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첼시는 더이상 이랬다 저랬다 하는 애물단지 공격수에게 관심이 없다. 제아무리 대화를 원한다 하더라도 팀을 새롭게 만들고 있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생각은 확고하다.
이적시장 전문 기자 파브리치오 로마노는 24일(한국시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포체티노 감독이 임대에서 복귀한 루카쿠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고 전력 외 자원으로 분류했다고 전했다.
로마노는 "소식통을 통해 듣기로는, 포체티노의 루카쿠에 대한 입장은 아주 명확하다. 그는 항상 공적인 자리든 사적인 자리든 첼시에 있길 원하지 않는 선수는 스쿼드에 있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첼시는 지금까지 어떠한 다른 메시지도 받지 않았다. 마치 루카쿠가 오직 떠나길 바라는 것 처럼 느껴지고 있다"라며 루카쿠 역시 첼시를 떠날 마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시각 이탈리아 기자 잔루카 디 마르지오는 역시 소식통을 인용해 "포체티노가 일단 이번 시즌 스쿼드에 그를 포함시킬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루카쿠와 대화를 해보고 싶을 것"이라며 추측성 보도를 냈다.
여러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탈리아 유력지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이날 "루키쿠가 이탈리아 복귀를 원하며 그의 법적 대리인 세바스키안 레두르 변호사가 AS로마, AC밀란과 접촉했다"라고 전했다.
언론은 "로마는 현재 영입을 노리고 있는 두반 자파타의 대체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고려하고 있다. 자파타 영입을 위해 아탈란타와의 대화가 꽤 까다로워지면서 로마는 루카쿠 임대 가능성을 위해 문의할 준비가 됐다"라고 밝혔다.
현재 루카쿠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나 다름이 없다. 최근까지 첼시를 떠나 인터 밀란 이적이 가까웠던 것으로 평가됐던 루카쿠는 갑자기 변덕을 부리면서 인터 밀란의 분노를 사는 바람에 미래가 안갯속으로 빠졌다.
루카쿠는 지난 시즌 임대로 뛰었던 인터 밀란으로 완전 이적을 꿈꾸면서 첼시 여름 프리시즌 복귀까지 거부했다. 루카쿠가 복귀를 거부함에 따라 첼시는 미국 투어를 떠날 때 루카쿠를 투어 명단에서 제외했고, 루카쿠는 따로 체육관에서 개인 훈련을 했다.
첼시가 루카쿠를 방출 명단에 올린 가운데 인터 밀란은 루카쿠를 영입하기 위해 첼시가 요구하는 이적료를 마련하길 결정했다. 마침 주전 골키퍼 안드레 오나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료 5000만 파운드(약 828억원)에 떠나면서 돈이 마련되자 인터 밀란은 본격적으로 첼시와 협상을 진행했지만 갑자기 루카쿠가 변덕을 부리면서 황당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오직 인터 밀란 이적만을 외치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막대한 연봉 제의도 거절하던 루카쿠가 갑자기 유벤투스 설득에 넘어간 것이다.
유벤투스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돌입하며 지속해서 루카쿠에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탈리아 축구소식에 정통한 지안루카 디 마르지오 기자는 "루카쿠는 변호사를 통해 유벤투스와 대화를 하면서 마음을 열었다"라고 전했다.
루카쿠의 행동에 인터 밀란은 당황했다. 루카쿠는 그동안 오직 인터 밀란만 원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온 거액의 제의도 거절했는데, 갑작스레 유벤투스행을 요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인터 밀란은 루카쿠 영입 과정에서 큰 실망을 느끼며 영입전에서 이탈했다. 루카쿠의 배신에 인터 밀란 레전드 하비에르 사네티는 "우리는 매우 실망했다. 루카쿠가 프로로서뿐만 아니라, 남자로서 완전히 다른 행동을 했다"라며 비판했다.
같은 팀 공격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도 인터뷰를 통해 "나는 실망했다.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동료들도 걸었지만 똑같았다"라며 "오랜 세월을 함께하고, 많은 일을 함께 겪었기에 실망했지만 괜찮다. 그건 그의 선택이다. 그가 잘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런 태도를 기대하지는 않았다"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문제는 인터 밀란과 전 동료들을 배신하면서까지 추진했던 유벤투스 이적이 현재 물음표가 붙었다. 디 마르지오 기자에 따르면, 유벤투스는 최근 세르비아 공격수 두산 블라호비치와 루카쿠를 맞교환하는 방안을 첼시와 논의했었는데 첼시가 유벤투스가 제시한 추가 이적료를 수용하지 못하며 합의할 가능성이 사라졌다.
오는 9월 2일에 마감되는 2023 여름 이적시장이 점점 막바지로 흐르고 있는 가운데 아직 이적이 확정되지 않은 루카쿠는 현재 첼시에서 포체티노 감독으로부터 외면받았을 뿐만 아니라 1군이 아닌 유소년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영국 언론 데일리 스타는 "루카쿠는 8월 초에 첼시로 복귀한 이후 포체티노 감독과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라며 "그는 현재 이적이 마무리되는 걸 기다리는 동안 U-21팀과 함께 훈련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벤투스는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블라호비치를 내보내고 싶어 하지만 첼시는 스왑딜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라며 "첼시는 유벤투스가 전달한 두 번의 제안 모두 거절했다"라고 덧붙였다.
행선지가 안갯속으로 빠지다 보니 결국 루카쿠는 원치 않지만 사우디아라비아행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추측이 거세졌다. 최근 막대한 자본력으로 스타플레이어들을 수집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클럽들은 여러 차례 루카쿠 영입을 시도했다.
게다가 첼시는 이번 여름 새로 영입한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 크리스토퍼 은쿤쿠가 무릎 부상으로 12월까지 결장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격진 쪽에 문제가 생겼음에도 루카쿠를 1군에 복귀시킬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데일리 스타'는 "계속되고 있는 루카쿠의 추방은 포체티노 감독의 선수단에 검증된 득점자가 뚜렷하게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많은 것들을 말해준다"라며 "그는 사우디아라비아로 이적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지만, 만약 첼시가 앞으로 유벤투스와의 계약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다시 생각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 전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현재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니콜라 잭슨이라는 유망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즉시 전력감으로 꼽을 만한 스트라이커는 부재한 상황이다.
그러나 팀 분위기를 해치는 루카쿠를 쉽게 선수단에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2021/22시즌 이미 전적이 있었던 만큼 루카쿠의 잔류보다는 임대 이적이 유력해보인다. AS로마로 이적한다면 루카쿠와 조제 무리뉴 조합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후 또다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루카쿠의 토트넘 임대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간판 공격수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1800억원에 달하는 이적료를 받고 옮기면서 토트넘은 정통 스트라이커가 부재한 상황이다. 브라질 국가대표 히샤를리송이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를 뛰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에 첼시도 그를 절대 쓰지 않겠다는 하는 만큼 당장 루카쿠를 데려오면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기량을 쓸만한데 인성 논란으로 낙동강 오리알이 된 루카쿠의 구세주로 토트넘과 무리뉴 감독이 떠오르는 양상이다. 이적시장은 이제 열흘 남짓 남았다.
사진=PA Wire,AP,EPA/연합뉴스, 루카쿠 SNS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