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부상 복귀전을 치른 황희찬이 교체 투입 5분 만에 시즌 2호골을 터렸다. 하지만 소속팀이 패해 빛이 바랬다.
울버햄프턴 원더러스는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3으로 졌다. 후반 초반 오드손 에두아르에게 선제 실점한 울버햄프턴은 황희찬의 동점골로 따라붙었으나 에베레치 에제와 에두아르에게 연속 실점해 무너졌다.
경기 종료 직전 마테우스 쿠냐의 만회골이 터졌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승점 3점을 챙긴 팰리스는 2승1무1패, 승점 7로 리그 7위에 올랐다. 울버햄프턴은 1승 3패, 승점 3으로 리그 15위에 머물렀다.
이날 경기에서 홈팀 팰리스는 4-2-3-1로 나섰다. 샘 존스톤이 골문을 지켰다. 조엘 워드, 요아힘 안데르센, 마크 게히, 타이릭 미첼이 백4를 형성했다. 셰이크 우마르 두쿠레, 제퍼슨 레르마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조던 아예우, 에베레치 에제, 제프리 슐루프가 2선에 위치했다. 에두아르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다.
원정팀 울버햄프턴은 4-4-1-1로 맞섰다. 조세 사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넬송 세메두, 크레이그 도슨, 맥스 킬먼, 아이트 누리가 수비를 맡았다. 파블로 사라비아, 주앙 고메스, 마리오 레미나, 페드루 네투가 중원을 이뤘고, 마테우스 쿠냐가 세컨드 톱, 파비우 실바가 최전방 원톱으로 출전해 득점을 노렸다.
직전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허벅지 부상으로 결장 가능성이 있었던 황희찬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후반 15분 교체 투입된 뒤 5분 뒤인 후반 20분 페드루 네투의 프리킥을 어깨로 마무리해 동점골이자 시즌 2호골을 작렬했다.
황희찬은 지난달 25일 에버턴 원정에서 시즌 첫 선발 출전했다. 울버햄프턴은 리그 개막전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0-1로 패하고 2라운드 브라이턴과의 경기에서는 1-4로 참패해 2연패 늪에 빠진 상황이었다. 울버햄프턴에 승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황희찬은 첫 선발 출전 기회를 잡았다.
황희찬은 맨유전에서 후반 18분 교체로 들어간 것에 이어 브라이턴전에선 후반 9분 역시 교체로 들어갔다. 황희찬은 브라이턴전에서 0-4로 크게 뒤진 후반 16분 파블로 사라비아의 코너킥을 먼 쪽에서 그대로 머리로 받아넣어 울버햄프턴의 이날 경기 첫 골이자 새 시즌 마수걸이포를 터트리고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이게 도화선이 돼 에버턴전 선발로 뛴 것이다.
다만 에버턴전에선 전반전 45분을 소화하고는 후반 시작과 함께 아이트 누리와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이른 시간 교체 아웃에 많은 이들이 궁금해 했다. 이유는 부상이었다. 게리 오닐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황희찬은 전반전에 햄스트링 통증을 느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교체해야 했다"고 황희찬의 부상 소식을 알렸다.
황희찬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부상에 계속 고전했다. 지난해 말 카타르 월드컵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재활만 하다가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에 교체로 들어가 16강 확정짓는 결승골을 넣어 마음 고생을 털어낸 황희찬은 지난 3월 또 쓰러져 시즌 도중 한국까지 와서 치료받고 돌아가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후 컨디션이 나아져 울버햄프턴의 조커 멤버로 톡톡한 역할을 하고 이번 시즌 1, 2라운드 교체로 들어가 득점까지 한 끝에 선발 자리를 꿰찼으나 햄스트링이 또 고장 나면서 재활 생활에 다시 들어가는 신세가 됐다.
이후 블랙풀과의 리그컵 경기에 결장한 황희찬은 꽤 오랜 기간 회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9월 A매치를 앞두고 이번 경기 교체명단에 포함되며 빠른 회복세를 알렸다. 그리고 크리스털 팰리스전 전반전을 벤치에서 보낸 뒤 후반 15분 파블로 사라비아를 대신해 교체 투입되며 복귀전을 치렀고, 투입 5분 만에 동점골을 만들어내며 최상의 컨디션임을 자랑했다.
이날 경기에선 홈팀이 전체적인 주도권을 쥐었다. 팰리스는 전반 15분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에제가 박스 안에서 걸려 넘어졌으나 VAR 판독으로도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다. 곧바로 이어진 울버햄프턴의 골킥 상황에서 사와 킬먼의 호흡이 맞지 않았다. 사의 패스를 끊어낸 팰리스가 일대일 기회를 잡았고, 아예우가 슈팅까지 시도했으나 골라인을 넘기 직전 울버햄프턴 센터백 킬먼이 걷어냈다.
