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못지 않게 시즌 초반 위기를 맞고 있는 첼시가 본머스 원정에서 득점 없이 비겨 중하위권에 계속 머무르게 됐다. 경기력 또한 졸전에 가깝고 부상자도 많아 당분간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끄는 첼시는 17일 영국 본머스 바이털리티 경기장에서 열린 2023/24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본머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선수들이 90분 내내 부지런히 뛰었으나 두 차례 슛이 골대 맞고 나오는 불운까지 겹치며 0-0으로 비기고 말았다. 이날 무승부로 첼시는 1승2무2패(승점 5)를 기록,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 중 14위에 그치게 됐다. 본머스는 3무2패(승점 3)가 되면서 첼시 바로 다음은 15위에 자리잡았다.
지난 시즌 감독이 두 명이나 경질되는 수난에도 불구하고 12위에 그쳤던 첼시는 이번 시즌 앞두고 포체티노 감독을 데려왔고 여러 선수들을 거액 주고 영입해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초반 5경기에선 투자의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리버풀과 개막전에서 1-1로 비겨 그런대로 나쁘지 않은 출발을 선보인 첼시는 2라운드 웨스트햄과의 원정 경기에서 1-3으로 참패해 전력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승격팀 루턴 타운을 3-0으로 잡고 포체티노 체제 아래서 첫 승을 일궈냈으나 지난 3일 A매치 브레이크 전 노팅엄 포레스트와 홈 경기에서 0-1로 패하면서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이어 전력에선 한 수 아래로 꼽히는 본머스와 0-0으로 비겨 반등에 실패했다.
아울러 지는 2경기에서 득점이 하나도 없어 지난 시즌 38경기 38골, 경기당 한 골에 그쳤던 빈공을 다시 펼치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시즌 15위로 살아남았던 본머스는 웨스트햄과 개막전을 비긴 것까지는 괜찮았으나 이후 리버풀, 토트넘에 연패하면서 강등권으로 떨어졌다. 브렌트퍼드, 첼시와 연달아 비기면서 3~4연패 늪에 빠지진 않았으나 일던 첫 승이 절실하게 됐다.
이날 홈팀은 네투 골키퍼를 비롯해 밀로스 케르케즈, 로이드 켈리, 일리아 자바르니, 맥스 애런스로 수비라인을 꾸렸다. 루이스 쿡, 라이언 크리스티가 더블 볼란테를 이룬 가운데 당고 우타라, 필립 빌링, 마커스 태버니어가 2선에 포진했다. 원톱은 2017년 한국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잉글랜드 우승을 이끌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인 골든볼을 수상했던 도미니크 솔란케가 자리잡았다.
원정팀 첼시는 로베르트 산체스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으며, 백4는 왼쪽부터 레비 콜윌, 티아구 실바, 악셀 디사시, 말로 게스토로 이뤄졌다. 레슬리 우고추쿠, 코너 갤러거가 더블 볼란테를 이뤘다. 2선은 미하일로 무드리크, 엔소 페르난데스, 라힘 스털링으로 구성됐다. 니콜라스 잭슨이 최전방에 섰다.
경기 전부터 바이털리티 경기장에 엄청난 비가 내리면서 시작된 경기는 첼시가 볼점유율 65%를 기록했음에도 슈팅이 6개에 그치면서 좀처럼 풀어가지 못했다.
전반 2분 이번 시즌 첼시에서 유일하게 제 몫을 하고 있는 스털링의 패스를 페르난데스가 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슛으로 연결해 포문을 연 첼시는 1분 뒤 스피드 레이서 무드리크의 페널티지역 왼쪽 측면 돌파를 갤러거가 골문 앞에서 허벅지에 갖다 댔으나 슛이 크로스바를 넘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전반 13분엔 아쉬운 순간이 흘렀다. 무드리크와 잭슨이 서로 두 차례 패스를 주고 받으며 상대 수비라인을 무너트렸고 잭슨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때린 오른발 슛이 홈팀 왼쪽 골포스트를 맞은 뒤 밖으로 나갔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에서 첼시에 있어 가장 아까운 순간이었다.
본머스 역시 결정적인 찬스를 전반 중반으로 넘어가기 전 맞았다. 전반 18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빌링이 반대편으로 연결한 것을 와타라가 왼발 다이렉트 슛으로 연결했으나 산체스의 선방에 막혔다. 이어진 본머스의 추가 공격에서 태버니어가 왼발 대각선 슛을 쐈으나 역시 산체스에 잡혔다.
