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아시안컵 정상 탈환을 천명해도 경쟁팀이 무서운 기세로 경기력을 끌어 올리면 우승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더군다나 그 경쟁팀이 일본이라면 더더욱 배가 아플 수 밖에 없다. 일본은 10일(한국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 폴크스바겐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의 친선경기에서 4-1로 대승했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후반 연속골로 독일을 2-1로 제압한 일본은 이번엔 아예 독일 적지로 들어가 4-1이라는 큰 득점 차로 승리하며 독일을 홈팬들 앞에서 망신 줬다.
독일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본에 발목을 잡히며 월드컵 두 대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란 굴욕을 맛본 데 이어 아시아팀에게 최초로 4실점을 헌납하며 체면을 완전히 구겼다.
한지 플릭 감독의 독일은 4-3-3 전형으로 나섰다. 마르크-안드레 테어 슈테겐 골키퍼를 비롯해 요슈아 키미히, 니클라스 쥘레, 안토니오 뤼디거, 니코 슐로터백이 수비를 구성했다. 중원엔 엠레 찬, 일카이 귄도안, 플로리안 비르츠가 중심을 잡았고 르로이 사네, 카이 하베르츠, 세르주 그나브리가 공격진에 나섰다.
이에 맞서는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의 일본은 4-2-3-1 전형으로 맞섰다. 오사코 게이스케 골키퍼를 비롯해 이토 히로키, 이타쿠라 고, 도미야스 다케히로, 스가와라 유키나리가 수비진을 구축했다. 엔도 와타루와 모리타 히데마사가 수비를 보호했고 2선엔 미토마 가오루, 가마다 다이치, 이토 준야, 최전방에 우에다 아야세가 출격했다.
일본은 전반 11분 만에 이토 준야가 선제 골을 터뜨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독일이 8분 뒤 르로이 사네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지만, 3분 만에 우에다 아야세의 결승 골로 앞서갔다.
일본은 카타르 월드컵 때 보여준 빠른 공격 전환에 일본 축구 특유의 패스를 통한 볼 소유와 빌드업이 조화를 이루면서 독일을 압도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후반에 독일이 동점을 위해 공격적으로 라인을 올리자 일본은 뒷공간을 영리하게 공략했고 후반 추가시간 45분 아사노 다쿠마, 후반 47분 다나카 아오의 연속골이 터지며 3골 차 완승을 거뒀다.
일본은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 모리야스 감독이 선택한 실리적인 역습 축구로 16강에 진출했고 16강에서도 3위팀 크로아티아와 접전을 벌이며 국제 무대에서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후 모리야스 감독이 재계약에 성공하고 아시안컵과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했다. 그는 일본 축구 내 있었던 패스를 활용한 축구가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을 수용하며 짧은 패스를 활용한 축구를 조금씩 접목하기 시작했다.
3월 우루과이, 콜롬비아와의 두 경기에서 1무 1패를 당했지만, 일본은 6월 엘살바도르, 페루에게 각각 6-0, 4-1 대승을 거두며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여기에 독일을 상대로 4-1로 또다시 대승을 거둬 완성도 높은 경기력을 자랑하고 있다. 일본은 A매치 3경기에서 무려 14골을 폭발시키고 있고 단 2실점에 그치고 있다.
일본의 맹활약은 당장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을 천명한 클린스만호에게 가장 큰 위협이다. 취임 당시 "아시안컵 우승이 목표"라고 말한 클린스만호의 경기 결과, 내용과 아주 대조를 이룬다.
지난 2월 말 부임한 클린스만호는 3월부터 5경기 3무 2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3경기 동안 단 4골에 그쳤고 실점은 6실점으로 공수 균형이 무너진 상황이다.
여기에 클린스만이 감독 본업 대신 자신의 개인 사업과 유럽축구연맹(UEFA) 내에서의 활동에 집중하면서 재책근무 논란이 일었다. 클린스만은 지난 6월 A매치 후 재택근무로 국내 여론이 악화됐다. 지난 7월엔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엔젤레스 자택에서 줌으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해 자신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 설명하며 설득하려 했지만, 쉽사리 통하지 않았다.
당시 클린스만은 "K리그를 관전하는 동시에 월드컵 예선 조추첨 이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과 논의를 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린스만은 이어 한국 팬들 대다수가 대표팀 감독이 한국에 머물며 일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점에 대해서는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고 솔직하게 생각을 밝혔다.
이어 "나는 좀 더 큰 그림에서, 더 국제적인 차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이 '원격'으로 해온 업무 내용에 관해 설명했다.
한국 상주에 대해서도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엔 과장된 점이 있다. 물리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를 떠나 이제는 선수들과 소통하고 관찰하는 방법이 예전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경기장에 직접 가는 방법도 있지만 가지 않더라도 각국에 있는 코칭스태프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선수들의 상태를 체크 중"이라고 밝혔다.
재택근무를 꿋꿋이 이어갔다면 재택근무의 성과가 이번 경기를 통해 나타나야 했다. 하지만 성과는 커녕 오히려 더 나쁜 내용과 결과를 보여줬다. 부임 후 첫 무실점 경기라 자찬하기엔 내용이 엉망이었다. 웨일스의 슛이 골대를 맞지 않았으면 또 질 뻔했다.
그런 와중에 대표팀 일정을 놔두고 선수 시절 소속팀 일정이 있었다는 해프닝까지 등장했다. 여러모로 바람잘 날 없는 클린스만호다.
한편 일본은 오는 12일 오후 9시 20분 벨기에 헨트 체게카 아레나에서 튀르키예와 두 번째 친선 경기를 갖는다. 한국은 오는 13일 오전 1시30분 프리미어리그 뉴캐슬 유나이티드 홈구장인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전을 치른다.
한국은 당초 북중미 강호 멕시코와 겨룰 예정이었으나 계약 체결 전 멕시코가 중계 등을 이유로 유럽에 오지 않고 자국에서 호주와 평가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역시 멕시코와 9월 평가전이 무산된 사우디와 영국에서 경기하는 해프닝을 벌이게 됐다.
사우디는 최근 이탈리아 대표팀을 지난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으로 이끈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을 선임시키고 2026년까지 거액에 계약하는 파격적인 행동으로 세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사우디 입장에선 만치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두 번째 A매치를 한국과 치르는 셈이다.
특히 클린스만 못지 않게 만치니 감독도 내년 1월 아시안컵 우승을 취임 기자회견에서 당면한 목표로 내건 터라 13일 한국-사우디전은 아시안컵 우승 구도를 미리보는 경기로 주목받을 전망이다.
뉴캐슬 유나이티드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를 대주주를 맞이하면서 전력을 업그레이드하고,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21년 만에 진출했다. 이번엔 그런 뉴캐슬의 홈구장을 대주주가 속한 나라의 국가대표팀인 사우디가 쓰게 됐다.
사우디는 만치니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였던 9일 코스타리카와의 첫 경기에서 1-3으로 완패하며 첫 승에 실패했다. 사우디와 한국의 맞대결은 양팀 감독의 첫승 도전으로 볼거리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Reuters,AP,EPA,AFP,KYODO/연합뉴스, 첼시, 엑스포츠뉴스DB, 사우디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