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인천, 유준상 기자) 사령탑도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분위기를 파악할 정도로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때아닌 '빈볼 논란'에 팀 전체가 놀랐다.
삼성 라이온즈는 24일 2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0-13으로 패배하면서 5연패 수렁에 빠졌고, 4연속 루징시리즈를 확정했다.
그런데 경기 결과보다 주목을 받은 건 바로 7회말 양창섭과 최정의 맞대결이었다. SSG가 13-7로 앞선 7회말 1사 1·3루에서 양창섭이 던진 3구와 4구가 연이어 몸쪽으로 향했다. 3구는 그대로 포수의 미트에 들어갔으나 최정이 양창섭의 4구에 맞으면서 1루로 걸어나갔다.
최정이 1루에 도착하자 양창섭은 모자를 벗어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이 상황을 지켜본 오재원 해설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오 위원은 "이건 대놓고 때린 것이다. 옷에 스친 게 다행이다. 저는 이런 상황을 가장 싫어한다"며 "사과할 필요도 없다. 이전 공부터 이상해서 좋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건 대놓고 때렸다. 최정 선수가 모를 리가 없는데, 이기고 있는 입장에서 저렇게 넘어갈 수 없다"고 빈볼성 투구를 의심했다.
경기 후 팬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졌고, 양창섭은 자신의 SNS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겼다. '물고기는 언제나 입으로 낚인다. 인간도 역시 입으로 걸린다'는 탈무드의 문구가 적힌 그림을 올렸다. 빈볼을 의심한 오재원 해설위원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한 셈이다.
그러자 약 3시간 뒤 오 위원도 자신의 SNS에 양창섭과 마찬가지로 탈무드를 인용, '어리석은 사람은 들은 것을 이야기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본 것을 이야기한다'는 내용을 올렸다.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은 셈이다.
삼성 벤치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상황을 인지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25일 SSG전을 앞두고 "나도 방송에서 그런 얘기가 나온 걸 몰랐다. 크게 관여하진 않지만, 투수는 상대 타자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반대로 타자도 그렇게 노력한다"며 "우리가 분석하기에 최정이 몸쪽이 약하다고 분석했기 때문에 그렇게 투구했고,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조차 이해가 좀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결과적으로 보면 7회말 이전 타석에서 우완 이승현이 최정에게 홈런을 맞았는데, 홈런을 맞으려고 던지는 투수는 없다. 타자의 약점을 파고들기 위해서 그런 투구를 한 것에 대해 논란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선수에게 따로 이야기를 건넨 부분은 없다. 박진만 감독은 "민감해 할 것 같고, 또 내부적으로 그렇게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양창섭을 격려했다.
또한 전날 38구를 던진 만큼 관리 차원에서 이날 경기에서는 양창섭을 최대한 활용하지 않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