전반 23분엔 첼시가 게스토의 오른쪽 측면 돌파에 이른 크로스를 시도, 홈팀 선수 몸을 맞고 나오자 잭슨이 다소 어색한 자세에서 슛을 쐈으나 네투를 뚫지 못했다.
첼시는 전반 33분에도 무드리크가 돌파에 이어 가운데로 연결한 것을 갤러거가 바로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으나 네투가 쳐내면서 0-0 균형을 깨트리는데 실패했다.
전반전에 별 소득을 얻지 못한 첼시는 후반 5분 무드리크가 왼쪽 측면을 돌파하다가 아크 왼쪽에서 넘어져 좋은 직접 프리킥 찬스를 얻었으나 스털링의 오른발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에 떨어져 땅을 쳤다. 이를 콜윌이 재빨리 달려들어 차 넣었으나 이미 오프사이드 선언이 난 뒤였다.
본머스도 후반 6분 태버니어가 왼발 감아차기를 시도했으나 크로스바를 훌쩍 넘어갔다.
후반 20분엔 페널티지역 안에서 스털링과 잭슨의 패스가 이어지며 골지역 정면에서 첼시가 좋은 찬스를 맞이하는 듯 했으나 네투가 넘어지면서까지 필사적으로 볼을 걷어내 본머스가 위기를 넘겼다.
비가 그치고 해가 들면서 두 팀은 한 골 승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첼시는 무드리크를 뺘고 콜 팔머를 집어넣었으며 본머스는 2000년 전후로 세계적인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파트리크 클라위베르트의 아들 유스틴 클라위베르트를 투입해 맞대응했다.
본머스는 후반 34분 페널티지역 바로 앞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어 빌링이 강한 왼발 슛을 때렸으나 갤러거 맞고 골문을 벗어났다. 이어 1분 뒤엔 발랑의 왼쪽 측면 패스를 솔란케가 한 명 제친 뒤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 슛으로 연결했지만 산체스가 잡아냈다.
후반 41분엔 잭슨의 페널티지역 오른쪽 짧은 크로스를 팔머가 엉겁결에 왼발에 맞췄으나 네투가 반사적으로 쳐내 역시 골과 인연을 맺지는 못했다.
이후 두 팀은 마지막 순간 득점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결과는 0-0이었다. 주심이 추가시간을 8분이나 부여했으나 별다른 기회를 두 팀 모두에 없었다.
첼시 입장에선 부상 선수들이 생각날 만도 했던 경기였다. 특히 본머스전 앞두고는 에콰도르 대표팀에 포함돼 2026 월드컵 남미예선 2경기를 치르고 온 수비형 미드필더 모이세스 카이세도가 엔트리에 빠져 충격을 줬다.
영국 언론은 "카이세도는 심각하지는 않지만, 무릎 타박상 문제로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라고 전했다. 일부 매체에선 카이세도 부상이 경미해 빠르게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구단에선 아직 구체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본머스전 뒤 "18일 카이세도에 대한 정밀 진단을 하겠다"고 알렸다.
카이세도 부상 결장으로 첼시 팬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첼시는 올 시즌을 앞두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지출한 금액이 무려 4억 1900만 파운드(약 6953억원)에 달한다. 리버풀과 경쟁을 뚫고 카이세도를 영입하기 위해 1억 1500만 파운드(약 1900억원)를 지출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이적료 신기록까지 세웠다.
지난여름 웨슬리 포파나와 페르난데스, 무드리크, 브누아 바디아실 등을 데려오기 위해 투자한 금액까지 고려하면 무려 10억 파운드(약 1조 6500억원) 이상을 투자했으나 조 단위 스쿼드 효과가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첼시는 오는 24일 오후 10시 애스턴 빌라와 6라운드 홈 경기를 치르며 이후 28일 오전 3시45분엔 브라이턴과 리그컵 3라운드 홈 경기를 벌인다. 이어 10월엔 풀럼, 번리와의 원정 2연전을 치르고 A매치 브레이크를 맞는다.
본머스는 24일 오후 10시 본머스와 원정 경기에 이어 28일 오전 3시45분 2부 스토크 시티와 홈 경기를 벌인다. 그리고는 30일 아스널과 홈 경기, 7일 에버턴 원정 등 프리미어리그 2경기를 소화하고 A매치 휴식기에 돌입한다.
첼시의 경우 본머스전에서 나타난 것처럼 무드리크와 스털링의 속도감 넘치는 공격은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으나 원톱 잭슨의 골결정력이 아직 무뎌 고전하고 있다. 거액을 들여 여름에 데려온 크리스토퍼 은쿤쿠가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하고 장기 부상으로 재활에 돌입하는 등 새 시즌에도 첼시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화력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어 포체티노 감독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