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공격수 황희찬(울버햄프턴)이 벌써 리그 3호골을 터트리면서 팀 내 최다 득점자로 올라서자 호평이 끊이지 않았다.
울버햄프턴은 지난 16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프턴 몰리뉴 경기장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맞대결에서 전반 7분 황희찬의 선제골로 앞서가기 시작했으나 후반전에 3골을 내리 내주면서 1-3으로 역전패했다.
이날 기선제압에 성공한 건 홈팀 울버햄프턴이었다. 전반 7분 리버풀 공격을 차단한 울버햄프턴은 왼쪽 측면에 있던 페드루 네투가 60m를 질풍처럼 드리블한 뒤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상대 수비 3명을 순식간에 뚫고 반대편으로 낮게 크로스했다. 알리송 베케르 골키퍼와 상대 수비라인 사이 공간에 볼이 절묘하게 떨어졌고, 이때 황희찬이 쏜살같이 달려들어 골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대각선 슛을 쐈다.
알리송이 재빨리 황희찬의 슛을 막았으나 볼은 이미 골라인을 넘어간 뒤였다.
황희찬은 바로 골을 확인하고는 홈팬 앞으로 뛰어가며 펄쩍펄쩍 뛰고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최근 레알 마드리드 골 넣는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이 해서 유명한 '두 팔 펼치는' 세리머니로 자축했다.
이날 골은 황희찬의 시즌 3번째 골이다. 불과 5경기 만에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골과 맞먹는 득점수를 기록하게 됐다. 또한 지난 2021년 울버햄프턴에 입단한 뒤 처음으로 두 경기 연속골에 성공했다.
지난 2021년 독일 분데스리가 RB라이프치히에서 울버햄프턴으로 옮긴 황희찬은 첫 시즌 프리미어리그 5골을 넣었으나 두 번째 시즌인 2022/23시즌엔 골 수가 3골로 줄었다. 지난 시즌 내내 프리미어리그에서 넣었던 3골을 이번 시즌엔 5경기 만에 넣은 셈이 됐다.
특히 황희찬은 이번 리버풀전까지 합해 선발로 2번 교체로 3번 나선 셈인데, 출전시간을 합하면 200분에 불과하다. 200분에 3골을 폭발했으나 66분에 한 골씩 넣은 셈이다. 축구 경기가 90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당 1.36골로 수준 높은 골 감각을 펼쳐 보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황희찬은 이번 경기를 통해 리버풀 킬러로도 다시 한번 유명세를 떨치게 됐다. 그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뛰던 2019/20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당시 홀란, 미나미노 다쿠미와 잘츠부르크 삼각편대를 이뤄 디펜딩 챔피언 리버풀을 혼냈다. 비록 잘츠부르크가 3-4로 졌으나 황희찬의 공격력이 프리미어리그 명문 구단과 견주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후 라이프치히로 옮긴 뒤에도 챔피언스리그에서 리버풀을 두 번 만난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하면서 더욱 자주 마주치는 리버풀을 꾸준히 혼내고 있다. 지난 시즌에도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리버풀전에서 골을 넣었고, 리그 경기에서는 상대 자책골을 유도하는 등 리버풀을 상대로 인상적인 장면을 자주 만들었다. 이날도 다르지 않아 네투와 함께 좌우에서 리버풀 수비를 흔든 끝에 한 골을 폭발했다.
황희찬은 선제골 이후에도 상대 전방 압박을 효과적으로 뚫어내며 리버풀을 곤욕스럽게 만들었다. 전반 28분에도 네투가 드리블하다가 반대편으로 크로스한 것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받아치고 들어갔으나 리버풀 수비에 막혀 슛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전반 37분엔 상대 공격수 조타가 왼쪽 측면을 돌파할 때 황희찬이 골라인 부근까지 깊숙이 내려와 등지는 수비로 조타의 돌파 의지를 막아내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때 잠시 목 통증을 호소, 부상이 잦은 그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울버햄프턴 팬들과 한국 팬들의 속을 태웠으나 이내 회복하고 다시 뛰었다.
황희찬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은 채 전반전을 마무리하면서 울버햄프턴이 프리미어리그 명문 리버풀을 잡아낼 수도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리버풀은 리버풀이었다. 지난달 28일 리그 3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원정 경기에서 한 명이 퇴장을 당해 수적 열세임에도 2-1 역전승을 거두는 저력을 보여줬던 리버풀은 이를 울버햄프턴전에서 재현했다.
리버풀은 후반 10분 코디 학포의 동점골로 경기 균형을 맞췄다. 모하메드 살라가 골문 앞으로 붙인 패스를 학포가 발만 갖다 대면서 골망을 흔들었고, 이를 시작으로 분위기를 탄 리버풀은 울버햄프턴 골문을 여러 차례 두드렸다.
