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독일이 일본을 상대로 1-4 대패를 당한 한지 플릭 감독을 경질한 가운데 후임으로 위르겐 클린스만이 거론되자 독일 언론이 기겁했다.
독일축구연맹(DFB)은 10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플릭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고 발표했다. 홈에서 일본에 대패한 이후 불과 몇 시간 뒤 내린 결정이었다.
앞서 독일은 10일 독일 볼프스부르크 폴크스바겐 아레나에서 열린 일본과의 A매치 친선 경기에서 1-4로 참패했다. 전반 11분 만에 이토 준야에게 선제골을 내준 독일은 19분 르로이 사네의 동점골로 따라붙었으나 이후 3골을 연달아 실점하며 무너졌다.
충격적인 패배였다. 모든 면에서 일본에 뒤졌다.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고 우왕좌왕했고, 일본에 수차례 완벽한 득점 기회를 내줬다. 슈팅 수는 11대14로 근소하게 밀렸지만 유효 슈팅은 3대 11로 압도 당했다. 마크 안드레 테어슈테겐 골키퍼의 선방이 나오지 않았다면 독일은 더 많은 실점을 내줄 수 있었다.
두 팀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도 맞붙었다. 당시 스페인, 코스타리카와 함께 죽음의 조가 만들어졌고, 스페인과 독일이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전혀 달랐다. 독일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일본과 만났으나 1-2로 역전패했다.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고, 이 패배를 극복하지 못한 독일은 조 3위를 기록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이허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 수모를 겪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으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독일은 약 10개월 만에 리턴 매치를 추진했다. 일본을 홈으로 불러들여 설욕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월드컵 때보다 더 큰 점수 차로 무릎을 꿇었다.
독일을 꺾은 일본은 아시아 팀 최초로 독일을 상대로 4골을 넣은 팀이 됐다. 역습이 아닌 맞불을 놓고도 독일을 크게 이긴 일본의 경기력에 무수히 많은 찬사가 쏟아졌다. 국내에서는 위르겐 클린스만이 이끄는 대표팀의 최근 행보와 비교하며 일본을 아시안컵 유력 우승 후보로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일본과의 수준이 더욱 벌어졌다고 낙담하는 이들도 있었다.
찬사를 받은 일본과 달리 독일은 상당히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지난 3월 벨기에전 패배를 시작으로 A매치 5경기 연속 무승(1무4패)을 기록한 독일은 123년 역사상 처음으로 감독 경질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플릭 감독은 내년 여름 개최될 예정인 유럽선수권대회까지 팀을 이끌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독일축구연맹은 "최근 실망스러운 대표팀에 새로운 추진력이 필요했다.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성과를 우선해야 하는 입장에서 경질이 불가피했다"고 플릭 감독과 결별을 택했다.
곧바로 플릭의 뒤를 이어 독일을 이끌 감독 후보들이 등장했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을 비롯해 레알 마드리드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이끈 지네딘 지단, 라이프치히와 바이에른 뮌헨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율리안 나겔스만 등 세계적 명장들이 거론됐다.
이 중에는 현재 한국 대표팀 사령탐 위르겐 클린스만의 이름도 있었다. 독일 빌트TV는 "플릭 감독의 대체자가 될 수 있는 10인"이라며 클롭, 지단, 나겔스만을 비롯해 올리버 글라스너, 미로슬라프 클로제, 루디 푈러, 마티아스 잠머, 로타어 마테우스, 루이 판할과 함께 클린스만을 포함했다.
현역 시절 독일 레전드 공격수였던 클린스만은 과거 한 차례 독일 대표팀 사령탑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감독 경력 초창기 시절이었던 2004냔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200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서 독일을 3위에 올려놨다.
하지만 당시에도 선수단 관리나 일정 등 대표팀 업무 상당 부분을 요아힘 뢰브 당시 수석코치 등 코칭 스태프에게 맡겨 논란을 일으켰다. 월드컵을 끝으로 독일 대표팀에서 물러났고, 이후 친정팀 바이에른 뮌헨 감독으로 간 클린스만은 이후 미국 대표팀, 헤르타 베를린 등에서도 온갖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감독 경력에 위기를 맞이했다. 특히 베를린 시절 SNS로 감독직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논란을 일으키면서 사실상 독일 축구계에 발을 들이지 못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런 클린스만이 플릭 감독 뒤를 이을 후보로 거론되자 독일 언론이 기겁했다. 감독 후보 '티어 리스트'에서 클린스만을 가장 낮은 단게인 4티어에 포함시키며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독일 바바리안 풋볼은 4티어에 마테우스와 클린스만을 포함했다. 마테우스에 대한 평가는 단순한 'NO'였지만 클린스만은 'NOOOOOOOOOOOOOOO'라고 평가하면서 클린스만이 다시 독일 대표팀 감독으로 와서는 절대 안 된다고 극구 반대했다.
한편, 클린스만은 현재 한국 대표팀에서도 경질 위기에 놓였다. 지난 3월 부임 후 치른 A매치 5경기에서 3무2패로 아직까지 승리가 없다. 역대 외국인 감독 중 부임 후 가장 오랫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오명을 쓰게 됐다. 재택 근무 및 대표팀 업무 소홀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데다가 지난 웨일스와의 친선전에서는 절망적인 경기력 끝에 0-0 무승부를 거두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도 다음 사우디아라비아전이 클린스만의 미래를 결정할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을 정도로 위태로운 상황이다. 사우디전이 사실상 단두대 매치가 됐다. 클린스만은 내년 1월 카타르에서 개최되는 아시안컵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외치고 있지만 BBC는 웨일스전을 앞두고 "클린스만이 웨일스, 사우디를 상대로 결과를 내지 못랄 경우 미국에서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내게 될 수 있다"고 이미 경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정작 자국 언론에서도 클린스만 복귀는 전혀 바라지 않는 모양새다. 클린스만 감독 인생에 최대 위기가 닥쳤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바바리안풋볼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