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정현 기자) 스페인 축구계가 성추행 파문으로 월드컵 우승에도 불구하고 내홍을 겪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스페인 언론 마르카는 24일(한국시간) 미켈 이세타 스페인 문화체육부 장관이 출장 중에도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왕립축구협회장의 성추행 파문에 대해 협회 내에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이세타 장관은 다음달 9일과 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위해 현재 인도 출장 중에 있다. 그는 "축구협회가 반드시 결정을 해야 한다. 협회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상급 스포츠위원회(Superior Council of Sports:CSD)가 이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타의 이 발언은 축구협회가 오는 금요일 축구협회의 루비알레스 회장 성추행 관련 특별회의 소집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나온 것이어서 사실상 협회로부터 징계를 압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세타 장관은 "우리는 소송을 진행할 절차를 갖고 있고 관련 자료들이 있다"라고 설명하며 만약 협회가 관련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해당 절차를 법적으로 끌고가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에 회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은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고 사상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여자대표팀 사상 첫 우승이기에 선수들은 곧바로 기쁨을 한껏 누렸다. 하지만 이번 우승의 기쁨은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으로 일부 얼룩지게 됐다.
월드컵 챔피언이 된 스페인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곧바로 시상식을 진행했는데, 이때 단상 위에 있던 루비알레스 회장이 에르모소와 포옹하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잡고 입을 맞췄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입을 맞췄다면 엄연한 성추행이다. 이후 라커룸에서 에르모소가 인스타그램을 통해 진행한 라이브 중 당시 상황과 관련된 질문에 미소를 지었음에도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라고 밝히며 그의 행동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당초 루비알레스 회장은 충분히 문제가 될 만한 행동이었음에도 오히려 당당하게 나왔다. 그는 라디오 마르카와 인터뷰를 통해 "에르모소와 키스? 다들 바보 같은 소리를 한다"라며 별다른 뜻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사건 당사자인 에르모소도 라이브 당시와 달리 당시 상황을 해명하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에르모소는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입장을 내비치며 친밀함의 표현이었다. 월드컵 우승으로 엄청난 기쁨이 몰려왔고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회장과의 관계엔 문제가 없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에르모스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동에 대한 비판 여론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많은 인사들과 언론들이 루비알레스 회장을 비난했으며, 미켈 이세타 스페인 문화체육부 장관도 "내겐 받아들일 수 없는 거 같다. 우린 평등, 권리, 여성 존중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라며 "우리 모두 태도와 행동에 조심해야 한다. 선수를 축하하기 위해 입술에 입을 맞추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지적했다.
스페인 매체 아스는 루비알레스의 행동에 대해 "그는 자신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이며, 밖에서만 소란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그가 보스이기에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며, 논리적으로 그가 그녀의 동의 없이 입 맞추는 것은 어떤 맥락에서든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고려될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직권을 남용하고, 마치 선택을 주기로 한 사람처럼 그녀를 연루시켰고, 용서를 구하는 대신 자신을 정당화했다"라며 그의 행동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스페인 대표 일간지 엘파이스는 '에르모소는 루비알레스의 키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우리도 그렇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엘파이스는 "스페인축구협회 회장은 오해였다고 할 수 있지만, 갑자기 (타인의) 입에다가 키스하는 건 '공격'"이라며 "'도둑 키스'가 항상 놀랍고 유쾌하게 다가오는 건 아니다. 반대로 그건 침해"라고 지적했다.
스페인의 이레네 몬테로 평등부 장관도 개인 SNS를 통해 "동의 없는 키스를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지 말라"며 "이는 여성이 일상적으로 겪는 성폭력의 일환"이라고 비판했다.
스페인 렐레보도 "루비알레스 회장은 대표팀과 같은 비행기에서 내렸지만, 그가 스페인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대중의 판단에 자신을 노출시키지 않았다"라고 그의 귀국 이후 행보를 전하며, 욜란다 디아스 스페인 부총리가 루비알레스의 해임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대표팀은 이번 대회 전인 지난해 9월 스페인 주축 선수 15명이 돌연 현 수장인 호르헤 빌다 감독의 지도 방식이 강압적이라며 반발, '보이콧' 의사를 보인 적이 있는데, 당시 빌다 감독을 끝까지 지지하며 유지한 인물도 루비알레스였다. 여자 대표팀 선수들과 대립각을 세웠던 루비알레스가 이런 파렴치한 행동과 더불어 당당한 태도까지 보이자 팬들의 비판 의견은 더욱 거셌던 것이다.
비난과 사퇴 요구가 빗발치자 루비알레스는 결국 자신의 생동을 사과했다. 그는 여러 매체를 통해 공개된 사과 영상에서 "확실히 내가 실수를 했다. 순간적임 감정으로 어떠한 악의도 없이 즉흥적으로 일어났다. 당연한 일이라고 봤지만 밖에선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상처받은 사람이 있기에 사과해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배워야 하고, 중요한 기관의 회장인 만큼 더욱 조심할 것이다"라며 반성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이어 "여자 축구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이자 우리 스페인이 두 번째로 우승한 월드컵인데, 이 사건이 축하 행사에 영향을 미쳤기에 슬프다"라며 자신의 실수로 스페인 여자축구대표팀의 성과가 일부 얼룩진 것에 대해 사과했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 언론에서는 루비알레스가 우승 확정 당시 저지른 또 다른 만행까지 보도하며 그를 비판했기에,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21일(한국시간) "루비알레스는 스카이박스 안에서 스페인의 승리를 축하하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행동이 잡혔다"라고 보도했다.
마르카는 "루비알레스는 여자월드컵 시상식에서 에르모소에게 키스한 이후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이미 사진은 전 세계에 퍼졌고, 그는 공개적으로 사과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그는 이 사건이 일어나기 몇 분 전에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제스처를 수행했다. 그는 여왕과 공주가 몇 미터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우승을 축하하며, 사적인 부위를 붙잡았다"라고 설명했다.
마르카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루비알레스는 레티시아 스페인 왕비와 레오노르 공주의 바로 옆에서 승리를 축하하며 소리를 지르다가 갑작스레 사타구니 옆을 부여잡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외에도 루비알레스는 유독 시상식에서도 왕비, 공주와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는 등의 행동도 하며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팬들은 루비알레스 회장의 이러한 행동에 대해 SNS에 강한 비판을 표하기도 했다. 팬들은 "우리는 당신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 "아직까지 해고되지 않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진짜 한심하다"라며 부정적인 의견들을 남겼다.
사진=Reuters,AP,EPA,AFP/연합뉴스
김정현 기자 sbjhk8031@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