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대한민국 공격수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 교체로 나와 단 한 번의 슈팅을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팀 내 '슈퍼 조커'로 입지를 다졌다.
울버햄프턴 원더러스는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3으로 졌다. 후반 초반 오드손 에두아르에게 선제 실점한 울버햄프턴은 황희찬의 동점골로 따라붙었으나 에베레치 에제와 에두아르에게 연속 실점해 무너졌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가운데 팰리스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후반 11분 타이릭 미첼이 왼쪽 측면을 무너뜨린 후 낮고 빠른 크로스를 중앙으로 정확하게 배달했고, 쇄도하던 에두아르가 발만 갖다대 골망을 흔들었다. 원정팀 골키퍼 사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장면이었다.
실점 직후 황희찬이 경기 투입을 위해 몸을 풀었다. 울버햄프턴은 후반 15분 파블로 사라비아를 불러들이고 황희찬을 내보냈는데, 황희찬은 곧바로 팰리스 골망을 흔들면서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후반 20분 프리킥 상황에서 황희찬은 네투의 킥을 어깨로 받아 넣었다. 핸드볼 파울이 불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비디오판독(VAR)으로도 문제없이 득점이 인정됐다. 황희찬의 시즌 2호골로 울버햄프턴이 경기 균형을 맞췄다. 황희찬은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동료들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울버햄프턴은 황희찬의 동점골로 분위기를 탔으나 팰리스가 다시 앞서가는 골을 터트리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후반 32분 교체 투입된 장 펠리페 마테타가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패스를 머리로 떨어뜨려줬고, 에베레치 에제가 박스 안에서 트래핑 후 가볍게 골대 안으로 밀어 넣어 득점에 성공했다.
다시 끌려가는 상황에 처한 울버햄프턴은 이어 추가 실점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후반 38분 에두아르가 멀티골을 만들었다. 마테타와 원투 패스를 주고받은 후 박스 안으로 진입한 에두아르는 일대일 상황에서 정확하게 골문 구석을 가르는 슛으로 득점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경기 종료 직전 울버햄프턴이 한 골을 만회했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중앙에 대기하고 있던 마테우스 쿠냐가 번쩍 뛰어올라 머리로 받아 넣었다. 하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팰리스의 3-2 승리로 경기가 종료됐다.
팰리스전 패배로 울버햄프턴은 시즌 개막 후 리그 4경기에서 단 1승만 거두면서 승점 3(1승3패)으로 리그 15위에 그치게 됐다.
울버햄프턴은 현재 만족스럽지 않은 시즌 출발을 보이고 있다. 2023/24시즌 유일한 승리가 리그 3라운드 에버턴전인데, 에버턴은 지난 시즌 극적으로 잔류에 성공했음에도 시즌 개막 후 리그 4경기 1무 3패를 거두면서 승격팀인 루턴 타운(3패)과 번리(3패)와 함께 아직 리그 승리가 없는 팀이다.
에버턴전에서만 승점 3점 사냥에 성공하고, 나머지 3경기들을 모두 지면서 이번 시즌 잔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공격수 황희찬이 또 한 번 교체로 나와 득점포를 가동하면서 존재감을 알린 것은 몇 안 되는 소득으로 평가할 만하다.
시즌 개막 후 황희찬은 리그 4경기 모두 출전했는데, 이중 교체 출전이 3경기이다. 리그 개막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후반 18분 교체로 들어갔고, 2라운드 브라이턴 앤드 호브 앨비언전에서도 후반 9분에 교체로 나와 그라운드를 밟았다.
황희찬은 브라이턴전에서 0-4로 크게 뒤진 후반 16분 파블로 사라비아의 코너킥을 먼 쪽에서 그대로 머리로 받아 넣어 울버햄프턴의 이날 경기 첫 골이자 새 시즌 마수걸이포를 터트리고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게 도화선이 돼 황희찬은 지난달 25일 에버턴 원정에서 시즌 첫 선발 출전했다. 울버햄프턴은 리그 개막전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0-1로 패하고 2라운드 브라이턴과의 경기에서는 1-4로 참패해 2연패 늪에 빠진 상황이었다. 울버햄프턴에 승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황희찬은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다만 에버턴전에선 전반전 45분을 소화하고는 후반 시작과 함께 아이트 누리와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이른 시간 교체 아웃에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다. 이유는 최근 들어 황희찬을 신음하게 하는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 부상이었다.
