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6.06.22 23:58 / 기사수정 2006.06.22 23:58
나는 프로축구를 기다린다. 한국축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K-리그 후반기 리그가 어서 시작하기를 기다린다.
그전에 월드컵 때문에 잠깐 휴식기를 갖고 있는 하우젠컵 부터 치러야 한다. 2006 독일 월드컵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도대체 왜 프로축구를 기다리느냐. 많은 이들이 이렇게 물어 볼 지 모른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은 몇가지 있다.
"프로축구가 있었기에 한국 축구의 현재가 있다"
K-리그가 있었기에 현재의 한국축구가 있다. 프로축구 리그가 없는데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나라는 단 한곳도 없다. 모든 나라가 프로 리그가 기반이 돼 월드컵에서 선전하는 것이다.
한국 대표팀에서 중앙수비수로 활약하고 있는 김영철. 그는 성남일화의 전기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K-리그 경기를 자주 보러 가는 팬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선수다.
그러나 월드컵 경기, 국가대표 경기만 보는 팬들은 '어디서 뛰던 선수지?'라며 궁금해 할 수 있다. 프로축구에는 관심이 없는 '축구팬'들이 적지 않다. 그들이 열광하고 응원하는 대표팀 선수들이 K-리그에서 탄생했음에도 말이다. 박지성, 설기현처럼 K-리그에서 뛰지 않은 예외적인 경우도 있기는 하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질 때 크로아티아와 친선경기(2001년 11월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한국 2-0 승)에서 김남일이 헤딩으로 골을 넣자 상당수의 팬들이 '누구야 저 선수? 처음 보는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프로축구를 보지 않기 때문에 김남일, 송종국같은 선수들이 K-리그에서 뛰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이다.
"월드컵은 정말 보너스일 뿐"
한국대표팀이 월드컵에서 16강,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기분이 좋고 행복하겠지만 정작 내가 지지하는 프로축구팀이 우승컵을 드는 것보다는 덜 기쁠 것 같다. 축구를 진정으로 좋아 하는 팬이라면 월드컵 기간에만 '열광적인 축구팬' 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이들은 늘 축구를 접하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K-리그를 본다. 그리고 내가 사는 고장의 연고팀을 응원한다. 박지성이 프랑스전에서 골을 넣었을 때보다 내가 응원하는 우리 고장 팀이 후반 45분에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을 때가 더 좋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월드컵은 정말 4년마다 돌아오는 '보너스 축구축제'라는 느낌이 든다. K-리그에 성심을 다해 응원하는 팀을 가져 봤으면 좋겠다. 자기 고장의 팀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어쩔 수 없는 현실?"
스포츠팬들이 프로축구에 관심이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프로축구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했다고도하고 결코 크지 않은 스포츠 시장에서 야구, 농구, 축구,거기에 배구까지 공존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프로축구의 발전이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부딪칠 때도 많다. 그러나 분명 발전은 하고 있다. 2,-3년 전과 비교해 볼 때 많이 발전한 느낌이 든다. 관중도 다소나마 늘어 난 것 같다.
국내 프로축구는 "느리다", "박진감이 떨어진다", "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처럼 못하냐"는 비난을 받으면서 유럽축구에 익숙한 팬들의 눈높이를 맞춰 주지 못한 점도 사실이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는 변명만 하지 말고 이제는 정말 새로운 시도로 K-리그를 한 단계 더 올려 놓아야 한다. 그리고 유럽같이 활성화된 리그를 가지려면 축구팬들이 보다 많이 K-리그 경기장을 찾아야 한다.
한국 축구가 세계적인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시대가 왔다. 그러나 한국 축구가 가야 할 길은 멀다. 이제 프로축구를 더 사랑해야 할 때다. 그래야 한국축구가 더 눈부신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프로축구를 기다린다. 월드컵이 한국축구의 수준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프로축구가 한국축구의 수준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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