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과거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퀸스파크 레인저스(QPR)에서 '해버지' 박지성과 한솥밥을 먹었던 브라질 레전드 골키퍼 줄리우 세자르가 박지성 덕에 한국 축구가 놀라운 발전을 이뤄냈다고 감탄했다.
아울러 당시 주장을 맡았던 박지성의 리더십에도 존경을 보냈다.
브라질 출신 레전드 세자르는 오는 10월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레전드 올스타전'에 앞서 지난 10일 한국을 찾았다. 11일 경신중학교 축구부 유소년 선수들을 대상으로 유소년 축구 클리닉을 진행하며 한국 축구 꿈나무들과 만남을 가진 세자르는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그랜드블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세자르는 특히 QPR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박지성을 떠올리면서 한국 축구가 지금 위치까지 발전할 수 있었던 건 박지성 덕분이었다고 강조했다.
세자르는 "박지성과 QPR에서 만난 게 2012년이었다. 처음 봤을 때 기술적으로 정말 좋다고 느꼈다"면서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팀원들과도 잘 지냈다. 주장 역할도 잘했다. 2년 동안 박지성과 라커룸을 공유하면서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었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2002 한일 월드컵 활약 후 거스 히딩크 감독을 따라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으로 이적한 박지성은 2005년 세계젹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했다. 당시 맨유를 이끌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의 플레이를 네덜란드로 넘어와 직접 본 뒤 반해 영입을 결정했다. 박지성은 부동의 주전을 아니었으나 로테이션보다는 높은 12번째 입지를 가진 선수로 2011/12시즌까지 뛰면서 중요 경기 때마다 맹활약 했다.
하지만 30대로 접어들면서 잦아지는 부상에 출전 기회가 줄어들었다. 박지성은 보다 많은 기회를 잡기 위해 2부에서 올라와 잔류에 성공한 QPR로 이적했다. QPR은 박지성을 주장으로 임명했고, 이 시기 이탈리아 명문 인터 밀란에서 활약하던 세자르도 QPR에 합류해 박지성과 함께 뛰게 됐다.
QPR 구단주인 항공사 에어아시아 회장 토니 페르난데스가 네임밸류 있는 선수들 영입에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페르난데스가 데려온 '빅네임' 1호 선수가 바로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은 세자르는 물론 리오 퍼디낸드 동생인 안톤 퍼디낸드 등과 좋은 호흡을 선보이며 새 팀에서의 발전을 다짐했다.
다만 박지성은 QPR에서 부침을 겪었다. QPR이 시즌 초반 고전하면서 결국 마크 휴즈 감독이 경질되고 해리 레드냅 감독이 와 팀 분위기에 변화를 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박지성이 왼팔뚝에 차고 있던 주장 완장이 사라졌다. 사실상 주장직을 박탈당한 셈이었다.
박지성이 바로 다음 시즌인 2013/14시즌 네덜란드 PSV로 임대를 떠나면서 오랜 시간 함께하지는 못했다. PSV에서 1년을 보낸 뒤엔 무릎 부상 후유증 등으로 예상보다 이른 나이에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하지만 세자르는 10여년이 지난 뒤에도 박지성을 통해 한국 축구의 발전 과정을 몸소 느낄 수 있었고, 박지성의 '캡틴 리더십'을 인정했다.
세자르는 "박지성 덕에 한국 축구가 많이 발전한 것 같다. 최근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을 보면서도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한국과는 국가대표 A매치에서 만나기도 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에 방문하면서 한국 축구의 발전을 직접 보며 느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자르와 함께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이탈리아 레전드 잔루카 참브로타도 박지성과의 맞대결을 회상했다. 2007/08시즌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속이었던 참브로타는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박지성과 직접적인 맞대결을 펼쳤다. 윙어로 출전했던 박지성과 풀백으로 출전한 잠브로타는 경기 내내 치열하게 부딪혔다.
참브로타는 "박지성과는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도 만났다. 그 때 내가 바르셀로나 소속이었다. 그 경기 외에도 세계 여기저기서 상대팀으로 만나 맞붙었던 기억이 있다"면서 "아시아 선수 중에서는 가장 강한 선수였던 건 분명하다. 이렇게 우수한 선수가 아시아에 있다는 사실에 항상 놀라움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혔다.
참브로타는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가 24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야말로 세계적인 측면 수비수였다. 유벤투스와 FC바르셀로나, 인터 밀란에서 뛰며 독일 월드컵 직후엔 월드베스트11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런 참브로타도 그 많은 스타플레이어 중 박지성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셈이었다. 박지성은 바르셀로나를 만날 때면 지금 '축구의 신'으로 추앙받고 있는 상대팀 간판 스트라이커 리오넬 메시를 꽁꽁 묶어 깊은 인상을 남기고 2007/0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쳄피언스리그 결승행에 큰 공을 세웠다.
세자르, 참브로타의 말처럼 박지성은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길을 열어준 선구자와 다름 없다. 해외축구의 아버지를 줄여서 말하는 '해버지'라는 별명은 박지성이 한국 축구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지 나타낸다.
박지성이 맨유에서 활약하는 동안 유럽 축구계에 좋은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과거 박주영, 구자철, 기성용 등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할 수 있었고, 현재 토트넘 캡틴이자 최고의 에이스로 활약하는 손흥민이 있을 수 있었다.
박지성과 동시대에 활약하던 축구계 레전드들도 박지성이 한국 축구 발전에 큰 영향을 줬다고 인정했다.
사진=라싱시티그룹 코리아, 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