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배우 홍경인이 첫 연출에 도전했다. 대학로 룸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창작 뮤지컬 ‘What If’(왓 이프)를 통해서다.
처음은 언제나 설렘과 두려움을 동반한다. 연기가 아닌 연출을 하게 된 그는 생각지 못한 부담을 안게 됐지만 배우는 것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배우 일을 오래 하긴 해서 30대 중반 정도에 연출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막연히 영화, 무대 둘 다 하고 싶었고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왓 이프’ 연출을 제안받았어요. 대학로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공연인 것 같아 처음에는 큰 부담 없이 시작하게 됐어요.
사실 뮤지컬 연출이 제일 복잡한 것 같아요. 뮤지컬 자체가 종합 예술이고 전문적인 분야가 많이 녹아있거든요. 대학로 뮤지컬 특성상 체계가 딱 잡혀 있지 않은 부분이 어느 정도 있기도 하고 제작비나 다른 문제들로 부딪히는 부분이 있어요.
‘왓 이프’는 많이 괜찮은 편이지만 그런데도 제가 작업한 곳들과 다른 부분이 있다 보니 연출로서 할 일이 생각보다 꽤 많았어요. 예상치 않은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좀 더 빨리 연출에 관해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됐어요.”
‘왓 이프’는 일에 대한 열정도 사랑에 대한 호기심도 잃은 지 오래인 30대 직장인 고주명의 이야기를 담는다. 회사에서 ‘고스트’로 불리며 무존재감으로 살아가는 주명은 어느 날 새로 온 완벽남 차은유 과장을 짝사랑한다.
동료 미소와 비교해 초라한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는 주명은 고스트 동지 유신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유신은 가문 대대로 소원을 들어주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며 주명의 다섯 가지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작가님이 극본을 쓰실 때 같이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다져나갔어요. 물론 램프의 요정 지니 같이 소원을 이뤄주는 내용은 워낙 많이 사용되는 소재이고 소원을 통해 자신을 찾아간다는 이야기가 진부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외롭고 자신감이 없고 소심한 사람에게 누구 한 사람이라도 응원을 해준다면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이 부분을 드러내고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관객이 같이 느끼면 좋겠어요.
힌트를 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유신과 유인 캐릭터의 이름을 눈여겨 봐주세요. 신과 인간이라는 뜻인데 관객분들은 거의 모르시더라고요.”
주명은 소원들을 자신을 바꾸는 데 쓴다. 이 작품의 교훈은 지금의 나를 사랑하자는 것이다. 다이아 수저도, 톱스타도, 재벌도 그리 행복한 것만은 아닐 터다. 자신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현재의 나에게 자신감을 느끼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관객이 가볍고 재밌게 보길 원해요. 하지만 마냥 가볍게 깔깔대고 뒤돌아섰을 때 아무것도 남지 않으면 허탈할 것 같더라고요.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거든요. 내 안의 빛을 찾자는 이야기인 만큼 전반에는 즐겁게 깔깔대고 웃다가 공연장 나가실 때는 ‘나에게 주어진 빛이 무엇일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극이길 바라요.”
나인뮤지스 출신 표혜미부터 이다은, 이서정, 정세지, 김하준, 박태준, 최우성, 양나현, 강한별, 윤진웅, 손슬기, 오경훈, 장경원, 김정혁, 임창민까지 다재다능한 배우들이 함께하고 있다. 애초 7월 30일까지 공연할 예정이었으나 12월 31일까지로 연장했다.
홍경인은 “오픈런으로 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라고 밝혔다.
“배우 모두 다들 잘해주고 있어요. 초연이다 보니 배우들이 만들어 내는 게 많거든요. 작가가 창작해서 배우들에게 주면 배우들이 재창조한다는 말을 해요. 배우들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인물을 만들어 내니 긍지를 갖게 될 거예요.
점점 부족한 면을 완성해 나가려고 해요. 다음 시즌을 준비하면서 대본도 고치고 더 좋게 만들어 보려고요. 계속 발전시키면서 오픈런으로 하길 바라죠.”
홍경인 연출을 비롯해 연극 ‘골든타임’, ‘리마인드’ 뮤지컬 ‘슈샤인보이’의 이강우 PD, 뮤지컬 ‘슈샤인보이’, ‘바보사랑’의 이진선 음악감독, 뮤지컬 ‘스페셜 딜리버리’, ‘식구를 찾아서’, ‘비커밍 맘’의 정윤 안무 감독 등 대학로 작품을 흥행시킨 제작진이 뮤지컬 ‘What If’로 뭉쳤다.
“연극 같은 경우는 음악이 없고 조명도 단순할 수 있는데 뮤지컬은 생각보다 할 게 많더라고요. 영상이나 조명, 무대 디자인 등 담당하는 분들이 있지만 결정은 제가 해야 했어요. 음악감독님, 작곡가님, 안무 감독님이 워낙 베테랑분들이어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사진= 고아라 기자, 왓이프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