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유진 기자) 배우 故변희봉(변인철)이 50년이 넘는 연기 외길 인생의 열정을 남기고 영원한 하늘의 별이 됐다.
18일 변희봉은 췌장암 재발로 투병을 이어오다 이날 오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변희봉은 2018년 tvN '나이거참'에 출연해 '미스터 션샤인' 촬영을 위해 건강검진을 받다가 암 진단 결과를 받았다고 밝히며 "만약 그 때 건강검진을 하지 않았다면 오늘 이렇게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드라마 제작진들을 향한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이후 1년 동안 치료에 매진한 뒤 완치한 상태라고 밝혔지만, 완치 판정을 받은 뒤 5년 만에 암이 재발하며 결국 눈을 감았다.
1942년 생으로 전남 장성군 출신인 변희봉은 1966년 MBC 성우 공채 2기로 데뷔하며 방송 활동을 시작했다.
드라마 '전원일기', '조선왕조 오백년', '여명의 눈동자', '왕과 비', '허준', '솔약국집 아들들', '공부의 신', '불어라 미풍아',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 '트랩' 등 다양한 작품에서 묵직한 존재감을 발휘해왔다.
또 '화산고', '선생 김봉두', '시실리 2km', '공공의 적2', '주먹이 운다', '이장과 군수', '적과의 동침', '킹콩을 들다', '미스터 고', 고인의 유작이 된 2019년 개봉작 '양자물리학'까지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활약을 펼쳐 왔다. 2020년에는 대중문화 각계에서 활약한 공로를 인정받아 은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누구보다 각별한 봉준호 감독과는 봉준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를 시작으로 '살인의 추억'(2003), '괴물'(2006), '옥자'(2007)까지 무려 네 편의 영화를 함께 하며 단단한 신뢰를 쌓았다.
암 진단을 받기 1년 전인 2017년, 변희봉은 봉준호 감독의 '옥자'로 제70회 칸국제영화제 현장을 찾아 배우 인생 첫 레드카펫을 밟았다.
당시 칸 현장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 간담회에서 마주했던 변희봉은 "벼락 맞은 사람", "70도 기운 고목나무에 꽃이 핀 기분"이라고 자신의 상황과 기분을 표현하며 푸근하고 소탈한 입담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말끔히 슈트를 차려 입고 칸을 누비던 변희봉의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던 봉준호 감독은 "선생님이 포토콜 때 멋진 양복을 입고 나오신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킹스맨' 콜린 퍼스의 상사 같다고 생각했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칸을 찾게 된 것을 '배우의 로망'이라고 표현했던 변희봉은 "배우 생활을 오래 했습니다만, 칸에 온다는 생각은 꿈에도 가져보거나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꼭 벼락 맞은 사람 같다. 마치 70도 기운 고목나무에 꽃이 핀 기분이다"라고 시종일관 밝은 목소리로 에너지를 자랑했다.
만감이 교차하는 벅찬 마음을 전하던 변희봉은 "이제 배우 생활이 다 저물어갈 때 뭔가 미래의 문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 힘과 용기가 생겼다. 이 다음에 무엇을 할런지, 두고 봅시다. 열심히 할랍니다, 죽는 날까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때의 말처럼 2019년 '동네변호사 조들호2: 죄와 벌', '트랩', 영화 '양자물리학'까지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며 50년이 넘는 연기 외길 인생의 꾸준함을 몸소 보여줬다.
고인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장례식장 17호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20일 오후 12시 30분, 장지는 서울추모공원 흑석동 달마사 봉안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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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