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만 36세' 리오넬 메시가 그라운드와 미국 MLS(메이저리그사커) 무대를 지배하면서 인터 마이애미 상승세를 이끌었다.
인터 마이애미는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위치한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FC와의 2023시즌 MLS 원정 경기에서 메시의 멀티 도움에 힘입어 3-1 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장에 헐리우드 스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NBA(전미농구협회) 레전드 르브론 제임스, 영국 해리 왕자 등을 비롯해 수많은 유명 인사들이 찾아 경기를 보러온 가운데 '축구의 신' 메시가 환상적인 경기력으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메시는 5-3-2 전형에서 2002년생 아르헨티나 공격수 파쿤도 파리아스와 함께 최전방 투톱으로 선발 출격했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 전설 메시는 대표팀 후배와 함께 마이애미 공격을 이끌면서 원정임에도 LA를 무너뜨렸다.
선제골은 전반 13분에 나왔다. 수비수 토마스 아빌레스의 침투 패스가 박스 안으로 향하자 공을 받기 위해 파리아스가 쇄도했다. 박스 안에서 파리아스는 슬라이딩을 통해 미끄러지듯이 슈팅을 시도했는데, 이 슈팅이 그대로 골대를 때리고 골라인 안으로 들어갔다.
대표팀 후배가 선제골을 터트리자 메시도 득점을 노렸다. 전반 25분 역습 상황에서 미드필더 디에고 고메스가 박스 바로 앞까지 접근한 뒤 뒤꿈치 패스로 메시에게 공을 건넸고, 메시가 날린 왼발 중거리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존 매카시가 안전하게 잡아냈다.
전반 37분 메시가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맞이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히는 장면이 나왔다. 고메스와 2 대 1 패스를 주고받은 뒤 수비수까지 제친 메시는 앞에 골키퍼만 남겨뒀다. 경기를 지켜본 많은 팬들이 메시가 골을 터트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매카시 골키퍼가 메시의 왼발 슈팅을 막아내면서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반대쪽 골문을 노린 메시의 왼발 슈팅은 매카시가 쭉 뻗은 왼팔에 막혔다. 이후 세컨볼을 LA 수비수가 멀리 걷어내면서 메시는 득점을 다음 기회로 넘겨야 했다. 당시 관중석에 있던 관중들은 매카시의 선방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메시도 자신의 슈팅이 막히는 걸 예상 못 했는지 머리를 움켜잡았다.
마이애미가 스코어 1-0, 한 골 리드한 채로 전반전이 끝난 가운데 메시는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득점을 터트리지 못했지만 대신 동료들의 골을 도우면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마이애미는 후반 6분에 추가골이 터졌는데, 추가골을 만들어 낸 건 다름 아닌 '바르셀로나 듀오'였다.
중앙선 인근에서 공을 잡은 메시는 왼쪽에서 전방으로 쇄도 중인 스페인 풀백 조르디 알바를 발견했다. 메시는 알바한테 정확한 침투 패스를 찔러줬고, 메시의 패스를 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이한 알바는 침착하게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면서 스코어를 2-0으로 만들었다.
과거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에서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했던 두 선수가 만들어낸 득점은 원정팬들을 열광시켰다. LA전 추가골로 알바는 MLS 데뷔골을 기록했고, 메시도 시즌 4호 도움을 올렸다.
메시는 이날 도움 한 개에 만족하지 않았다. 후반 38분 메시가 쐐기골을 도우면서 LA 추격 의지를 꺾어버렸다. 후방에서 날아온 롱패스를 LA 수비수들이 미처 끊지 못하자 메시는 공을 몰고 박스 앞까지 진입했다. 충분히 슈팅을 할 수 있음에도 메시는 후반 29분에 교체 투입된 에콰도르 공격수 레오나르도 캄파나한테 패스했다.
완전히 공간이 열려 있던 캄파나는 메시의 패스를 곧바로 왼발 슈팅으로 연결하면서 스코어 3-0을 만들었다. 캄파나가 득점에 성공하면서 메시는 지난달 24일 FC신시내티와의 2023 US오픈컵 준결승 이후로 3경기 만에 멀티 도움에 성공했다. 관중들은 힘껏 메시 이름을 연호하면서 이날 환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메시에게 찬사를 보냈다.
패색이 짙어졌지만 LA는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44분 코너킥 상황에서 팀 주장 카틀로스 벨라가 헤더 슈팅으로 한 골 만회하는데 성공했다. 벨라의 헤더 슈팅이 골대를 때리고 골라인 안으로 들어가면서 LA는 무득점 패배를 면했다.
경기 종료를 앞두고 실점을 허용해 클린시트 달성엔 실패했지만 마이애미는 LA 원정에서 3-1 완승을 거두며 무패 행진을 11경기로 늘렸다.
마이애미의 11경기 무패 행진 비결엔 단연 메시가 있었다. 메시는 LA전 2도움을 포함해 마이애미 입단 후 11경기에서 11골 5도움을 기록하면서 마이애미 공격의 선봉장으로 등극했다. 메시가 11경기에서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한 경기는 지난달 31일 내슈빌과의 MLS 맞대결이 유일하다. 메시가 침묵하면서 마이애미는 0-0 무승부를 거뒀다.
메시가 매 경기 놀라운 활약을 펼치면서 마이애미의 상승세를 이끌자 축구통계매채 '소파스코어'는 메시의 성적을 조명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메시는 56분당 골이나 도움을 통해 득점을 만들어 내면서 많은 공격포인트를 생산했다.