부상 소식이 전해진 이후 지난달 30일 블랙풀과의 리그컵 경기에 결장한 황희찬은 꽤 오랜 기간 회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9월 A매치를 앞두고 이번 경기 교체명단에 포함되며 빠른 회복세를 알렸다. 그리고 크리스털 팰리스전 전반전을 벤치에서 보낸 뒤 후반 15분 사라비아를 대신해 교체 투입되며 복귀전을 치렀고, 투입 5분 만에 동점골을 만들어내며 최상의 컨디션임을 자랑했다.
특히 황희찬이 짧은 경기 시간을 소화하면서 만들어 낸 스텟이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축구통계매체 '풋몹(FotMob)'에 따르면, 황희찬은 후반 추가시간 6분을 포함해 약 36분 정도 경기를 뛰는 동안 드리블 성공 1회, 태클 성공 1회, 몸싸움 승률 100%(2/2), 패스 성공률 92%(11/12) 등을 기록했다.
볼 터치 횟수가 18회에 불과해 공을 많이 만지지 못했는데 후반 20분 황희찬이 터트린 득점이 이날 유일한 슈팅으로 기록되면서, 황희찬은 팰리스전 처음이자 마지막 슈팅을 득점으로 연결 지어 '원샷원킬'을 보여줬다. 교체로 나와 득점포를 가동한 황희찬은 '풋몹'으로부터 평점 7.7점을 받으면서, 도움 2개를 기록한 네투(평점 8.6)와 미드필더 마리오 르미나(평점 7.8)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격수 황희찬은 울버햄프턴에서 다사다난한 2년을 보내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RB라이프치히에서 제대로 기회를 얻지 못해 2021년 여름 울버햄프턴으로 임대 이적하면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다.
당시 황희찬은 시작부터 울버햄튼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에서 데뷔골 득점에 성공한 것을 포함해 리그 6경기에서 4골을 넣으며 9월 울버햄튼의 이달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임대로 데려온 황희찬이 전반기 동안 좋은 활약상을 펼치자 울버햄프턴은 2022년 1월에 완전 영입 조항을 발동하기로 결정. 라이프치히에 1400만 파운드(약 233억원)를 지불하고 황희찬의 소속팀을 울버햄프턴으로 바꿨다.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에 30경기 5골 1도움을 기록한 황희찬은 2022/2시즌을 앞두고 등번호도 26번에서 11번으로 변경되면서 더 많은 출전 시간과 득점을 기대하게끔 만들었지만 시즌 초반 브루노 라즈 감독으로부터 외면받으면서 줄곧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라즈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후 지난 11월 훌렌 로페테기 감독이 부임한 이후에서야 중용되기 시작했는데, 시즌 중간에 부상이 몇 차례 오면서 황희찬은 시즌 내내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황희찬은 지난 시즌 모든 대회에서 32경기에 나와 4골 3도움만 기록했다. 다행히 시즌 마지막 홈경기였던 리그 37라운드 1-1 무승부로 끝났던 에버턴전에서 선제골을 터트리며 유종의 미를 거두면서 다음 시즌 활약을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새 시즌이 시작된 후 황희찬은 지난 시즌 도중에 부임해 강등 위기였던 울버햄프턴을 잔류시켰던 로페테기 감독이 구단과의 갈등으로 떠나 게리 오닐 감독의 지도를 받게 됐다.
지난 15일 리그 개막전 맨유전에서 후반 17분에 교체로 들어와 슈팅을 4차례 시도해 활발한 공격을 보여주면서 새 감독한테 눈도장을 찍은 황희찬은 다음 경기인 에버턴전에서 득점까지 터트리면서 오닐 감독 체제하에서 주전으로 낙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마침 지난 시즌 골을 넣었던 에버턴을 상대로 선발로 나섰지만 또다시 부상 악령에 발목을 잡혀 잠시 전력에서 이탈하게 되면서 팬들을 침울하게 만들었다. 다행히 부상에서 빠르게 복귀해 팰리스전에서 골맛을 보면서 팬들을 다시 열광하게 만들었다. 여름이적시장에서 제기됐던 황희찬 이탈리아 AS로마 이적설까지 일축하며 프리미어리그에서 롱런할 기반을 다졌다.
사진=PA Wire, AP/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