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이현석 기자) 필리포 인자기 감독이 자신의 동생인 시모네 인자기 인터 밀란 감독을 배신하고 떠난 로멜루 루카쿠에게 꾸준히 좋은 이야기만을 해주며 미래를 응원했다.
이탈리아 매체 로마프레스는 7일(한국시간) "필리포 인자기는 루카쿠의 로마 합류 결정에 대해 말했다"라고 보도했다.
루카쿠는 최근 AS로마 구단의 공식 발표를 통해 2024년 6월까지 로마에서 임대 생활을 하는 것이 확정됐다. 로마는 지난 시즌 팀 공격을 이끌었던 잉글랜드 출신 타미 에이브러햄이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내년 3월까지 재활에만 전념해야 하는 탓에 새 공격수를 물색 중이었는데 루카쿠를 데려오며 공격진을 보강했다. 루카쿠는 곧바로 지난 AC밀란전에서 로마 데뷔전을 치렀다.
루카쿠의 이번 여름은 순탄치 않았다. 이적 행선지가 계속해서 바뀌었기 때문이다. 루카쿠의 당초 행선지로 가장 유력했던 곳은 같은 이탈리아 세리에A 인터 밀란이었다. 루카쿠는 이미 지난 2019년부터 2021년, 그리고 지난 2022/23 시즌을 인터 밀란에서 생활하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이어 2023/24 시즌을 앞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인터 밀란행을 가장 원한다고 밝혔다.
인터 밀란도 루카쿠 영입에 긍정적이었다. 루카쿠가 지난 시즌 임대로 팀에 합류해 모든 대회에서 37경기에 나와 14골 7도움을 기록했으며, 인터 밀란이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하는 데 큰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카쿠의 원소속팀인 첼시가 임대가 아닌 완전 이적을 원하면서 인터 밀란을 좀처럼 합의하지 못했고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로 흘러갔다. 이때 루카쿠는 자신을 원한다는 이탈리아 또 다른 명문 유벤투스의 제안을 듣고, 인터 밀란 대신 유벤투스행을 비밀리에 준비했다. 그러나 해당 소식이 발각되면서 인터 밀란은 강한 실망감을 드러냈고, 결국 루카쿠 영입전에서 발을 뺐다.
다만 유벤투스마저 첼시와 이적료를 두고 큰 격차를 드러내면서 협상이 결렬됐고 루카쿠는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 루카쿠는 그럼에도 첼시 훈련을 거부하며 자존심을 원소속팀에서 뛰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적시장 마감일을 며칠 앞두고 옛 스승 무리뉴 감독의 제안을 받아 로마에 임대 신분으로 가는 것에 합의했다.
루카쿠는 로마 합류 이후 입단 인터뷰를 통해 "여기 왔을 때 구단과 팬들이 보내준 환영이 날 흥분시키고 있다"며 "상대 팀으로 로마의 올림피코(홈구장)를 찾았을 때 분위기와 로마 팬들의 따뜻함을 느낀 적이 있다. 오늘 내가 이 팀의 일원이 돼 정말 좋다"라고 기뻐했다.
이런 가운데 시모네 인자기 감독의 형인 필리포 인자기는 루카쿠의 선택에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그의 미래에 기대감을 내비쳤다.
로마프레스는 "필리포는 루카쿠가 로마에 적합한지, 그의 영입이 로마의 시즌 목표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라며 필리포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필리포는 "나는 그가 동생과 함께 인터 밀란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결국 자신에게 최고의 팀으로 가길 결정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루카쿠는 2001년 가브리엘 바티스투타가 했던 것처럼 비슷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티스투타는 당시 로마가 스쿠데토 경쟁을 하는 데 힘을 실어주었다"라며 루카쿠의 로마 이적이 바티스투타 이적만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바티스투타는 2000/01 시즌 당시 피오렌티나에서 로마로 이적해 로마의 해당 시즌 리그 우승을 견인했다. 필리포는 루카쿠가 바티스투타처럼 로마가 우승권 전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며 "파울로 디발라와 짝을 이룬 루카쿠는 무리뉴를 스쿠데토 경쟁자로 올려놓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며 칭찬했다.
한편 필리포와 달리 루카쿠에게 직접적인 배신을 당한 시모네 감독도 루카쿠의 로마 이적을 앞둔 당시 부정적인 말이 아닌 그의 계약이 가져올 긍정적인 효과만을 언급했다.
시모네 감독은 마의 이번 루카쿠 임대 영입에 대해 "로마는 훌륭한 계약을 맺었다. 그는 이탈리아 축구에서 훌륭했고, 우리 모두 그가 훌륭한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다. 세리에A가 루카쿠 같은 좋은 선수를 보유한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다"라며 루카쿠 영입이 로마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칭찬했다.
이어 "나는 우리 선수들과 함께 있어 매우 행복하다. 그들과 함께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만족한다"라며 지난 시즌 함께 했던 루카쿠 영입하지 못했음에도 현재 선수단에 만족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필리포와 시모네, 두 형제 모두 루카쿠의 로마 이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보다는 칭찬과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루카쿠가 두 사람의 말처럼 로마를 우승 경쟁으로 이끌 수 있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AFP, EPA, 로이터/연합뉴스
이현석 기자 digh1229@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