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고척, 조은혜 기자) 한화 이글스 장시환이 KBO 역대 최다 19연패 기록을 드디어 끊어냈다.
한화는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과의 원정경기에서 16-6 대승을 거뒀다. 이날 팀이 3-6으로 끌려가던 7회말 한화의 다섯 번째 투수로 등판한 장시환은 1이닝을 단 7구로 막았고, 8회초 한화의 13득점으로 승리투수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승리 전까지 장시환의 승리 기억은 2020년 9월 22일 대전 두산전이 마지막이었다. 2020년 9월 27일 대전 NC전에서 선발 등판해 패전투수가 됐던 장시환은 이후 1패를 더 추가했고, 2021년 19경기를 던지는 동안 승리 없이 11패 1홀드만 기록했다.
잘 던진 날에도 유독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불펜으로 보직을 옮기면서 패전 기록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몇 차례 구원승 기회가 있었지만 승리는 늘 장시환을 비껴갔다. 2022년에도 14세이브 9홀드를 올렸지만, 승리 없이 5패를 추가하면서 KBO 역대 최다 연패 타이 18연패에 도달했다.
그리고 올 시즌 개막전이었던 4월 1일 고척 키움전에서 연장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면서 결국 19연패로 역대 최다 연패 타이 신기록을 쓰고 말았다. 그리고 약 4개월 후, 같은 장소에서 같은 팀을 상대로 승리투수가 되면서 길었던 연패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방송 인터뷰를 하며 이미 눈시울을 붉혔던 장시환은 취재진 앞에서도 목이 메는 듯했다. 장시환은 "3년 동안 19연패를 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승리하는 게 이렇게 좋은 거구나 또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 "은퇴를 해야 하나"
'운명의 장난인 줄 알았다'고 했다. 2021년 8월 26일 고척 키움전, 11연패 중이었던 장시환은 이날 선발 등판해 7이닝 2실점 호투를 하고 승리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하지만 4-2로 앞섰던 한화는 9회말 동점을 허용, 장시환과 팀의 승리를 모두 놓치고 말았다. 장시환은 "그것도 여기고, 여기서 계속되면서 또 끊게 됐다. 뭔가 이상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장시환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19연패를 하면서 항상 불안했다. 좋은 기록이면 불안하지 않았을 텐데, 안 좋은 기록이지 않나. 안 좋은 결과만 나오니까 어느 날은 솔직히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도 겁이 났다. 그런데 버텨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은퇴를 해야 하나 그 생각도 솔직히 했었다. 그런데 버텨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던 건 가족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장시환은 울컥한 듯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로 "와이프한테 제일 미안하다. 나도 힘들지만 보는 사람도 얼마나 힘들었겠나. 그런 부분에서 같이 버텨줘서 고맙다. 할 수 있다는 말을 해줘서 나에게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라고 전했다.
■ "롤모델을 잘못 삼았나봐"
장시환이 19연패를 하기 전까지, 종전 최다 연패 기록은 심수창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갖고 있었다. 심수창 해설위원은 2009년 6월 26일부터 2011년 8월 3일까지 3년에 걸쳐 승리 없이 18번을 패했다.
장시환은 "내가 수창이 형을 롤모델로 삼았었다. 가늘고 길게 가자고. 나는 잘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어떻게 하면 야구를 오래, 길게 할 수 있을까 했는데, 수창이 형은 일단 FA도 하셨으니까. 그런데 롤모델을 처음부터 잘못 삼은 거 같기도 하다"고 웃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나에게는 정말 좋은 선배였다. 내가 18연패 할 때 정말 힘들어했는데, 그걸 아는 사람은 수창이 형밖에 없었다"면서 "예전에 한 번은 통화를 하다 운 적이 있다. 내가 '너무 힘들다, 이제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했는데, 수창이 형이 거기서 "안 좋은 기록이긴 하지만 그만큼 감독님이나 주변에서 너를 믿기 때문에 썼던 거야" 그런 말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조금 더 버티려고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연락 오겠네요"
"안 받아야지"
■ "후배들은 좋은 길만 걸었으면 좋겠어요"
이제 연패가 더 길어질 일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역대 최다 연패자' 장시환의 이름이 지워지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장시환은 마음의 짐을 모두 덜었다.
"첫 승을 했을 때보다 더 긴장을 했다"고 말한 장시환은 "안 좋은 건 내가 가져갔다. 19연패를 하면서 안 좋은 건 익숙해졌다. 후배들은 좋은 성적만 거둬서 팀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다 보면 팀은 더 강해질 거다. 우리 후배들은 좋은 길만 걸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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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혜 기자 eunhw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