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대구, 유준상 기자) 삼성 라이온즈의 내야진에는 다른 팀들에 비해 젊은 선수가 많은 편이다. 지난 시즌 이후 오선진(한화 이글스)과 김상수(KT 위즈)가 FA 계약으로 팀을 떠나면서 내야진의 평균 연령은 더 낮아졌다.
다르게 말하면, 팀 입장에서는 내야진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필요했다. 젊은 선수들로만 144경기를 치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삼성은 지난달 5일 KIA 타이거즈와의 1:1 트레이드를 통해 포수 김태군을 내주는 대신 내야수 류지혁을 품을 수 있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트레이드였다.
2012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36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류지혁은 2016년부터 1군에서 본격적으로 기회를 받기 시작했고, 이듬해부터는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면서 자신의 입지를 넓혀갔다. 특히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그만큼 활용폭이 넓은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이후 2020시즌 트레이드로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류지혁은 올 시즌 초반까지 내야진의 한 축을 담당하다가 전반기 마감을 앞두고 삼성의 부름을 받았다. 당시 삼성은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한 전천후 내야수로 야수진의 뎁스를 강화할 수 있는 선수다"며 "또한 아직 20대 후반의 나이로 향후 선수로서의 기량도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류지혁을 영입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이적 이후 류지혁의 성적은 19경기 73타수 19안타 타율 0.260 1홈런 14타점 OPS 0.642. 8월로 범위를 좁히면 4경기 15타수 8안타 타율 0.533 1홈런 7타점 OPS 1.411로 표본이 작긴 하지만, 7월에 비해 8월의 류지혁은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또한 그는 두산·KIA 시절과 마찬가지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내야진에 무게감을 더해주고 있다.
리그 선두와의 맞대결에서도 류지혁의 존재감이 빛났다. 그는 4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시즌 10차전에서도 2번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 4타수 1안타 1득점으로 팀의 5-4 역전승에 기여했다.
류지혁은 8회말 2사에서 이우찬을 상대로 안타를 만든 뒤 후속타자 구자욱의 2루타 때 3루로 진루했고, 2사 2·3루에서 강민호가 2루타를 때려내며 득점까지 기록했다. 만약 2사에서 범타로 물러났다면 이닝은 그대로 종료됐고, 삼성의 역전 가능성도 더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팀 내에서도 류지혁의 합류 이후 '변화'를 느끼고 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류지혁에게 한 번씩 옆에서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면 본인은 '아주 멀쩡하다'고 하더라"며 "팀이 지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류지혁이 상위타선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적한 지 이제 한 달이 지났을 뿐이지만, 류지혁이 팀에 녹아드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게 사령탑의 이야기다. 류지혁은 주전 외야수 구자욱과 더불어 선수단에서 가교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 중이다.
박진만 감독은 "이적 이후 조금 서먹할 수도 있는데,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어주고 있다"며 "오자마자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해 주고 있어서 다들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칭찬을 많이 하고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류지혁 이적 이후 10승1무8패(0.556)로 팀 성적이 준수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류지혁 영입 효과'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