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나요? 활력을 불어넣어 줄 문화생활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친구, 연인, 가족 또는 혼자 보러 가기 좋은 공연을 추천합니다. 김현정 엑스포츠뉴스 기자의 공연 에필로그를 담은 수요일 코너 (엑필로그)를 통해 뮤지컬·연극을 소개, 리뷰하고 배우의 연기를 돌아봅니다.
이주의 작품= 뮤지컬 ‘그날들’ 10주년 기념 공연
故 김광석이 부른 명곡들로 구성한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청와대 경호원 정학(유준상 분)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든다. 20년 전 한중 수교의 정상 통역을 맡은 그녀(제이민)와 그녀의 경호를 담당한 무영(지창욱)이 실종된 사건의 미스터리를 푼다.
장유정 극작·연출가와 장소영 음악감독, 신선호 안무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2013년 초연한 뒤 꾸준히 사랑받았고 올해 10주년 기념 공연 중이다.
언제= 2023년 9월 3일까지.
누구= 유준상, 이건명, 오만석, 엄기준, 오종혁, 지창욱, 김건우, 영재, 김지현, 최서연, 제이민, 서현철, 이정열, 고창석, 이진희, 김보정, 김석영, 최지호, 김산호, 박정표
어디=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 극장
러닝타임= 165분
요약= 2012년 한중 수교 기념 행사 준비가 한창인 청와대에서 대통령의 딸 하나(곽나윤)와 경호원 대식(김산호)이 실종된다. 이들의 행방을 좇던 경호부장 정학은 1992년 첫 한중수교 준비 중 사라진 절친한 동기 무영, 그리고 그녀를 떠올린다.
원칙주의자 정학과 자유분방한 무영은 윗선의 특별 지시로 신분을 알 수 없는 그녀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알고 보니 그녀는 한중 수교의 비밀을 알고 있는 통역사였고 비밀을 숨기려는 정부에 의해 비밀리에 죽임을 당할 처지에 놓인다. 무영은 사랑의 감정을 나눈 그녀를 데리고 도망치고 정학도 고초를 겪는다.
20년 후 정학은 무영과 그녀가 남겼던 흔적을 하나 둘 마주하면서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는데...
관전 포인트=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잘 알려진 故 김광석의 명곡들을 뮤지컬에 맞게 편곡하고 창작한 이야기를 덧입혀 관객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이다. (억지로 줄거리와 넘버를 끼워 맞춰 이도 저도 아닌 주크박스 뮤지컬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날들’은 넘버와 이야기를 잘 아울렀다.)
줄거리 자체는 무겁고 진지하지만 경쾌한 넘버와 코믹한 부분을 녹여 균형을 맞췄다. 상구(손우민)의 감초 활약을 빼놓을 수 없다.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가 적힌 사직서를 품고 다니는 라이온 킹)
생각지 못한 tv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 홍보. (유준상과 김석영(사서 역)의 대사에 관객의 웃음이 터진다.)
무영은 정말 간첩일까. (러시아어 복선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그녀가 알게 된 너무 큰 국기 기밀은 대체 뭘까.
과거와 현재를 짜임새 있게 교차하지만 처음 보는 관객은 헷갈릴 수 있으니 이야기의 흐름을 잘 따라가는 게 좋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마'가 이렇게 슬픈 노래일 줄이야.
50대 나이가 믿기지 않는, 커튼콜까지 열정적인 유준상.
초연, 재연을 함께한 유준상 지창욱의 절친 케미가 돋보인다.
'그날들'의 매 시즌을 함께한 유준상은 풋풋하고 열정 넘치는 새내기 경호관과 냉철하고 철두철미한 원칙주의자인 경호 실장 정학을 연기하며 20년 세월을 넘나든다. 지창욱과 실제로는 18살 차이가 나지만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다.
앞서 그는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적게는 13살, 많게는 27살가량 차이 나는 지창욱, 오종혁, 김건우, 영재와 친구로 호흡하는 것에 대해 “'우리 둘은 친구'라고 주문을 외운다. 관객을 믿게 하는 게 중요한데 어느 순간 몰입돼 친구라고 생각하시더라. 20대에만 머물면 안 믿을 텐데 40대를 보여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20대라고 믿어주시는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다.
(주문이 통했다.)
초연 멤버 지창욱이 10주년 공연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 경호원 피지컬과 안정적인 연기가 조화를 이뤄 맞춤옷을 입은 듯 무영 캐릭터를 능청스럽고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다만 이날 목 컨디션이 안 좋았던 탓인지 자주 음 이탈이 나는 등 가창력은 불안정했다.
경호원들의 화려하고 절도 있는 액션은 또 다른 볼거리.
한 줄 감상= 이유 있는 10년간의 스테디셀러
사진=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