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처럼, 끊이지 않고 불운이 찾아오는 선수가 또 있을까? 더군다나 그 불운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찾아오는 것들이기에 팬들을 더욱더 안타깝게 하고있다.
지난 10일, 프랑스의 스포츠 전문지인 '레퀴프' 인터넷판은 ' FC 메스가 최근 러시아 출신의 피메노프와 터키 베식타스에 뛰었던 술레이만 요울라(기니) 등 2명의 공격수와 계약함에 따라 안정환 등 일부 선수는 떠나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 선수 모두 6개월 임대 선수이긴 하지만, 프랑스 2부 리그로의 강등이 확실시되고 있는 메스의 현 상황으로 봤을 때 이적료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구단이 안정환을 비롯한 '돈이 되는' 선수들을 팔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7월, 안정환은 짧지만은 않았던 '무적 선수(소속이 없는 선수)'의 서글픔을 끝내고 꿈에 그리던 유럽으로 재진출에 성공했다. 비록 빅리그 명문 클럽은 아니었지만 프랑스 1부리그 격인 '리그 1'의 팀이었고, 무엇보다 서른을 넘긴 나이에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다시 찾았다는 점이 대견스러웠다. 하지만, 메스에서의 6개월 동안 안정환은 14경기 출전 2골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만 손에 쥐고 퇴출의 위기에 놓여있다.
물론 스트라이커인 안정환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너무나도 빈약한 FC 메스의 전력, 특히 창조적인 경기 운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허약한 미드필드 라인에 더 큰 문제가 있지만 현지 언론과 팬들은 많은 기대를 하고 계약한 안정환의 기록에만 초점이 맞춰졌을 게 분명하다. 그런 현지의 비판 여론도 무시 못 할 것이지만 무엇보다 빈약한 재정 상태를 보이고 있는 메스가 2부 리그 강등에 대비한 자금 챙기기 행태를 보이고 있어 안정환은 또 한 번 원치 않는 이별을 해야 할 분위기다.
끊이지 않고 찾아오는 불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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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1월, 스웨덴전에서의 안정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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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궁경상 |
지난 2000년, 24살의 나이로 한국인 최초의 세리아리거가 되며 화려하게 비상한 안정환은 초반 빅리그 적응에 실패하면서 선발 출장 명단에서 자주 제외되는 등 위기를 겪었지만 초조해하지 않고 노력한 끝에 세리아 진출 9개월 만에 첫 골을 신고하며 활짝 웃었다. 이후 벌어졌던 우디세네와의 리그 경기에서 2골을 폭발시키는 등,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가며 세리아 무대에 정식 도전장을 내던졌다.
하지만 안정환의 불운한 축구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리그 후반에 보여준 안정환의 활약으로 페루자는 원소속구단인 부산 아이콘스에 안정환의 완전 이적을 주장했지만 부산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고, 결국 기나 긴 줄다리기 끝에 간신히 임대 계약을 이어나가게 되었다. 그러나 그 기간 안정환이 겪은 마음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2002 한, 일 월드컵에서 D조 조별 예선이었던 미국전에서의 동점골, 16강전이었던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골든골 등으로 다시 일어선 안정환은 월드컵 4강 주역이라는 훈장과 함께 비상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페루자와 이탈리아 축구계의 수준 이하 행동으로 서러움을 감내해야 했었다. 더불어 선수를 통한 이윤에만 관심이 많은 페루자와 원소속구단인 부산의 소유권 분쟁으로 안정환의 축구 인생은 더욱 얼룩졌다.
더군다나 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당시 프리미어리그의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 또, 프리메라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안정환의 영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던 터라 그 소유줜 분쟁은 더욱 뼈아팠다. 안정환을 탐냈던 클럽들도 시끄러운 안정환의 주변으로 인하여 등을 돌리고 만 것이다. 원치않게 '국제 분쟁'에 휘말린 안정환만 피해자로 남았다.
결국, 페루자가 남긴 이적료로 남은 빚만 떠안은 안정환은 울며 겨자 먹기로 2002년 9월 시미즈 S-펄스에 입단해야 했다. 시미즈가 부산에 150만 달러의 이적료를 지불하기로 합의했기 때문. 하지만, 1년만 J-리그에 머물며 다시 유럽에 진출하겠다는 안정환은 이후 J-리그 요코하마로 이적하며 조금씩 멀어지는 듯 했다.
그나마 어렵게 찾아온 황금 같은 기회도 어이없게 날아가고 말았다. 지난 2004년 늦가을. 세리아의 라치오는 J-리그에서 부활한 안정환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안정환의 이적에 대한 구두 합의까지 마쳤고, 안정환의 유럽 복귀는 현실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안정환은 지난 2004년 11월 몰디브와의 독일 월드컵 예선전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하며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안정환의 부상을 라치오는 기다려주지 않았고, 안정환은 결국 꿈을 다시 접어야 했다.
J-리그 통산 72경기에 출장하며 30골을 터트리며 좋은 활약을 펼쳤던 안정환은 지난해 6월 계약이 끝나는 요코하마에 연연하지 않고 유럽 진출의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며 두 번째 무적 서러움까지 감수했다. 그런 고난을 끝으로 얻은 프랑스였지만, 결국 그 끝은 또 이렇게 암울한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아직 퇴출이나 이적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00년 부산을 떠난 이후 단 한 번도 마음 편하게 축구에만 전념할 수 없었던 안정환이기에 더욱 마음이 무거워진다.
2001년 페루자에서 9개월 이란 긴 서러움의 시간을 이겨내며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세웠고, 2002년 월드컵에서는 극적인 골들로 대표팀을 수렁에서 구해냈었다. 또, 소유권 분쟁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휘말렸을 때도 무너지지 않고 축구에만 매진하며 J-리그를 점령 했었던 안정환. 이렇게 고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았던 '오뚝기' 안정환이, 이번 퇴출 위기도 슬기롭게 이겨내 다시 한 번 축구 인생의 '봄날'을 펼쳐나가길 기대해 본다.
손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