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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터키 진출' 김연경, 세계 정복의 첫 발을 내딛다

기사입력 2011.06.15 07:4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새로 입단한 페네르바체 아즈바뎀의 회장님이 선물로 주신 거예요."

여자배구 명문 구단인 페네르바체 아즈바덴(Fenerbahce Acibadem) 입단식을 마치고 귀국한 김연경(23, 페네르바체 아즈바덴)이 신문 한 뭉치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터키 현지 언론들은 일본리그 MVP 출신인 김연경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터키 언론은 김연경에 대해 '일본 리그를 휩쓴 선수'로 소개했다. 터키는 일본처럼 남자배구보다 여자배구가 큰 인기를 누리는 국가다. 김연경이 입단한 페네르바체는 여자배구 구단 중, 명문 구단으로 손꼽히고 있다.

페네르바체는 현재 3시즌 연속 터키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유럽 여자배구의 챔피언스리그로 불리는 CV컵 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 김연경은 올 시즌 CV컵 우승을 위해 데려온 선수 중 한 명이다.

아시아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 자신의 우상과 주전 경쟁 펼친다

프로배구 최고의 무대를 떠올리면 이탈리아 세리에 리그가 떠오른다. 하지만, 최고의 선수들은 더 이상 이탈리아 리그를 선호하지 않는다. 현재, 이탈리아 리그는 침체된 상태이고 최고의 대우를 받는 선수들은 터키와 아제르바이잔으로 몰리고 있다.

터키리그는 규정상 2명의 외국인 선수가 경기에 투입될 수 있다. 올 시즌 페네르바체에서 뛰게 될 외국인 선수는 김연경까지 포함해 총 4명이다. 이들 중, 김연경과 같은 포지션인 날개 공격수 2명이 버티고 있다.



김연경은 주전 경쟁을 위해 류보프 소콜로바(러시아)와 톰 로건(미국)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 김연경은 "소콜로바와 로건은 나와 스타일이 비슷하다. 서브리시브가 되면서 공격도 하는 선수들이다. 감독님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로테이션을 돌려가며 투입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소콜로바와 로건은 모두 세계적인 '테크니션'들이다. 전위에 오면 팀의 공격을 책임지고 후위로 물러서면 서브리시브와 수비에 가담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김연경은 한일전산여고 시절부터 '백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190cm가 넘는 신장에 공격은 물론 서브리시브와 수비까지 좋은 점이 김연경의 가치를 드높였다. 아시아에서 공격과 수비에 모두 능통한 대표적인 선수는 김연경과 기무라 사오리(25, 일본 토레이)가 있다.

김연경은 일본 리그에서 뛰면서 기무라보다 한층 뛰어난 실력을 과시했다. 지난 2009-2010 시즌에는 득점왕을 수상했고 2010-2011 시즌은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에 등극했다. 아시아 최고의 '올라운드 플레이어'임을 증명한 김연경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페네르바체 주전 경쟁을 펼치게 됐다.

김연경은 "톰 로건은 예전부터 존경해오던 선수"라고 털어놓았다. 이 부분에 대해 김연경은 "4년 전에 열린 월드컵 대회에서 로건 선수를 처음 만났다. 당시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잘하는 외국인 선수는 드물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능숙하게 잘해내는 로건의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고 회고했다.

2년 전에 열린 한일 탑 매치 경기에서 김연경과 톰 로건을 코트에서 만났다. 당시 일본 하사미츠 제약 소속이었던 로건은 김연경이 이끄는 흥국생명에 패했다. 김연경은 "그 때 로건의 몸 상태가 최상이 아니어서 그런지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제 한 팀에서 다시 만나게 됐는데 존경해왔던 선수와 함께 뛰게 돼 특별한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유럽 정복을 위해 중요한 것은 '고독'과의 싸움

해외 진출 시 극복해야 될 1순위 문제는 '고독'과의 투쟁이다. 김연경은 재활센터 가까이에 위치한 아파트에서 홀로 생활하게 된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터키에서 홀로 있는 시간이 많은 점이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이를 이겨내야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김연경은 털어놓았다.

김연경은 이미 일본리그에서 2시즌을 뛴 경험이 있다. 일본에 처음 갔을 때는 새로운 환경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특유의 활발한 성격으로 동료들과 가까워졌고 일본 생활에 녹아들 수 있었다.

또한, 아시아 배구와는 전혀 스타일이 다른 유럽 배구에 적응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수비에 치중하는 배구를 추구한다. 반대로 터키 리그는 스피드와 공격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그리고 일본보다 한층 신장이 높은 블로커들을 상대로 경쟁을 펼치게 됐다.

이 부분에 대해 김연경은 "일본과 터키의 배구 스타일은 많이 다르지만 일단 내가 지금하고 있는 플레이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김연경은 "일본과 비교해 한층 높아진 블로킹을 뚫는 것이 과제가 됐다. 유럽식 배구에 적응이 잘 된다면 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었다.

터키에서 귀국한 김연경은 16일부터 곧바로 훈련에 들어간다. 흥국생명 체육관에서 몸만들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힌 김연경은 다음달 초,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조혜정 전 GS칼텍스 감독이 처음으로 유럽 무대에 진출한 이후, 국내 선수들의 해외 진출은 한동안 맥이 끊겼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연경은 한국 여자배구를 새롭게 개척하고 있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정복의 첫 발을 내딛은 김연경은 "세계 무대에 내 이름과 한국 여자배구를 알리는 것이 새로운 꿈"이라고 밝혔다.



[사진 = 김연경 (C) 엑스포츠뉴스 조영준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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