역전골을 터트린 건 리버풀 레프트백 앤디 로버트슨이었다. 후반 40분 살라의 침투 패스를 받아 박스 안으로 진인한 로버트슨이 곧바로 슈팅을 가져가 울버햄프턴 골망을 가르면서 스코어를 2-1로 만들었다. 이로써 학포의 동점골을 도왔던 살라는 로버트슨의 역전골까지 도우면서 도움 2개를 적립했다.
울버햄프턴은 승점 1점이라도 챙기기 위해 막판 공세에 나섰으나 오히려 리버풀이 후반 추가시간에 쐐기골을 넣으면서 울버햄프턴 추격 의지를 꺾어버렸다. 하비 엘리엇의 중거리 슈팅이 우고 부에노 다리에 맞고 굴절돼,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점수 차가 벌려졌다. 만약 부에노 다리에 맞지 않았다면 그대로 골라인 밖으로 나갔기에, 리버풀의 쐐기골은 부에노의 자책골로 기록됐다.
결국 리버풀은 후반전에 3골을 터트리는 저력을 과시하면서 리그 4연승을 질주. 개막 후 무패 행진을 달리면서 승점 13(4승1무)로 리그 3위에 올랐다. 1위는 디펜딩 챔피언이자 5전 전승 중인 맨체스터 시티(승점 15)가 차지 중이고, 2위엔 리버풀과 마찬가지로 4승1무 무패 행진 중인 토트넘 홋스퍼(승점 13)가 올라와 있다.
반면에 울버햄프턴은 황희찬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키지 못해 승점을 챙기지 못하면서 5경기에서 승점 3(1승4패)만 얻어 리그 15위에 위치했다. 지난달 26일 리그 3라운드 에버턴전에서 1-0으로 승리한 이후 4라운드 크리스털 팰리스전과 리버풀전에서 연달아 패하면서 2연패를 기록했다.
한편, 비록 패배로 끝났지만 프리미어리그 명문 리버풀 상대로 득점을 터트린 황희찬한테 호평이 쏟아졌다. 이날 황희찬은 교체되기 전까지 60분을 소화하는 동안 슈팅을 단 1개 시도했는데, 이 슈팅이 유효슈팅이자 선제골로 이어지면서 '원샷원킬'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직전 경기였던 팰리스전에서도 후반전 교체로 나와 시도한 유일한 슈팅이 헤더 득점으로 연결됐었는데, 2경기 연속 단 한 번의 슈팅 기회를 놓치지 않고 득점으로 연결하는 놀라운 결정력을 과시했다.
경기가 끝나고 영국 매체 '버밍엄 메일'은 황희찬에게 장리크네르 벨레가르드, 페드루 네투, 마리오 르미나와 함께 울버햄프턴 선수들 중 가장 높은 평점인 7점을 줬다.
평점 7점과 함께 황희찬에 대해 매체는 "시즌 3호골을 위한 침착한 마무리"라며 "오른쪽에서 선발로 출전한 다재다능한 공격수가 보여준 또 하나의 근면하고 지능적인 퍼포먼스"라고 호평했다.
또 다른 매체 '90min'도 황희찬한테 평점 7점을 주면서 "황희찬은 적당한 시간에 선제골을 넣는데 적절한 위치에 있었고, 그의 위치선정은 전반전 때 리버풀에 약간의 문제를 만들었다"라며 "교체되기 전에 앤디 로버트슨을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2023/24시즌이 시작된 후 잔류를 목표한 팀을 도와야 하는 황희찬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핵심 공격수였던 라울 히메네스, '근육질 윙어' 아마다 트라오레(이하 풀럼) 등 핵심 선수들이 대거 이탈했고, 최근엔 중원의 핵심인 마테우스 누네스도 여름 이적시장이 닫히기 전에 맨시티의 유혹을 받아 팀을 떠났다. 또 지난 시즌 중간에 부임해 강등 위기였던 울버햄프턴을 구해낸 훌렌 로페티기 감독도 구단과 갈등을 빚으면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게리 오닐 감독 체제에서 새 시즌을 시작한 울버햄프턴은 개막 후 리그 5경기 동안 1경기만 승리하면서 이번 시즌도 잔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황희찬의 활약상 속에서 가능성을 보았다.
현재 황희찬은 리버풀전 선제골을 포함해 3골로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골을 터트렸다. 3골 모두 리그에서 터트린 득점으로, 현재 황희찬 다음으로 리그 골이 많은 울버햄프턴 선수는 '2m 장신 공격수' 사사 칼라이지치와 마테우스 쿠냐(이하 1골) 단 2명뿐이다.
리그 5경기에서 단 5골만 터트리며 득점이 좀처럼 많이 나오고 있지 않은 울버햄프턴이기에 팀 내 최다 득점자인 황희찬의 역할이 막중하다. 특히 경기력을 물오를 때 부상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아 울버햄프턴으로선 황희찬 상태에 신경을 곤다 세울 수밖에 없다.
팀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좋은 출발을 하면서 팀의 득점을 책임지고 있는 가운데 황희찬이 잔여 시즌 동안 지금까지 보여준 활약상을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AP, EPA, PA Wire/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