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고도 어두운 공연장 속, 우렁찬 함성과 박수만으로는 온전히 다 전할 수 없던 그 '팬심'은 '응원봉'을 만나 비로소 온몸으로 빛을 냅니다. 이 응원봉은 언제부터 공연의 필수품으로 자리했을까요? 고유의 색만을 담던 응원봉이 중앙 제어로 무대 연출의 효과를 내기까지의 역사, 아이돌 팬덤을 넘어 중장년 팬층으로 확장된 문화, 직접 흔들어 본 후기까지 'K-응원봉'의 모든 것을 전합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세상의 빠른 변화를 체감할 때가 있다. 어느 순간 점원 수를 이긴 키오스크가 대신 주문을 받을 때, 그리고 내 손에 든 응원봉 색이 제 맘대로 바뀔 때.
가수 고유의 색을 품고 그 색을 대변했지만, 색으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아이돌이 나오면서 최근 들어 '공식색'의 의미는 흐려졌다. 대신 이들의 세계관이나 상징을 담은 공식 응원봉들이 등장했다.
이젠 그 응원봉이 중앙 제어 방식이 돼 무대 연출의 일부가 됐다. '아이돌 응원봉' 시대에 '가왕' 조용필이 통 크게 중앙 제어 시스템을 적용한 응원봉을 모든 관객에게 나눔 하면서 응원봉 문화가 조명됐다. 엑스포츠뉴스 가요팀도 빠르게 대세에 탑승했다. 마침 태연의 콘서트 소식이 들려왔고, 이에 취재진은 좌석별 응원봉 연동을 직접 체험해 보겠다 호기롭게 나섰다.
'흔들어봤니?'를 강조한 만큼, 직접 응원봉을 구매해 콘서트장에 가보기로 했다. 그러나 공식 스토어 회원가입만 하면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던 태연(소녀시대)의 공식 응원봉은 꽤 오래 품절이었다. '공연 전엔 살 수 있겠지' 여유로웠던 때도 잠시, 콘서트가 다가올수록 초조함이 더해졌다. 취재진은 아이템이 정해진 5월 19일부터 매일매일 공식 스토어에 들어가 응원봉의 재입고 여부를 확인했다.
콘서트를 약 일주일 남겨둔 23일. 마침내 일찍 일어나는 취재진은 응원봉을 얻었다. 구매 후 마음을 놓은 취재진은 객석을 무대 연출의 일부로 쓰면서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 불평했던 날은 잊고 다음날 다시 품절이 된 응원봉을 보며 뿌듯하게 미소 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콘서트 당일. 소중히 응원봉을 안고 현장으로 향했다. 태연은 지난 3일과 4일 서울 올림픽 공원 KSPO DOME(체조경기장)에서 다섯 번째 단독 콘서트 'TAEYEON CONCERT - The ODD Of LOVE(태연 콘서트 - 디 오드 오브 러브)'로 3년 5개월 만에 팬들과 공연으로 만났다. 오랜만의 만남에 설렘이 내려앉은 현장에는 공식응원봉 헬프 데스크까지 운영 중이었다.
응원봉 문화가 익숙지 않을 이들에게는 연동조차 쉽지 않을 터. 키오스크 앞에선 손이 방황할 때처럼 당황하지 않기 위해 헬프데스크를 찾아 차근차근 배워보기로 했다. 유난히 내성적이던 취재진은 안내원을 만나기 전 입구 앞 배너를 먼저 확인했다. 이번 태연의 콘서트에서는 별도의 좌석연동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따로 어플을 다운받지 않고 응원봉의 전원만 켜면 되는 상황에 다른 의미로 당황스러움을 안게 됐다.
응원봉을 연동하는 방법 대신, 응원봉은 건전지 먹는 하마(해당 응원봉은 AAA 건전지 3개를 필요로 한다)라는 점만 확인하게 된 취재진. 급하게 방향을 선회해 신나게 흔들어본 후기를 전하기로 했다.
공연 시작과 동시에 응원봉은 멋들어지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내 손에 쥐고 있음에도 다른 손에 의해 맘대로 색이 바뀌는 응원봉 물결은 장관이었다. 제어 중에는 전원버튼을 눌러도 전원이 꺼지지 않았다. 고유의 상징색 핑크부터 곡의 분위기에 따라 여러 조명이 색을 냈다. 인어공주를 떠올리게 하는 '사이렌' 무대에는 바다 같은 푸른빛이, '불티'에는 활활 타오르는 붉은빛이 찬란히 물결을 이뤘다.
나름 건전지가 3개나 들어갔다고 공연 후반부에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응원봉에 양손을 번갈아가며 흔들었다. 신나는 곡엔 앞뒤로 빠르게, 발라드엔 느리게, 리듬감 있는 곡은 양옆으로 박자에 맞춰 응원봉을 흔들다 보면 응원봉을 든 손뿐만 아니라 몸이 들썩이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됐다.
영롱한 응원봉 물결을 괜히 한번 벅찬 마음으로 바라보게 되고, 건강 박수를 치는 대신 응원봉을 흔들고 있다는 소속감을 들게 했다. 공연엔 없어선 안 될 '응원봉'은 중앙제어가 있든 없든, 끝내주게 멋진 공연을 더 끝내주게 즐기게 만들어주는 존재임은 확실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DB, SM엔터테인먼트, 서현 계정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