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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하더니 순식간에 4위로, 포포비치 '괴물' 아니다…그래서 황선우 올림픽 金도 꿈이 아니다

기사입력 2023.07.26 09:00



(엑스포츠뉴스 김지수 기자) 레이스 막판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지며 금메달에서 노메달로 바뀌는 모습은 분명 '수영 괴물'의 면모는 아니었다. 거꾸로 말하면 그도 사람이라는 얘기다.

황선우(20·강원도청)가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세계선수권 2회 연속 메달리스트가 되는 한국 수영 새 역사를 쓴 가운데 그의 최대 라이벌 다비드 포포비치(20·루마니아)의 추락도 시선을 모은다. 입상에 실패하면서 내년 파리 올림픽 금메달이 벌써부터 그의 것으로 굳어지진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

황선우는 25일 일본 후쿠오카 마린메세 후쿠오카홀에서 열린 2023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자유형 200m 결승에 출전해 1분44초42를 기록,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고 출전 선수 8명 중 3위에 오르며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황선우는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자유형 200m 은메달로 박태환 이후 11년 만에 한국 선수의 메달 획득에 성공했던 가운데 2년 연속 세계선수권 메달 획득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황선우는 결승전 시작 휘슬이 울림과 동시에 레이스를 주도했다. 첫 50m 구간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포포비치가 선두로 치고 나간 가운데 영국의 매튜 리처즈와 함께 뒤를 따라 공동 2위로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100m 구간까지 3위를 유지한 뒤 150m 구간에서 2위로 올라섰다.

메달 색깔은 간발의 차이로 바뀌었다. 영국의 리처즈와 톰 딘이 무시무시한 막판 10m 스퍼트로 각각 1분44초30으로 금메달, 1분44초32로 은메달을 각각 획득했다.

황선우는 딘에 0.10초, 리처즈에 0.12초 뒤지면서 아쉽게 세계 무대 정상 정복 도전은 내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으로 미뤄졌다.




하지만 분명한 건 황선우의 기량이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과 견줘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점이다. 이번 후쿠오카 대회에서 지난해 부다페스트 대회 자유형 200m 결승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 기록을 1년 만에 0.05초 단축하면서 무서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특히 황선우의 강력한 라이벌이자 200m 현역 최강자로 꼽혔던 포포비치가 1분44초90으로 4위에 머무르며 시상대에 서지 못한 것이 눈에 띈다. 그의 노메달은 리처즈의 깜짝 금메달보다 더 큰 이변이었다.

포포비치는 지난해 부다페스트 대회에서 18세 나이로 자유형 200m, 100m 2관왕에 올라 세계 수영계 충격을 안겼다. 두 종목 동시에 석권한 선수가 49년 만에 처음 나온 터라 세계 수영계는 마이클 펠프스 은퇴 이후 최대 스타가 나온 것 아니나며 반겼다. 포포비치는 지난해 유럽수영선수권대회에서는 자유형 100m를 46초86에 끝내 전신수영복 시절 수립된 13년 묵은 세계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아직 전성기에 오를 나이조차 아니어서 후쿠오카에서도 무난히 2연패를 달성하지 않겠느냐는 견해가 컸지만 200m에선 일단 참패했다. 포포비치도 믿을 수 없다는 듯 레이스 직후 한동안 멍한 표정이었다.

그는 "끔찍한 경기였다. 동시에 무언가 개선할 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더는 개선할 게 없는 완벽한 레이스를 펼친다면 앞으로 할 일이 없을 것이다"라며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서 기쁘고 의미가 있는 결과라고 확신한다"고 마음을 달랬다.

적어도 황선우가 결코 넘을 수 없는 '괴물'은 아니라는 게 후쿠오카에서 확인된 셈이다. 리처즈, 딘과도 기량 차가 크지 않았고, 포포비치도 무적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 만큼 황선우는 이번 입상으로 향후 메이저 국제대회 남자 자유형 200m에서 언제든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선수로 올라섰다.

황선우는 2020년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96으로 세계 주니어 신기록을 작성한 뒤 무섭게 성장 중이다. 2021년 도코올림픽 200m 예선에서 1분44초62로 한국신기록 작성, 2022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200m 은메달과 한국 신기록 경신, 올해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 200m 동메달과 한국 신기록 경신까지 매년 자신을 뛰어넘고 있다.




반면 포포비치는 1년 사이 뒷걸음질을 쳤다.

이제 황선우의 시선은 내년 2월 도하 세계선수권과 7월 파리올림픽 본선으로 향한다. 세계선수권 3회 연속 메달과 2012 런던올림픽 박태환 이후 12년 만에 한국 수영의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황선우 스스로도 "파리올림픽까지 1년밖에 안 남았는데 정말 죽어라 집중해서 계속 최고 기록을 경신해 나가고 싶다"며 "20대 초반인 지금 기록을 만들어야 하니 뒤처지지 않고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황선우와 포포비치의 경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성공와 좌절, 아쉬움을 두루 경험한 세계적 수준의 두 수영 천재가 펼칠 2라운드가 열린다.


사진=연합뉴스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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