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김지수 기자) "어린 후배 포수들을 이끌어야 하는 건 스스로 피부로 느끼고 있다."
프로 데뷔 후 4번째 유니폼을 입게 된 KIA 타이거즈 포수 김태군의 각오는 간단하지만 다부졌다.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위해 헌신하는 것은 물론 주전 안방마님으로서 후배들의 귀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KIA는 5~6일 인천 SSG 랜더스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2연승과 함께 9위에서 8위로 올라섰다. 6월 부진으로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오는 14일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중위권 도약을 노려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KIA의 변화는 또 있다. 지난 5일 오전 삼성 라이온즈에 내야수 류지혁을 보내고 포수 김태군을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뚜렷한 주인이 없던 주전포수 문제를 해결했다.
김태군은 트레이드 당일 경기 시작 1시간을 앞둔 오후 5시 30분 야구장에 도착한 뒤 김종국 KIA 감독과 짧은 인사를 나누고 팀이 15-3으로 크게 앞선 8회말 대수비로 투입된 뒤 9회초 KIA 유니폼을 입고 들어선 첫 타석에서 희생 플라이를 기록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튿날에는 예상대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타석에서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른 것은 물론 KIA 에이스 양현종과 좋은 호흡을 과시하면서 5이닝 1실점 호투를 이끌어냈다. 경기 막판 SSG의 집요한 추격에 팀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김태군이 중심을 잡아주면서 7-6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김태군은 6일 경기 직후 "쉽지 않은 게임이었는데 마지막에 웃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힘들게 이긴 만큼 더 값진 승리라고 생각한다"며 "1회말 수비 때는 내가 긴장을 해서 양현종 선배에게 좋은 리드를 못 했던 것 같다. 2회말부터 긴장감이 해소되면서 좀 더 편하게 리드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오늘 많은 투수들의 공을 받아봤는데 140km/h 후반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아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며 "젊은 투수들이 많은 만큼 내 리드가 중요할 것 같다. 투수들이 항상 마운드에서 자신 있게 공을 던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군은 부산고를 졸업하고 2008년 LG 트윈스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로 어느덧 프로 16년차를 맞이했고 1군 통산 1232경기를 뛴 베테랑 중에 베테랑이다. 중량감 있는 포수가 필요했던 KIA로서는 김태군의 경험이 값지게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김태군 개인으로서도 이번 트레이드는 큰 기회다. NC 다이노스 시절 2013 시즌부터 2017 시즌까지 주전 포수로 활약했지만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9 시즌에는 양의지라는 대한민국 최고의 포수가 FA로 영입된 상태였다. 자연스레 백업 포수로 위치가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2021 시즌 종료 후 삼성으로 또 한 번 트레이드 됐지만 삼성에도 강민호라는 큰 산이 있었다. 지난해 102경기를 뛰기는 했지만 삼성의 포수 1순위는 강민호였다.
김태군은 일단 "나도 주전 포수로 오래 뛰었기 때문에 나를 보면서 배운 후배들도 있다. 이걸 빼놓고 얘기하시면 안 된다"고 농담을 던진 뒤 "양의지 형을 보면서 특정 상황에서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법을 배웠다. 강민호 형은 선수 한 명으로 팀 분위기가 좋아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KIA에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내가 저연차 선수도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내가 피부로 느끼고 있다"며 "내 (야구) 인생도 쉽게 살아온 게 아니다. 팬들의 비판을 받고 그런 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종료 후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하는 부분도 신경을 쓰고 있다. KIA 역시 지난해 트레이드로 영입했던 박동원이 오프시즌 LG로 FA 이적했던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김태군을 적극적으로 붙잡을 가능성이 높다.
김태군은 "첫 FA 때는 내 말 때문에 여러 오해를 받았다. 두 번째 FA는 정말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내 개인적인 바람이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인천, 김한준 기자/엑스포츠뉴스 DB
김지수 기자 jisoo@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