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맨체스터 유니이티드(맨유)가 의문의 미드필더에게 팀을 대표하는 선수에게 주는 등번호 7번을 부여했다.
구단 레전드나 팬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지만 그 만큼 믿는다는 뜻이다.
첼시에서 뛰던 잉글랜드 전 국가대표 공격형 미드필더 메이슨 마운트가 올드 트래퍼드에 입성한다. 맨유는 "마운트가 2028년 6월까지 맨유와 계약을 체결했다"며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적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영국 언론에 따르면 6000만 파운드(1000억원)로 알려졌다.
올해 24살인 마운트는 6살이던 2005년 첼시에서 축구를 시작한 뒤 비테세(네덜란드), 더비 카운티(잉글랜드 2부) 등에 임대 다녀온 것을 제외하면 18년간 한 팀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2019년 첼시 1군에 진입한 뒤 남런던 구단에서 공식전 195경기를 뛰어 33골을 넣었다. 잉글랜드 대표로도 A매치 기록이 어느 덧 36경기나 된다. 2020/21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주역이었으며 2021년과 2022년 연달아 첼시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그런 그가 맨유로 오게 된 배경은 첼시의 막대한 선수 영입에 이은 주전 경쟁 탈락에 있다. 특히 2022/23시즌엔 지난 4월18일 열린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레알 마드리드전에서의 후반 32분 교체투입 이후 단 1분도 뛰지 못하고 한 달 가까이 벤치 혹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결국 지난 5월 말 시즌이 끝난 뒤 이적 수순을 밟았고 처음부터 그를 찍은 맨유와 사인하게 됐다.
전날 SNS를 통해 눈물 흘리며 첼시팬들과 작별한 그는 맨유 유니폼을 입은 뒤엔 밝게 웃었다.
마운트는 "내가 성장한 클럽을 떠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맨유는 내 커리어 다음 단계에 흥미진진한 새로운 도전을 선사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맨유와 경쟁을 해봤기 때문에 얼마나 강력한 팀인지 잘 알고 있다. 메이저대회 트로피 차지하기 위한 노력에 동잠하고 싶다"고 입단 소감을 밝혔다.
맨유는 구단 매각 문제가 지지부진해 프리미어리그 내 다른 빅클럽들과 달리 한 명의 이적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그러나 마운트로 첫 테이프를 끊은 만큼 향후 이적시장 행보에 시선을 모으게 됐다.
맨유는 특히 마운트에게 등번호 7번을 줘 기대감을 표시했다.
7번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지난해 11월 에릭 턴하흐 감독과의 불화로 구단에서 쫓겨날 때까지 달던 번호이자, 맨유의 에이스임을 알리는 번호다. 조지 베스트~브라이언 롭슨~에릭 칸토나~데이비드 베컴~호날두로 이어지는 맨유의 찬란한 7번 계보를 이제 마운트가 잇게 된 셈이다.
일각에선 마운트의 기량이 지난 1~2년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어 맨유가 거액 들이면서까지 영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제기했다. '7번 마운트'는 그런 부정적인 인식까지 한꺼번에 씻어달라는 당부로 볼 수 있다.
다만 최근 들어 맨유에서 7번을 단 선수들이 부진했던 것도 사실이어서 마운트의 어깨가 더 무거워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호날두가 지난 2009년 레알 마드리드로 떠난 뒤 맨유는 마이클 오언과 안토니오 발렌시아, 앙헬 디 마리아, 멤피스 데파이, 알렉시스 산체스, 에딘손 카바니 등이 줄줄이 7번을 물려받았으나 어느 하나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없었다.
특히 리오넬 메시의 절친으로 2014/15시즌 올드 트래퍼드에 입성했으나 영국의 우중충한 날씨 등으로 적응에 실패하고 1년 뒤 파리 생제르맹(PSG)으로 도망치듯 떠난 디마리아는 2010년대 '7번의 저주' 시작이었다. 이어 루이스 판 할 당시 맨유 감독의 추천으로 '포스트 호날두'라는 찬사를 들으며 맨유에 왔던 멤피스 데파이는 1년 반을 머무르면서 53경기 7골에 그쳐 맨유의 쇠락기 중심에 선 선수가 됐다.
바르셀로나에서 메시가 없을 때 골을 펑펑 터트리던 산체스 역시 맨유에서 7번을 달고는 45경기 5골로 고개 숙였던 것은 마찬가지였다. 카바니는 2020/21시즌 39경기 17골을 뽑아내며 저주를 푸는 듯 했으나 2021/22시즌 호날두가 맨유로 복귀하자 스스로 7번을 호날두에게 내주고 21번으로 돌아갔다.
7번으로 맹활약했던 호날두 마저 맨유 복귀 뒤 달았던 7번 아래선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지난해 11월 계약 해지 방식으로 쫓겨났으나 그야말로 마운트에 쏠리는 시선이 굉장할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맨유 SNS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