대에 올랐던 아름다운 기록은 2023년 항저우에서 멈춰 섰다. '실력'으로 완벽히 졌다.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었다. 우리가 못했고 상대팀들이 더 잘했다. 

허수봉은 파키스탄전에서 팀 내 유일한 두 자릿수 득점(11)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웃지 못했다. 다만 상대팀이 더 뛰어났다는 점을 인정하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했다.



허수봉은 파키스탄전 종료 후 믹스트존에서 "선수들이 소집 후 무더위 속에서도 강도 높은 훈련을 버티면서 고생이 많았다"며 "아시안게임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낸 건 다 선수들이 만든 거다. 많은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했고 선수들이 고개를 숙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상대팀들이 다 서브가 강했는데 우리도 그런 서브를 구사해야 할 것 같다. 우리보다 높이, 힘이 좋기 때문에 어떤 기교로 포인트를 낼 수 있고 수비를 할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해야 한다"고 반성했다.

지난 20일 인도, 21일 캄보디아, 22일 파키스탄을 연이어 상대한 부분에 대해서도 "모든 참가국 선수들이 같은 조건이다. 매 경기 핑계 대지 않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아쉽게 됐다"고 변명보다 반성에 초점을 맞췄다.

아시아 국가들의 기량 발전이 뚜렷한 점도 확인했다. 허수봉은 과거 파키스탄, 인도 등이 뛰어난 신체 조건에도 세밀함 부족으로 우리가 한 수 위 플레이를 했다면 이제는 상황이 역전됐다고 돌아봤다.

아마추어 수준인 캄보디아를 상대로는 셧아웃 승리를 따냈지만 평균 신장이 195cm에 육박하는 인도, 파키스탄 대표팀은 한국이 더는 쉽게 넘어설 수 있는 수준의 팀들이 아니었다.



중동, 동남 아시아 국가들은 이전과 비교하면 리시브가 상당히 탄탄해졌다. 공격 연결, 블로킹, 게임 운영 능력까지 크게 향상되면서 한국이 더는 쉽게 볼 수 없는 전력을 갖췄다. 

한국 남자 배구가 2000년대 중반까지 아시아를 주름잡는 최강자로 군림했던 건 이제는 아득히 먼 과거가 됐다. 아시안게임 메달이 따놓은 당상이었던 시절이 더는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허수봉은 "중동팀들이 워낙 신체 조건과 점프력이 좋은데 과거에는 기본기가 다소 허술해서 우리가 쉽게 이겼다"며 "지금은 다르다. 기본기까지 갖추면서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팬들께서 남자 배구 대표팀에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셨는데 좋지 못한 성적을 보여드려 죄송하다"며 "(순위 결정전) 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중국 저장성, 김한준 기자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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