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권동환 기자) 바이에른 뮌헨이 한국에서 김민재의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김민재 '하이재킹(특정 팀으로 이적이 확실시되는 선수를 합류 직전에 가로채는 행위)'까지 원천봉쇄하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독일 언론 '스카이스포츠 독일' 소속 언론인이자 바이에른 뮌헨 소식에 정통한 플로리안 플라텐베르크 기자는 6일(한국시간) SNS을 통해 "김민재는 곧 대한민국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할 예정이다"라고 보도했다.
그는 "김민재는 내일 한국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마무리한다"라며 "바이에른 뮌헨 의료진에 현재 현장에 도착해 준비를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계약 내용에 관해선 "바이에른 뮌헨은 향후 며칠 내로 5000만 유로(약 708억원) 바이아웃 조항을 발동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계약 기간은 2028년까지이며 연봉은 1200만 유로(약 170억원) 인근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육군 논산훈련소에서 예술·체육요원으로 3주간 훈련을 받아온 김민재는 6일 드디어 퇴소 절차를 밟았다. 이제 정식으로 뮌헨 선수가 되기까지 마지막 단계만을 앞두고 있다.
김민재와 SSC 나폴리 사이에서 체결한 계약서엔 7월 1일부터 15일까지 해외구단에게만 유효한 5000만 유로(약 708억원) 바이아웃 조항이 존재한다. 이 조항을 통해 뮌헨은 유럽 최정상급 수비수 김민재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금액에 영입할 수 있게 됐다.
이적료를 지불하기에 앞서 뮌헨은 김민재 몸에 이상이 없는지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인데, 의료진을 한국에 파견하기로 결정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일반적으로 메디컬 테스트는 구단 내에서 진행된다. 선수들은 이적하려는 팀에 방문해 구단 의료진으로부터 메디컬 테스트를 받은 뒤, 이상이 없으면 곧바로 계약 서명과 유니폼 촬영식 등을 진행한다.
그렇기에 뮌헨이 김민재가 독일에 방문하는 날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김민재가 퇴소하는 날에 맞춰 곧바로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의료진을 보내는 모습을 보고 축구 팬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대다수 팬들은 그만큼 유럽 최정상급 수비수인 김민재를 하루빨리 영입하고 싶어 하기에 직접 의료진을 한국으로 보내는 것으로 예상했는데 일각에서는 혹시나 일어날 수 있는 하이재킹을 우려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유럽 사정에 능통한 이적시장 관계자는 "뮌헨 측에서 김민재 영입전이 포커 게임 같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한국에서 다른 팀과의 교섭을 차단하고 마무리지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민재는 현재 개인 합의도 모두 마쳤고, 메디컬 테스트만 앞두고 있기에 뮌헨행이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지만 그동안 축구계에서 영입을 코앞에 두고 타팀에 하이재킹 당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첼시에서 활약했던 브라질 윙어 윌리안이 하이재킹 사례 중 하나이다. 당시 토트넘 홋스퍼 이적을 앞둬 훈련장에서 메디컬 테스트만 기다리고 있던 윌리안은 첼시로부터 전화가 오자 곧바로 변심해 토트넘 훈련장을 떠난 뒤 첼시 유니폼을 입었다.
맨체스터 시티 레전드 다비드 실바도 지난 2020년 여름 10년을 함께한 맨시티를 떠나 레알 소시에다드로 이적하면서 새 출발을 했는데 이때 SS라치오가 크게 분노했다. 라치오는 실바와 3년 계약을 합의하면서 메디컬 테스트까지 준비해 놨는데 정작 실바가 타팀으로 이적하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실바를 선수로서 존중하지만, 인간으로서는 아니다"라며 공개적으로 섭섭함을 드러냈다.
하이재킹 역사에 한 페이지를 쓴 선수엔 대한민국 공격수 박주영도 있다.
2011년 AS모나코를 떠나려는 박주영을 두고 LOSC 릴이 박주영 영입 레이스에서 승리해 메디컬 테스트까지 준비했다. 당시 박주영은 1차 메디컬 테스트를 끝내고 2차 테스트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는데 이때 프리미어리그 강호 아스널로부터 연락을 받아 곧바로 영국으로 향했다. 박주영은 훗날 벵거 감독 전화를 두고 "장난 전화인 줄 알았다"고 회상해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뮌헨도 혹시나 막판에 김민재를 하이재킹 당할 것을 우려해 한국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오간다. 뮌헨이 하이재킹을 당할 정도로 명성이나 자본력이 약한 팀은 절대 아니지만 그만큼 김민재가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뜨겁게 달군 선수들 중 한 명이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김민재는 이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토트넘 홋스퍼 등 수많은 빅클럽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엄청난 인기를 과시했다. 특히 맨유는 영입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어 김민재 차기 행선지로 유력했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한 사이에 뮌헨으로부터 가로채기를 당했다.
뮌헨도 맨유처럼 가로채기를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는 데다 김민재는 다음 시즌 유럽을 제패하기 위해 필요한 전력 중 하나이기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순간까지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야심 차게 '트레블(3관왕)'을 노렸으나 분데스리가 하나만 우승하고 DFB-포칼컵과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선 8강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은 뮌헨은 여름 이적시장이 시작되자 곧바로 전력 보강을 진행했다.
이미 RB라이프치히 미드필더 콘라트 라이머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레프트백 라파엘 게헤이루를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뮌헨은 이제 월드 클래스 수비수 김민재도 품기 일보 직전이다.
김민재를 영입한 이후에도 뮌헨은 계속해서 이적시장에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현재 맨시티 트레블 주역 중 한 명인 라이트백 카일 워커와 토트넘 홋스퍼에서 손흥민의 파트너이자 월드 클래스 공격수인 해리 케인도 영입 리스트에 오르면서 2023/24시즌 뮌헨이 어떤 성적을 거둘지 벌써부터 기대되게 만들었다.
사진=세리에A SNS, 논산훈련소, EPA, PA Wire/연합뉴스
권동환 기자 kkddhh95@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