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덴마크 왜 가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싹 사라졌다. 조규성이 덴마크는 물론 유럽 무대에서도 골 맛을 보며 자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스스로 지웠다.
게다가 동료 선수들이 연달아 빅리그에 진출하면서 '덴마크는 중소리그'라는 일부의 분석도 잘못된 것임이 드러났다.
조규성이 유럽대항전 첫 골을 기록한 가운데 미트윌란이 1차전 패배를 뒤집고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미트윌란은 18일(한국시간) 덴마크 헤닝에 위치한 MCH 아레나에서 열린 오모니아와의 2023/24시즌 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3차예선 2차전 홈 경기에서 5-1 대승을 거뒀다. 앞서 1차전 원정 경기에서 0-1로 패했던 미트윌란은 합계 점수 5-2를 기록하며 대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조규성도 이날 전방 원톱으로 나서 페널티킥으로 한 골을 보태고 유럽축구연맹(UEFA) 클럽대항전 첫 골을 낚았다.
일주일 전 1차전 원정 경기에서 졌던 미트윌란은 이를 뒤집기 위해 빠른 득점이 필요했다. 이 때 오모니아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하면서 페널티킥까지 헌납했고 조규성이 해결사로 나섰다. 전반 27분 키커로 나선 조규성은 깔끔한 마무리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조규성의 유럽 무대 첫 골이 터진 순간이었다. 특히 직전 정규리그 경기에서 페널티킥 실축한 아픔을 딛고 이번엔 성공시킨 것에 의미가 크다.
합계 스코어 1-1로 균형을 맞춘 미트윌란은 곧바로 일격을 맞았다. 전반 31분 안드로니코스 카코울리스에게 동점골을 내준 것이다. 다시 합계 스코어 1-2로 끌려가게 된 미트윌란은 전반 막판 2골을 연달아 득점하며 승부를 뒤집었다. 전반 43분 프란쿨리노 글루다가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헤더로 마무리했고, 전반 추가시간 프란쿨리노가 다시 한 번 골망을 갈라 멀티골을 기록했다.
미트윌란은 합계 스코어 3-2로 앞서나간 채 전반전을 마쳤다. 후반에도 미트윌란의 득점 행진이 이어졌다. 프란쿨리노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후반 19분 박스 안 패스를 멋진 왼발 발리슛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승리가 굳어지자 미트윌란은 원톱 조규성을 후반 32분 불러들였다. 미트윌란은 후반 35분 아르민 기고비치가 5번째 득점에 성공하며 완전히 승기를 굳혔다.
이후 추가 득점 없이 미트윌란이 5-1 대승을 챙기면서 합계 스코어 5-2로 대회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플레이오프 상대는 폴란드 명문 레기아 바르샤바로 오는 24일 미트윌란 홈에서 1차전, 31일 바르샤바 홈에서 2차전이 열릴 예정이다.
이날 득점으로 조규성은 덴마크 진출 후 UEFA 클럽대항전 첫 골 넣은 것은 물론 정규리그까지 합쳐 8경기 4골을 기록 중이다. 경기당 0.5골이지만 조규성이 주중-주말 경기를 하느라 로테이션 소화하는 점을 고려하면 출전시간 대비 득점력이 높은 편이다. 조규성은 덴마크 정규리그와 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에서 총 8경기를 뛰었는데 출전시간이 514분으로 이를 90분 풀타임으로 환산하면 5.5경기 정도에 불과하다.
앞서 조규성은 지난달 22일 리그 개막전에서 데뷔골을 터트리며 1-0 신승을 이끌더니 30일 리그 2라운드에서 추가골을 터트리면서 리그 2경기 연속골을 달성했다.
지난 리그 3라운드 륑비전에서 팀은 1-4로 패했지만, 조규성만은 빛났다. 조규성은 이날 단 10분을 뛰면서 후반 36분 팀이 0-3으로 뒤진 상황에서 교체 투입되면서 그라운드를 밟아 득점을 기록했다.
