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이끄는 에릭 턴 하흐 감독이 편애 의혹과 지도 방식에 의구심을 받으면서 부임 2년 차에 위기를 맞이했다.
영국 매체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22일(한국시간) "맨유의 시즌은 9월이 끝나기도 전에 마무리될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일부 선수들은 턴 하흐 감독의 접근 방식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라고 보도했다.
턴 하흐 감독은 2022/23시즌을 앞두고 네덜란드 명문 AFC아약스를 떠나 맨유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직전 시즌에 리그 6위를 차지하며 부진한 한 해를 보낸 맨유는 아약스를 이끌고 리그 우승 3회와 2019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진출을 해낸 턴 하흐 감독에게 기대를 걸고 지휘봉을 맡겼다.
턴 하흐 감독은 구단 기대에 부응했다.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인 2022/23시즌에 맨유를 리그 3위에 올리며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가져왔고, EFL(잉글랜드풋볼리그)-컵도 우승하면서 6년 만에 맨유에 트로피를 안겼다.
그러나 2년 차인 2023/24시즌 초반부터 팀이 흔들리면서 턴 하흐 감독의 지도력이 의심받기 시작했다. 시즌 개막 후 맨유는 리그 5경기에서 2승3패를 거둬 리그 13위(승점 6)에 위치해 있다. 초반이기에 순위에 큰 의미를 둬서는 안 되지만, 맨유가 개막 후 5경기에서 3패를 한 건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처음이다.
맨유가 부진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수비 불안. 맨유는 개막전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전에서 1-0으로 승리한 이후, 리그 4경기에서 최소 2골을 내주면서 4경기 동안 10실점했다.
지난 21일 바이에른 뮌헨과의 2023/24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도 4실점 하면서 3-4로 패했는데, 맨유가 3경기 연속(아스널전 1-3, 브라이턴전 1-3, 뮌헨전 3-4) 3실점 이상 한건 1978년 이후 약 45년 만에 일어나는 일이다.
수비 불안 원인에 라파엘 바란, 루크 쇼, 에런 완비사카 등을 비롯해 핵심 선수들이 대거 부상을 입어 전력에서 이탈한 게 큰 영향을 끼쳤지만, 일각에서는 턴 하흐 감독의 지도 방식이 팀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맨체스터 이브닝 뉴스'는 "많은 맨유 선수들이 턴 하흐 감독의 비판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라며 "일부 선수들은 턴 하흐 감독이 선수단에서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편애 의혹을 제시했다.
이어 "일부 맨유 선수들은 또한 구단으로부터 잠정 퇴출을 당한 안토니의 부재로 인해 턴 하흐 감독의 방식이 손상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그들은 턴 하흐 감독의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익숙치 않은 위치에 놓이게 됐다고 느낀다"라고 덧붙였다.
브라질 공격수 안토니는 지난해 여름 스승인 턴 하흐 감독의 부름을 받아 9500만 유로(약 1347억원)에 아약스를 떠나 맨유에 입성했다. 거액의 이적료로 왔음에도 지난 시즌 리그 25경기 4골 2도움을 포함해 모든 대회에서 47경기에 나와 10골 5도움을 기록하면서 부진한 데뷔 시즌을 보냈는데, 심지어 최근엔 전 여자친구 폭행 혐의를 받아 구단에서 잠정 퇴출돼 복귀 여부까지 불투명해졌다.
맨유 선수들은 안토니 부재로 인해 몇몇 선수들의 포지션 변경을 시도한 턴 하흐 감독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공개적으로 선수들을 지적하는 방식에도 불편함 심기를 드러냈다.
턴 하흐 감독은 뮌헨전에서 난타전 끝에 3-4으로 패한 이후 인터뷰를 통해 "뮌헨에서 3골을 넣으면 최소한 승점 1점은 확보해야 하는데 우린 그렇지 못했다"라며 "거울을 통해 우리 스스로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선수들을 지적했다.
또한 지난 4일 리그 4라운드 아스널전에서 1-3으로 역전패한 후, 인터뷰를 통해 잉글랜드 윙어 제이든 산초를 저격했다. 당시 산초는 아스널전 명단 제외를 당했는데, 이유에 대해 그는 "산초가 명단 제외된 이유는 훈련에서의 퍼포먼스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초를 선택하지 않았다"라며 "맨유에서는 매일 최고의 레벨에 이르러야 한다. 그게 산초가 이번 경기에 소집되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후 산초는 SNS을 통해 공개적으로 반박에 나섰고, 감독에 반기를 든 대가로 산초는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1군 훈련에서 제외됐다.
다만 산초도 잘못을 했지만 턴 하흐 감독도 소속팀 선수를 공개적으로 저격했기에 산초의 항명 사태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맨유 레전드 사령탑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방식을 언급하면서 턴 하흐 감독의 행동을 지적했다.
퍼거슨 감독도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선수한테는 가차 없었지만, 그는 2009년 인터뷰를 통해 "난 내 선수 중 한 명으로 공개적으로 비판하지 않을 거다.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면 사기가 떨어진다. 감독의 임무는 라커룸을 견고하게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최근엔 12년 동안 맨유 골문을 지켜온 레전드 다비드 데헤아를 지난 6월 30일 계약 만료로 떠나게 해 맨유 선수들의 공분을 샀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영국 '더선'은 22일 "맨유 선수단은 턴 하흐 감독이 데헤아를 기념식도 없이 내보낸 점에 대해서 분노하고 있다"라며 "데헤아는 맨유 시절 동료들로부터 인기가 많았고, 지난 시즌엔 프리미어리그에서 클린시트 1위를 기록하며 골든 글러브를 수상했다"라며 데헤아가 오랜 헌신에 비해 너무 초라하게 떠난 여파가 팀 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부임 2년 차에 팀에 균열이 생기려는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턴 하흐 감독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성적밖에 없다. 시즌 초반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는 턴 하흐 감독이 팀을 하나로 똘똘 뭉쳐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DPA, AP, PA Wire/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