또 슈팅 정확도가 무려 91%(21/23)에 달했고, 드리블 성공률은 79%(26/33)에 이르면서 자신이 왜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꼽히는지를 증명했다.
메시에 대한 놀라움은 선수들의 활동 반경을 확인할 수 있는 히트맵에서도 볼 수 있다. 메시는 상대 진영 대부분에서 공을 잡으면서 넓은 활동 반경과 함께 마이애미 공격 전술에 핵심임을 보여줬다. 심지어 메시는 1987년생으로 만 36세이기에, 축구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이렇게 넓은 범위를 뛰면서 팬들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PSG(파리 생제르맹)과 계약이 만료된 메시는 지난 7월 16일 마이애미와 2025년까지 계약을 체결하면서 MLS 무대에 입성했다.
마이애미는 지난 2018년 창단된 신생팀으로 메시 이전에 세계적인 축구 스타 지위를 누렸던 데이비드 베컴이 구단주 중 한 명이다. 베컴은 구단 회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레전드 메시는 최근 2년간 PSG에서 뛰었으며 지난 6월 계약이 만료돼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다. 그런 메시를 친정팀 바르셀로나, '오일 머니'를 앞세운 사우디아라비아 명문 알 힐랄과 경쟁한 끝에 인터 마이애미가 품게 됐다.
계약기간 3년 외 메시에 대한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베컴과 함께 공동 구단주를 맡고 있는 호르헤 마스는 이달 초 스페인 매체와 인터뷰에서 "메시의 연봉은 5000만 달러(650억원)에서 6000만 달러(800억원) 사이"라고 밝혔다.
많은 기대 속에서 미국에 발을 내민 메시는 자신이 왜 역대 최고의 축구선수 중 한 명인지를 바로 증명했다. 메시는 이제 막 새로운 팀과 리그에 합류했음에도 적응기가 무색하게 11경기 11골 5도움이라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면서 구단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메시의 활약상은 마이애미의 순위로 인해 더 부각됐다. 2018년에 창단돼 2020년부터 MLS에 참가한 인터 마이애미는 신생팀이다 보니 동부 콘퍼런스 6위를 차지했던 2022시즌을 제외하고 쭉 하위권에 있었다. 이번 시즌도 지난달 27일 레드불스 상대로 승리를 거두기 전까지 동부리그 최하위인 15위에 머물러 있었다.
심지어 서부리그 14팀과 합쳐 마애이미는 29팀 중 꼴찌였기에 사실상 MLS 최약팀이었지만 새로 영입된 메시가 마이애미를 이전과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신시켰다.
마이애미는 메시가 합류하기 전까지 6경기 동안 승리가 없었지만 메시를 영입한 이후엔 9경기에서 6승 3무를 거뒀다. 무승부를 거둔 3경기 모두 승부차기까지 간 댈러스와의 리그스컵 16강전과 내슈빌과의 결승전 그리고 신시내티와의 US오픈컵 준결승전이다. 공식 결과엔 무승부로 남았지만 3경기 모두 승부차기 끝에 인터 마이애미가 승리했다.
메시는 인터 마이애미에 합류하자마자 득점을 몰아치면서 결승전을 포함해 리그스컵 전 경기 득점을 기록. 7경기 10골 1도움이란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면서 구단에 첫 리그스컵 트로피를 선물했다.
인터 마이애미뿐만 아니라 메시도 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이번 우승은 메시의 통산 44번째 우승으로, 지금까지 축구 역사상 메시보다 더 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선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전까지 메시는 통산 우승 43회로 바르셀로나 시절 동료였던 브라질 레전드 풀백 다니 알베스와 함께 우승 횟수 공동 1위였지만, 리그스컵 우승으로 알베스를 따돌리고 단독 1위로 등극했다.
구단에 리그스컵 트로피를 선물한 메시는 곧바로 이어진 FC신시내티와의 2023 US오픈컵 준결승에서도 득점은 없었지만 2도움을 기록하면서 경기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연장 120분 혈투 끝에 3-3 동점으로 끝나자 경기는 승부차기로 돌입.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해 마이애미는 리그스컵에 이어 US오픈컵도 결승전에 진출했다.
많은 이들이 경기 내용과 결과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펼쳐진 US오픈컵 준결승은 리그 최하위와 1위 간의 맞대결이었다.
마이애미와 함께 동부리그에 속해 있는 신시내티는 현재 승점 54(16승6무3패)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서부리그 14팀 중에서도 신시내티보다 더 많은 승점을 쌓은 팀은 없기에 사실상 이번 시즌 MLS 최강의 팀과 최약의 팀이 US오픈컵 준결승에서 맞붙게 된 것이다.
순위만 봤을 땐 신시내티가 인터 마이애미를 꺾고 무난히 결승전에 올라가는데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인터 마이애미엔 메시가 있었다. 메시는 후반 추가시간 막판에 극장 동점골을 도우면서 패배 위기에 놓인 팀을 구해내고, 기어코 리그 1위팀을 꺾는 기염을 토해냈다.
메시의 활약은 리그에서도 이어졌다. 컵대회를 마치고 지난달 27일 뉴욕 레드불스와의 맞대결에서 MLS 데뷔골을 터트리며 2-0 승리를 이끈 메시는 다음 경기인 내슈빌전에서 침묵했지만 LA 원정에서 도움 2개를 기록해 3-1 완승을 이끌었다. 메시가 시즌이 끝났을 때 공격포인트를 얼마나 쌓았을지 벌써부터 팬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사진=소파스코어 브라질 SNS, AFP, AP, EPA/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