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유준상 기자) 5월까지 리그 홈런 선두를 달린 타자는 LG 트윈스 박동원이었다. 4월 4홈런에 이어 5월 9홈런으로 페이스를 끌어올렸고, 가장 먼저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밟았다.
5월 중순만 해도 박동원은 "솔직히 타이틀을 생각한 적이 없고, 팀이 우승해서 진짜 운이 좋다면 골든글러브를 한 번 받아보고 싶은 게 목표다. 타이틀에 대한 생각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파른 페이스를 뽐내면서 자연스럽게 박동원의 '홈런왕' 도전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관련 기사가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그랬던 박동원이 6월 들어 1홈런에 그쳤고, 7월 역시 1홈런에 만족해야 했다. 전반기 15홈런이면 기대 이상의 성과였다고 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페이스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올스타 휴식기가 지나도 흐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후반기에 돌입한 이후에도 부진을 이어가던 박동원은 시원한 만루포로 갈증을 해소했다. 1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시즌 14차전에서 팀이 1-2로 끌려가던 6회초 2사 만루에서 김대우를 상대로 역전 만루포를 쏘아올렸고, 팀의 6-3 승리를 견인했다. 시즌 18호 홈런이자 개인 통산 6번째 만루홈런. LG 이적 이후 만루홈런은 처음이었다.
타이틀 욕심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박동원은 "그때 내가 좀 잘못한 게 인터넷을 너무 많이 봤다"며 "홈런왕에 대한 기사가 너무 많이 나오다 보니까 의식을 안 할 수가 없었다"고 자신의 모습을 돌아봤다.
이어 그는 "그 뒤로 내가 인터넷을 보는 걸 좀 자제했다. 사실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좋은 것이지 않나"라며 "너무 잘 치다 보니까 홈런이 가끔 안 나올 수 있음에도 홈런을 치지 못했을 때 왜 홈런이 안 나왔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치다 보면 홈런이 나오는데, '나올 때 됐는데'라는 생각으로 치다 보니까 초반에 무너졌던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고, 홈런왕에 대한 부담은 사라졌다. 박동원은 "일단 (홈런왕에 대한 건) 완전히 끝나서 괜찮은데, 더 중요한 건 내 공을 얼만큼 치는지가 중요하고 (그런 영향으로) 홈런이 나오기 때문에 그 부분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세 달 전과 마찬가지로 박동원이 강조한 건 우승이다. 그는 "내가 커리어하이를 달성한다고 홈런왕을 할 수도 없고, (홈런 선두) 한화 노시환 선수가 워낙 잘 치고 있어서 홈런왕은 솔직히 말도 안 된다"며 "내 눈에 더 가까운 걸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좀 더 가까운 우승을 위해 달려가고 싶다. 우승하면 뭔가 하나 따라오지 않을까"라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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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