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지난 13일 A매치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결승포를 뽑아내 한국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의 첫 승 '6수 도전'을 성공으로 이끈 '덴마크 왕자' 조규성이 소속팀에 돌아가자마자 또 골을 터트리며 물오른 득점 감각을 알렸다.
게다가 덴마크 진출 뒤 처음으로 정규리그 풀타임까지 뛰는 의미 있는 성과를 챙겼다.
미트윌란 공격수 조규성은 16일 덴마크 비보르에 위치한 비보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4시즌 덴마크 수페르리가 8라운드 비보르와의 원정 경기에서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7분 이날 경기 두 팀 합쳐 첫 골을 터트렸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나전 헤더 멀티골을 터트려 한국 축구사 첫 월드컵 한 경기 두 골 주인공이 된 조규성인 덴마크 진출 첫 골을 머리로 받아넣는 등 체격이 큰 덴마크 선수들 사이를 헤집고 수준급 포스트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이날도 다르지 않아 브라질 공격수 파울리뉴가 왼쪽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달려들며 방아를 찧듯이 머리로 내다 꽂았고, 볼은 골지역에서 한 번 튕긴 뒤 골망을 출렁였다.
마침 골문 뒤쪽에 수천여명의 미트윌란 원정팬들이 있어 기쁨을 더욱 컸다. 원정팬들이 일제히 환호하자 조규성은 그 앞을 빠르게 질주한 뒤 점프하고 오른쪽 검지를 가리키며 자축했다.
지난 7월 중순 전북을 떠나 미트윌란에 입성한 조규성은 이날 득점으로 수페르리가 7경기 4골을 기록하며 득점랭킹 공동 4위에 올랐다. 조규성보다 한 골 넣은 선수 중 한 명이 다른 리그로 이적했기 때문에 사실상 3위라고 해도 무방하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예선에서 넣은 골까지 합치면 공식전 12경기에서 5골을 터트렸다.
앞서 조규성은 미트윌란 개막전이었던 지난 7월22일 흐비도우레와의 홈 경기에서 헤더골로 데뷔 축포를 터트리고 유럽 무대 순항을 알렸다. 조규성은 수페리르리가에서 선정하는 1라운드 베스트11에 뽑히기도 했다.
이어 7월31일 실케보르와의 홈 경기에서는 페널티지역 안에서 시원한 오른발 대각선 슛을 꽂아넣어 자신이 헤더 외에 발로 넣는 슛에서도 능한 공격수임을 알렸다. 미트윌란도 조규성의 2경기 연속골을 바탕 삼아 2연승을 달렸다.
조규성은 지난달 7일 열린 3라운드 륑비전에선 직전에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에서 연장전까지 120분 다 뛴 후유증을 걱정해 후반 10분간 뛰었으나 3경기 연속골에 성공했다. 다만 팀이 1-4로 대패해 빛이 바랬다.
이후 미트윌란이 치른 수페르리가 4경기 중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부상 등으로 6라운드를 결장하는 등 고전하며 득점하지 못했고 팀도 어느 덧 수페르리가 12팀 가운데 6위를 오가는 중위권으로 내려왔다.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예선 최종 플레이오프에서도 폴란드 레기아 바르샤바에 패해 탈락했다.
그런 가운데 8라운드에서 다시 골 맛을 보면서 건재를 알린 것이다.
A매치에서의 득점 상승세를 이어가 더욱 고무적이다. 반전 동력을 찾은 조규성은 소속팀 복귀 뒤 첫 경기에서 장쾌한 헤더골을 터트리며 컨디션이 돌아왔음을 전했다. A매치 웨일스전 및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연속 선발 출전한 그는 특히 사우디전에서 전반 32분 상대가 잘못 걷어낸 볼을 곧장 헤더골로 완성, 1-0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조규성은 득점은 물론 상대 수비진을 농락하며 유럽에서 자신의 기량을 한층 업그레이드 이뤘음을 알렸다.
그리고 그 감각을 고스란히 살려 비보르전에서도 실력 발휘를 마음껏 했다.
이날 90분 풀타임을 뛴 것도 반갑다. 조규성은 이번 시즌 덴마크 수페르리가에서 부상으로 빠진 6라운드 노르셸란 원정 경기를 제외하고는 7경기에 나왔고 그 중 선발로 6차례 출격했다. 하지만 90분을 전부 뛴 적이 없다.
개막전 흐비도브레전에서 후반 27분까지 72분을 뛰고 아웃된 조규성은 실케보르전에서도 후반 28분까지 그라운드를 누비고 교체아웃됐다. 이어 3라운드에선 후반 35분 교체로 들어갔고 4라운드 바일레전에선 후반 8분까지만 뛰고 비교적 일찍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5라운드 브뢴뷔전에서 선발 출전했으나 전반 19분 햄스트링 부상으로 교체아웃되면서 6라운드를 쉰 조규성은 A매치 브레이크 직전인 지난 3일 AGF전에선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기록해 후반 40분까지 뛰었다.