팀이 0-4로 뒤지던 후반 추가시간 후방에서 날아온 패스를 멋진 침투로 놓치지 않았고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발을 갖다대 골대 안으로 슈팅을 날리면서 만회골을 터트렸다. 미트윌란은 조규성의 골로 간신히 영패를 모면했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에서 왼쪽 측면 크로스를 두 번이나 헤더골로 연결하며 한국 축구사 첫 월드컵 한 경기 멀티골 주인공이 된 조규성은 이후 올 초 유럽 진출을 추진하다가 전북에서 6개월 더 뛰기로 결심했다. 독일 마인츠,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러브콜이 왔지만 K리그가 오프시즌이다보니 몸 상태가 충분하지 않았고, 시즌 중간에 합류하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주변 조언을 받아들여서다.
특히 PSV 에인트호번을 거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 한국인 최초 프리미어리거가 된 박지성 현 전북 디렉터의 조언을 받아들여 여름 이적으로 방향타를 돌렸다.
박 디렉터는 약속을 지켜 조규성의 행선지를 물색했다. 잉글랜드 2부리그 구단들도 그를 원했으나 오래 전부터 260만 파운드(43억원)을 들고 그를 찾아온 미트윌란에 가기로 했다. 박 디렉터의 조언이 이 때도 큰 몫을 차지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이 8월 말까지인 만큼 좀 더 기다려보자는 권유도 있었으나 조규성은 미트윌란 시즌 개막 전에 입단하는 것으로 마음을 굳히고 덴마크로 날아갔다.
그러나 조규성의 미트윌란 이적에 반대하는 팬들 및 언론이 적지 않았다. 덴마크 리그가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순위 17위에 머무르고 있는 중위권 리그인데다가 미트윌란이 덴마크 내 중위권 팀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조규성이 덴마크에서도 실패하면 오히려 자존심만 구기고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었다.
이는 여름 내내 이곳저곳 전화 연락을 하면서 이적료와 연봉, 출전 시간 면에서 적합한 조건을 들고 온 박 디렉터에 대한 비판으로도 연결됐다.
하지만 조규성은 전북에서의 마지막 경기에서 "왜 박 디렉터가 비난받는지 모르겠다. 내가 선택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어 미트윌란에서 연속골을 쾅쾅 때려박으며 득점으로 말했다.
덴마크 리그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만큼 수준 낮은 리그는 아니다. 오히려 19위인 그리스 리그보다도 순위가 높다. 게다가 덴마크는 2년 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올랐던 나라로, 이번 조규성 출전 경기에서 보듯 인기도 높아 많은 관중과 수준급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덴마크 선수들 체격이 좋다보니 조규성 입장에선 덴마크에서 성공할 경우, 독일이나 다른 서유럽 리그로 갈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
김민재가 페네르바체에 입단할 때 튀르키예 리그도 15위권을 오가는 등 순위가 높진 않았다.
향후 미트윌란에서 얼마나 롱런하고 또 다른 꿈을 꿀지는 지켜봐야하지만 일단 8경기에서의 행보를 놓고 봤을 때 적응 시간도 부족했던 조규성이 충분히 자신의 능력과 덴마크 리그의 수준, 미트윌란의 상위권 진입 가능성을 한꺼번에 알린 셈이 됐다.
마침 미트윌란에서 빅리그에 속속 진출하는 선수들이 생겼다는 것도 호재다. 최근 미트윌란 측면 공격의 핵인 덴마크 21세 이하 대표 구스타브 이삭센이 이탈리아 명문 라치오에 1200만 유로(180억원)에 이적했으며, 조규성과 같은 포지션에서 경쟁하고 있는 공격수 소리 카바는 스페인 라스 팔마스 진출을 눈 앞에 뒀다.
미트윌란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면 충분히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빅리그에 갈 발판이 열려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조규성이 미트윌란에서 더욱 집중력 있게 뛸 이유가 생겼다.
사진=미트윌란 SNS, 수페르리가 SNS, 엑스포츠뉴스DB, 대한축구협회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