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만찢남' 조규성이 덴마크 미트윌란으로 이적할 때 받은 비판이 빅리그로 가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덴마크가 유럽축구연맹(UEFA) 랭킹 17위여서 덴마크 리그 활약만 갖고는 큰 무대에서 러브콜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올 여름이적시장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잉글랜드 2부라도 가는 게 낫지 않느냐는 논리다.
하지만 이런 견해가 꼭 맞는 것은 아니다. 미트윌란의 미드필더가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구단 입성을 눈 앞에 둬서다. 이탈리아 이적시장 전문가 잔루카 디 마르지오는 3일 "라치오가 미트윌란에서 뛰는 구스타브 이삭센 영입을 거의 마무리지었다"고 알렸다. 이어 "계약기간은 5년이 될 것이며 미트윌란이 받는 이적료는 1200만 유로(170억원)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트윌란은 조규성 영입 때 들인 돈 305만 유로의 4배에 가까운 돈을 챙기게 되는 셈이다. 이삭센은 2001년생으로 좌우 양쪽에서 뛸 수 있는 윙어다. 아울러 미드필더도 같이 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시즌 덴마크 1부리그인 수페르리가에서 31경기를 뛰었는데 18골을 넣어 많은 각광을 받았다. 올시즌에도 미트윌란이 치른 수페르리가 2경기와 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 1경기를 전부 선발로 나섰다. 지난 31일 실케보르전에선 페널티킥을 유도해 직접 찼으나 실축해서 1-0으로 달아날 기회를 놓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삭센이 22살로 조규성보다 3살 적다는 것이 다른 점이지만 덴마크 리그에서의 많은 골을 통해 빅리그로 비교적 거액의 이적료를 내놓고 가게 되는 만큼 조규성 역시 미트윌란에서의 연착륙과 좋은 활약이 이어지면 이탈리아나 독일로 갈 길은 열려 있다. 최근 들어 북유럽 선수들이 세리에A에서 각광받는다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조규성은 이번 시즌 미트윌란으로 이적한 뒤 정규리그 2경기 연속골을 터트렸다. 수페르리가 1라운드 베스트11에 올랐고, 리그 7월 이달의 선수 후보에도 올랐다. 전북에서 급히 이적해 미트윌란에서 적응하지 못할 경우 자칫 망신만 당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내며 초반부터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첫 골은 머리로, 두 번째 골을 오른발로 터트리며 자신의 다재다능한 골결정력을 초반부터 선보였다.
조규성 역시 내심 덴마크에서의 활약을 통해 빅리그로 가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다. 지난 겨울엔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에서 제의를 받았고, 올 여름에도 프리미어리그 재승격이 유력한 2부 레스터 시티, 왓퍼드 등의 러브콜이 있었다.
하지만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라는 중간 기착지를 거쳐 잉글랜드 최고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성한 유럽파 레전드 박지성 전북 현대 디렉터의 조언 등을 받아들여 덴마크를 유럽 성공의 전진 기지로 삼았다.
자신과 공격진에서 조금씩 호흡을 맞추는 이삭센이 좋은 사례를 만드는 셈이다.
사진=미트윌란 SNS,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