그리고 정규리그 4경기 만에 다시 골폭풍을 일으킨 비보르전에서 처음으로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릴 떼까지 땀을 흘린 것이다.
사실 조규성은 미트윌란에 오자마자 개막전부터 선발로 뛰며 주전 공격수 자리를 확고하게 굳혔으나 아프리카 기니 국가대표인 소리 카바가 2년 반을 뛰면서 정규리그 77경기 20골을 넣는 등 무난하게 활약하고 있는 상태였다. 다만 골 수가 적다보니 조규성을 데려온 것이다.
조규성이 오고 나서도 카바가 일정시간을 뛰다 보니 조규성 입장에선 교체아웃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난 2일 마감된 유럽축구 여름 이적시장 막판 카바가 스페인 라리가 라스 팔마스로 이적하면서 조규성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졌고 출전 시간도 늘어나 이번 비보르전에서 90분을 전부 뛰었다.
물론 경쟁자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노르웨이 몰데에서 온 올라 브린힐드센이 최근 이적해 조규성과 경쟁 혹은 공존을 할 전망이다.
조규성은 출전시간 대비 득점에서도 수페르리가 '1강'다운 폭발력을 드러내고 있다. 미트윌란이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예선을 병행하다보니 수페르리가 1~8라운드 중 출전한 7경기에서의 출전 시간이 402분에 불과하다. 결국 100분당 1골로 1경기에 1득점 정도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쉬운 페널티킥 실축도 하나 있는데, 이 페이스를 유지하면 수페르리가 득점왕도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 조규성은 이번 비보르전 골로 리그 득점 3위에 올라 있다.
앞서 A매치 브레이크 전인 지난 5일 축구 데이터 분석가 크리스토퍼 저스는 SNS에 덴마크 수페르리가 공격수들의 90분당 득점과 기대득점(xG)을 표로 만들어 정리했다. 기대득점은 슈팅 기회가 득점으로 연결될 확률로, 기대득점 값이 높을수록 결정적인 기회를 남들보다 많이 가졌다는 걸 의미한다.
따라서 90분당 기대득점과 득점을 비교해 선수들의 결정력을 알아볼 수 있는데, 조규성은 이제 막 유럽에 진출한 선수임에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90분당 득점과 기대득점 모두 상위권에 위치해 눈길을 끌었다.
데이터에 따르면, 조규성은 90분당 득점이 1골을 넘겼는데 기대득점이 1에 미치지 못했다. 당시 7라운드까지 마친 상태에서 조규성은 리그 6경기에 나왔지만 총 출전시간이 316분에 불과하다보니 90분 풀타임을 소화할 경우 매 경기 1골은 넣는 공격수일 뿐만 아니라 결정력도 훌륭한 공격수임이 드러난 것이다.
표에서 조규성보다 좋은 기록을 기록한 선수들은 총 4명인데, 이 중 2명은 리그 6경기 4골을 기록 중인 2002년생 덴마크 공격수 알렉산더 린드(실케보르 IF)와 4경기에서 3골을 터트린 아이티 공격수 루이시어스 돈 디드슨(오덴세 BK)이다.
나머지 2명은 지난 시즌 리그 18골로 리그 득점왕에 올랐으며 90분당 기대득점이 1.5에 육박한 미트윌란 윙어 구스타프 이삭센으로, 그는 최근 이탈리아 세리에A 강호 SS라치오로 이적했다. 다른 한 명은 노르셸란에서 뛴 2003년생 가나 공격수 어니스트 누아마로 프랑스 명문 올랭피크 리옹이 지난달 31일 이적시장이 닫히기 전에 영입했다.
이렇게 조규성이 첫 풀타임을 뛰며 골까지 넣고 자신의 순도 높은 골결정력을 알렸으나 미트윌란은 조규성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공방전을 벌이다 2-2로 비겨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전반전을 0-0으로 마무리한 뒤 후반 7분 조규성의 첫 골로 앞서나간 미트윌란은 교체로 들어온 홈팀 공격수 세르지뉴 개인기에 수비라인이 무너지며 후반 11분 동점포를 내줬다. 세르지뉴는 미트윌란 선수 2명을 순식간에 제친 뒤 일대일 찬스에서 왼발 바깥쪽을 기술적으로 활용해 골망을 출렁였다.
미트윌란은 교체로 들어온 기니비사우 공격수 프란쿨리노가 후반 31분 2-1로 앞서는 골을 넣었으나 후반 38분 상대팀 수비수 잔 잘레텔에게 페널티지역 내 헤더골을 얻어맞아 결국 2-2로 비기고 말았다.
이날 무승부로 미트윌란은 3승2무3패(승점 11)를 기록하며 6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비보르는 승점 9가 되면서 9위에서 미트윌란 바로 아래인 7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조규성은 오는 25일 오전 1시 OB와 홈 경기를 통해 두 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사진=미트윌란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