울버햄프턴이 불안한 빌드업으로 쉽게 올라오지 못하고, 팰리스가 공세를 이어갔다. 전반 27분 아예우와 아이트 누리가 볼 경합 과정에서 몸싸움까지 번지는 신경전을 펼쳤다. 주심은 아이트 누리에게 경고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원정팀도 서서히 기회를 잡아갔다. 양 측면을 공략하고 빠르게 크로스를 올려 팰리스 수비진과 높이 싸움을 벌였다. 하지만 소득은 없었다. 득점은 쉽게 터지지 않았다. 답답했던 흐름이 이어지자 라이트백 세메두가 먼 거리에서 중거리슛을 때렸으나 이 슛도 골대를 벗어났다.
전반 41분에는 네투가 현란한 개인기로 수비 한 명을 앞에두고 반박자 빠른 슈팅을 날려봤지만 골키퍼가 손끝으로 걷어냈다. 추가시간 3분이 주어졌지만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양 팀 득점 없이 전반전이 종료됐다.
후반전에는 의외로 불이 붙었다. 전반전에 비해 팰리스의 공격은 무뎌지면서 울버햄프턴도 공세를 강화했다. 울버햄프턴은 빌드업이 안정되면서 점유율을 늘려가며 공격을 시도했으나 마무리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후반 11분 첫 골이 터졌다. 팰리스의 몫이었다. 왼쪽 측면을 무너뜨린 후 미첼이 낮고 빠른 크로스를 중앙으로 정확하게 배달했고, 쇄도하던 에두아르가 발만 갖다대 골망을 흔들었다. 원정팀 골키퍼 사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던 장면이었다. 실점 직후 황희찬이 몸을 풀었다. 울버햄프턴은 후반 15분 사라비아를 불러들이고 황희찬을 내보냈다.
황희찬이 시즌 2호골을 터뜨렸다. 후반 20분 프리킥 상황에서 네투의 킥을 어깨로 받아넣었다. 핸드볼 파울이 불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VAR 판독으로도 문제 없이 득점이 인정됐다. 황희찬의 골로 울버햄프턴이 경기 균형을 맞췄다. 황희찬은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동료들과 기쁨을 함께 나눴다. 브라이턴전에 이어 2연속 발이 아닌 머리와 몸으로 득점했다.
에버턴전에서도 교체 투입 후 5분 만에 헤더로 득점을 터뜨린 황희찬은 이번 경기에서도 교체 투입 후 5분 만에 머리로 득점포를 쏘아올리며 울버햄프턴의 신무기임을 알렸다.
팰리스도 아예우를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후반 17분 아예우가 박스 안 오른발 발리슛으로 울버햄프턴의 골문을 노렸다. 다행히 사가 선방하면서 울버햄프턴이 실점 위기를 넘겼다. 5분 뒤 에제의 직접 프리킥은 골문 구석으로 날아갔으나 사가 선방해냈다.
하지만 결국 추가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후반 32분 교체 투입된 장 펠리페 마테타가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패스를 머리로 떨어뜨려줬고, 에제가 박스 안에서 트래핑 후 가볍게 골대 안으로 밀어넣어 득점에 성공했다.
울버햄프턴은 이어 추가실점으로 완전히 무너졌다. 후반 38분 에두아르가 멀티골을 만들었다. 마테타와 원투 패스를 주고받은 후 박스 안으로 진입한 에두아르는 일대일 상황에서 정확하게 골문 구석을 가르는 슛으로 득점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후 원정팀은 네투가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 감아차기로 득점을 노렸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추가시간 6분이 주어졌다. 팰리스는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패스를 돌리며 템포를 조절했다. 울버햄프턴 선수들이 공을 뺏기 위해 달려들면 빠르게 속도를 올려 침투했다. 추가시간 에제가 다시 한 번 울버햄프턴 수비를 허물고 슈팅까지 가져갔다. 사 골키퍼 선방이 아니었으면 4번째 실점이 나올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경기 종료 직전 울버햄프턴이 한 골을 만회했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중앙에 대기하고 있던 쿠냐가 번쩍 뛰어올라 머리로 받아넣었다. 하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팰리스의 3-2 승리로 경기가 종료됐다.
크리스털 팰리스전 2호골로 좋은 컨디션을 알린 황희찬은 오는 9일 영국 카디프에서 열리는 웨일스전, 14일 영국 뉴캐슬에서 벌어지는 사우디아라비아전 등 A매치 친선 경기 2연전을 위해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다.
사진=울버햄프턴, 팰리스 SNS, PA Wire, AP/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